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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입양특례법'의 그림자…버려지는 아이들

입력 2012-12-1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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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몸으로 아기를 키울 용기가 없었어요. 입양이라도 보내려고 했지만…"

아기를 낳자마자 폐가에 버려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12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A(29·여)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0월3일 경기도 양주시 한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출산한 A씨는 관련 법이 개정돼 아동을 입양 보내려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미혼모가 된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그는 집 근처 폐가에 아기를 버려뒀다.

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땐 아들은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지 넉 달.

까다로워진 입양 절차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

A씨의 사례에서 보듯 '입양 숙려기간'이 도입되면서 당장 아기를 돌볼 능력이 안되는 여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했던 양주경찰서 형사과 신효식 강력팀장은 "바로 입양기관에 맡길 수만 있었더라도 생명은 살렸을 것"이라며 "법이 개정되며 현실과 괴리가 생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입양을 보내려면 일단 친모의 호적에 자녀를 올리도록 자격이 강화되며 혼외(婚外) 자녀를 유기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11월 의정부시에서 생후 1개월이 채 안 된 아기를 절 앞에 버린 혐의로 모녀가 나란히 경찰에 붙잡혔다.

B씨의 어머니는 사위가 아닌 남성과 딸 사이에서 태어난 외손자를 입양 보내려고 했다가 호적에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기를 유기했다.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 장현병 소장은 14일 "미혼모라고 하더라도 아기의 양육을 책임지게끔 만든 개정법의 취지는 좋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키울 능력이 안 되는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은 '양육'이 아닌 '유기'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혼모들이 상담을 받다가 호적에 올려야 한다고 일러주면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다"며 씁쓸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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