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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미얀마 방문…'아웅산 악몽' 치유할까

입력 2012-05-14 13:18 수정 2012-05-14 16:16

극비리에 추진…양국 관계정상화 전기 마련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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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리에 추진…양국 관계정상화 전기 마련될지 주목

우리에게는 어두운 기억 속에 자리 잡은 미얀마.

30년 전 북한이 저지른 버마(당시 국명) `아웅산 폭탄 테러'가 터진 이곳은 우리나라에 금기의 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미얀마를 14일 대한민국 정상으로는 29년 만에 처음 방문했다. 이번 방문으로 아웅산 사건 이후 끊어진 양국 관계를 정상화할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희토류를 포함한 천연자원의 부국인 미얀마에 최근 서방 세계의 방문이 집중될 만큼 경제협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또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아웅산 폭탄 테러의 악몽 = 북한은 지난 1983년 10월9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미얀마 공식 방문을 노리고 아웅산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과 기자 등 수행단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대표단은 독립운동가 아웅산의 묘소 참배가 예정돼 있었고 사건이 벌어진 오전 10시30분께 예행연습이 진행 중이었다.

북한의 암살 대상인 전 전 대통령은 숙소 출발이 예정보다 3분 늦어지면서 화를 면했다.

이에 따라 18일간 6개국을 순방하려던 계획은 첫 방문지인 미얀마에서 중단됐고 우리 정부는 미얀마와 함께 진상 조사를 벌였다.

조사단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친필 지령을 받은 정찰국 특공대 소속의 특수부대원들이 사건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당시 양곤 주민들 틈에 위장하고 있던 북한 공작원들은 대한민국 대표단이 도착하기 하루 전 새벽 묘소에 잠입해 지붕에 2개의 폭탄을 설치, 원격 조정장치로 폭파를 감행했다.

지난해 SBS의 드라마 `시티헌터'가 아웅산 테러 사건을 재연해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다.

◇철통 보안 속 마지막까지 함구 =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미얀마 순방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대통령을 노린 테러가 자행된 역사적 사실과 최근 북한의 대남 테러 위협으로 긴장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미얀마가 하루, 이틀 전이라도 이 대통령의 순방을 공표하겠다고 했지만 경호 문제 때문에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함과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11월 테인 세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것을 계기로 지난달 방문이 최종 확정됐지만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철저히 비공개에 부친 것이다. 정부는 미얀마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에 대한 동향도 실시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자원 부국 미얀마..잇단 서방세계 `러브콜' = 한반도 국토 면적의 3배에 달하는 미얀마는 원유, 천연가스, 철광석, 우라늄, 니켈, 아연, 목재에 희토류(稀土類)를 포함한 희귀 자원까지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게다가 단일 국가를 관통하는 강으로는 최장(2천170㎞)인 에야워디 강, 땅르윈 강은 수력자원과 수산자원 개발에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러한 미얀마의 풍부한 잠재력을 바탕에 깔고 지난해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적극적인 민주화, 개방ㆍ개혁 조치가 단행되면서 국제사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문한 데 이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서방 세계 외교장관들이 속속 미얀마를 찾아 협력을 타진 중이다.

최근 미얀마가 이렇게 서방 세계, 특히 미국의 관심을 받는 것은 동남아 지역의 주도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 관계도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노하우와 민주화, 북한과의 군사협력 차단 문제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동방의 정원'..수난의 역사 = 미얀마는 동방의 정원이라는 애칭이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식민지배와 군부독재로 국제사회에서는 철저히 고립됐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더불어 미얀마를 `악의 축'으로까지 지목했다.

미얀마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로 신용카드조차 사용할 수 없어 정상적인 교역 관계가 어려운 지경이다.

19세기 초반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식민지로 전락한 데 이어 세계 제2차대전 때는 일본 점령기를 거쳐 마침내 1948년에 독립국가로 출범한다.

그러나 1962년 군사 쿠데타로 독재가 시작돼 반정부 시위와 유혈 탄압의 굴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운명에 처했다.

미얀마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닮은꼴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 1988년 민중 봉기로 군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다.

이때 등장한 게 바로 독립운동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 수치 여사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50만명 앞에서 한 연설을 도화선으로 민주화 불길이 미얀마를 휩싸게 된 것이다.

이후 1989년 가택연금에 빠진 수치 여사는 미얀마 민중의 뇌리에 민주화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2010년 21년의 연금에서 풀려나 지난 4월1일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다시 전면에 서게 됐다.

미얀마의 원래 수도는 양곤이지만 2005년 불과 수개월 만에 450㎞ 내륙으로 들어간 네피도로 천도를 감행했다. 해안에 있는 양곤이 적대 정책을 펴던 미국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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