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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두번 울리는 입양법…'버려지는 아이들' 속출

입력 2013-01-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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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이 강추위 속에, 버려지고 있는 갓난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대상이 되도록 입양법이 바뀐 것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신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파른 고개를 한참 올라 도착한 작은 교회.

담장엔 조그만 여닫이문이 하나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부모에게 아기를 버리는 대신 맡기고 가라고 만들어 둔 베이비박스입니다.

문이 열리면 집안 전체 벨이 울리고 새 식구가 들어온 걸 알려줍니다.

[이종락/주사랑공동체 목사 : 가슴이 철렁철렁하죠. 주로 새벽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 소리가 굉장히 큽니다.]

최근 이곳에 아기를 두고 가는 엄마들이 유난히 많아졌습니다.

보통 한 달에 한두 명 정도의 아기가 들어 왔는데,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간 무려 50명에 가까운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맡겨졌습니다.

한 달에 열 명꼴, 그러니까 사흘이 멀다 하고 베이비박스가 열리고 닫힌 겁니다.

지난 주말엔 불과 2시간 사이에 갓난아이가 둘이나 들어왔습니다.

[정병숙/교회 봉사자 : 금요일에 들어오면 난 제일 싫어. (구청에서) 일요일 지나 월요일이나 돼야 데려가거든요. 3일동안 정 들어요.]

미혼모들이 남긴 편지에는 한결같이 바뀐 입양법 때문에 아기를 두고 간다고 적혀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지난해 8월 정부는 친부모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해 가족관계 등록부에 올려야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입양아가 나중에라도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아기 낳은 걸 꽁꽁 숨기고픈 미혼모 입장에선 신분이 노출되고 출산 기록이 남게 돼 입양을 망설이게 됐습니다.

게다가 아이 아빠를 찾아내 같이 신고해야 하는데다 미성년자는 부모의 입양 동의까지 받아야 합니다.

[미혼모 : 가족들한테 비밀리에 한 건데, 그래서 이런 시설에 온 건데. 만약 누구 하나 서류를 떼서 등본에 나와 있는 걸 보면 비밀이 아닌거잖아요.]

베이비박스는 넘쳐나는데 반대로 입양기관에 입소하는 아기는 크게 줄었습니다.

국내 최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의 경우, 매달 70명 안팎이 들어왔지만, 지난해 8월 이후 그 수가 절반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최안여/홀트아동복지회 국내입양팀장 : 중간에 상담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아동이 보호받지 못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까 정말 걱정됩니다.]

문제는 출생신고에 대한 두려움이 영아 유기나 낙태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경기도에서는 20대 여성이 아들을 낳자마자 폐가에 버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법이 개정되기 전 입양원에 맡겨진 아이들도 앞날이 막막해졌습니다.

이곳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는 모두 26명.

셋 중 두 명은 출생 신고도 안 돼 있습니다.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가 나타났지만, 법원의 허가가 안 나 자칫 고아원으로 보내질 형편입니다.

[남혜경/성가정입양원 원장 : (아동이)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정해지고 주 양육자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못함으로써 여러가지 심리 정서적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입양아의 권리를 위해 일부 부작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태어난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야 하는 아동에게 이 정도의 절차는 거쳐줘야 그 아동의 안전과 인권이 지켜지는….]

하지만 국내 현실에선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미혼모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우리나라의 문화, 미혼모가 양육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사회 책임,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해결되지 않으면 제도적 장치가 아무리 많이 만들어져도(소용 없습니다.)]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또 다른 인권을 위협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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