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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P에 광명성3호까지…판 키우는 북한-고심하는 미국

입력 2012-03-21 08:09

김정일 사망 이전 新협상 전략 수립한 듯


IAEA 사찰단 입국 놓고 미국 고심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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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전 新협상 전략 수립한 듯


IAEA 사찰단 입국 놓고 미국 고심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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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베이징 합의' 발표로 북미 협상의 추이에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나선 북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북핵 현안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의 '새로운 협상전략'에 주목했다.

그가 평가하는 북한의 `새로운 협상전략'의 특징을 보면 이렇다.

우선 북한은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사안을 놓고 쉽게 논쟁이 벌어지는 비핵화 문제를 먼저 다루지 말고 북한과 미국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선(先) 관계개선 후(後) 핵문제 해결' 원칙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길게는 20년간, 짧게는 지난 2003년부터 가동된 북핵 6자회담을 운영해온 9년간의 경험을 북한식으로 평가해본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두 번 산 말을 다시 사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북한의 비핵화 조치 선행을 강력히 추진해온 것과 같은 대응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속내는 이달 초 미국 시라큐스대학 주최 세미나와 미국외교정책 전국위원회(NCAFP)와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가한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의 입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주제발표 등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지면 핵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부상은 "한국에 핵우산을 씌워주는 것처럼 우리도 핵우산에 포함시켜 주면 핵을 개발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한다.

북한의 신(新)전략을 실감있게 설명하면 미국을 향해 "우리와도 친하게 지내자.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핵문제를 다뤄나가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기 전에 미리 수립해둔 대미 협상전략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베이징 3차 고위급 회담에서 대북 식량지원과 영변 우라늄농축시설 가동 정지 등에 합의하면서 '위성 발사' 계획을 미국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물론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북한은 '베이징 합의와 인공위성 발사는 별개'라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리용호 부상은 19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회동한 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감시 사찰단의 파견을 16일 IAEA에 요청했다"며 "인공위성 발사는 미국과 한 양자합의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미국 측에 인공위성 발사를 문제삼아 전체 협상을 깰 것이냐, 아니면 우리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제한적이나마 협상을 할 것이냐를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미국이 협상쪽으로 기울면 북한은 대대적인 대화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정일의 유훈'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인 지난해 7월 1차 북미 고위급회담에 나섰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북미 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강공을 펼치고 나설 수 있는 배경은 역시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의 위력 때문이다.

'2.29 합의'에서 북한은 UEP의 '임시중지' 사실을 공개했다. 언제든 다시 가동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이런 표현에도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받아들인 것은 이 시점에서 반드시 영변에 있는 UEP 시설의 실체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시설은 지난 2010년 11월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이 영변 현지에서 살펴본 바 있다.

초 현대식 제어시설까지 갖춘 상황에서 원심분리기 2천개가 가동중인 것으로 '확인'돼 더욱 미국을 긴장하게 했다.

우라늄 농축방식의 핵무기를 만드는데는 작은 공간에 필요한 장비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의 경우 간단한 이동장비만 있으면 일반 상태에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이 왜 북한의 HEU 또는 우라늄 농축계획을 무서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일 북한이 제조한 고농축우라늄이 중동의 특정국가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이스라엘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로서는 이란의 핵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북한 핵 문제를 가급적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미국은 일단 북한의 UEP 시설을 가동중단시킨 상태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으로 하여금 이 시설의 위험도를 현장에서 확인토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카드를 총동원해 '통큰 담판'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대륙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우라늄 핵무기와 함께 이를 운반할 수단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결국 UEP의 실체를 확실히 파악하려는 미국과 그런 미국의 조바심과 국내정치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북한의 치열한 기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이며 2.29 합의를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IAEA 사찰단의 북한 방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바야흐로 북한의 압박에 고심하는 미국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는 국면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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