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스프링 캠프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렸다. 박찬호(오른쪽)가 후배 안승민을 인터뷰 장소로 데려와 함께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임현동 기자
한대화 한화 감독은 오른손 투수 안승민(21)을 볼 때마다 묻는다. "야, 네 친구는 어딨냐?"
안승민의 '친구'는 18세 연상 박찬호(39)다. 안승민은 박찬호의 공주중-공주고 후배인데다,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 숙소의 '방졸'이다. 18년 차이가 있지만 안승민이 노안 축에 속하고, 수염이 많아 둘은 꽤 닮아 보인다. 물론 안승민은 "닮았다는 말 자체가 영광"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너무나도 어려운 선배일 것 같지만 캠프 열흘 만에 상당히 친해졌다. 안승민은 "박찬호 선배님이 존칭을 쓰지 말고 '찹(CHOP·박찬호의 미국 별명)'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지금은 '선배님'이라고 하지만 곧 '찹'이라고 부를 것"이라며 웃었다.
박찬호는 지금의 안승민 나이였던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가 17년을 뛰었고, 지난해 일본에서 1년을 보냈다. 수직적인 한국식 위계 문화보다는 수평적인 문화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안승민을 '방졸'이 아닌 '친구'로 대하고 있다.
안승민은 "선배님이 나에게 심부름을 시킨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릇이 몇 개 쌓이면 직접 설거지를 하신다. 매일 아침 7시쯤 일어나는데 선배님이 먼저 기상하실 때도 많다. 내가 코를 골아서 폐를 끼치고 있다"고 했다.
숙소에서는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성인이 된 뒤 처음으로 2인1실을 써본 박찬호는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안승민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단다. 안승민은 "야구·인생·영어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대화한다. 열흘 동안 1억 마디쯤 나눈 것 같다"며 웃었다.
수다만 떠는 건 아니다. 안승민은 "박찬호 선배님에겐 확실한 자기 프로그램이 있다. 팀 훈련이 끝나고 꼭 개인 훈련을 한다. 러닝·웨이트트레이닝 등을 번갈아 하는데 빼먹는 법이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 일은 오늘 꼭 해야 한다'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건 꼭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선배님이 '무슨 일이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편하게만 지난다면야 안승민에겐 '방장 박찬호'는 최고의 멘토다. 안승민은 "많이 배우겠다. 선배님과 선발 로테이션을 함께 지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간스포츠 투산(미국 애리조나주)=김식 기자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