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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획 고수vs고수 ①] 오승환 "창용이 형의 소방수 심장 부러워"

입력 2012-01-04 07:01 수정 2012-01-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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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획 고수vs고수 ①] 오승환 "창용이 형의 소방수 심장 부러워"


손을 맞대고 다정하게 웃어달라는 주문에 오승환(30·삼성)이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우, 창용이 형이랑 7년째 친하게 지냈지만 손 잡은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오승환이 안절부절못하자 임창용(36·야쿠르트)이 먼저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사진촬영을 '리드'했다. 선배가 적극적으로 이끌어주자 '돌부처' 오승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아끼는 후배를 보는 임창용은 훨씬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한·일 최고 마무리의 만남,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함께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지만 매년 이맘 때 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붙어다닌다. 임창용과 오승환은 지난 연말 서울의 모 식당에서 일간스포츠 신년대담에 참석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둘은 밤늦도록 또 수다를 떨었다.


-둘이 참 친하기도 하다.

임창용(이하 임) : 겨울에 자주 본다. 시즌 중에는 가끔 통화만 하는 정도다.

오승환(이하 오) : 네. (역시나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날 오전 대구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서울로 달려와 가장 먼저 임창용에게 왔다.)


-둘 다 말수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 뭐하고 노나.

임 :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가끔 당구도 치고…. (임창용 200점, 오승환 120점) 예전에 승환이를 골프장에 데려간 적 있는데 재미 없더라. (임창용은 드라이버 비거리 300야드가 넘는 장타자다. 평균 타수는 80~90개 사이)

오 : 골프는 제대로 안 배워서요. 작년에 처음 쳐봤는데 100타 조금 넘게 나오더라고요.

임 : 너 팔뚝 봐라. 그렇게 두꺼우니 백스윙이 안 되지. 내 팔뚝보다 세 배는 굵은 것 같네. (영하의 날씨인데도 오승환은 외투 안에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있었다.)

오 : (팔에 힘을 꽉 쥐며) 일본인 코치님들이 처음 오시면 제 팔뚝 보고 다 이렇게 물어요. "너, 포수지?"


-한·일 최고 마무리의 만남이다. 보기 좋다.

임 : 승환이야 한국 최고의 마무리가 맞지만, 난 아니다. 일본에서 아직 타이틀도 따지 못했고, 한국에서도 잘해야 2등이었다. (임창용은 1998년 해태에서 42세이브포인트, 2004년 삼성에서 36세이브로 구원 타이틀을 따냈다. 1999년에는 평균자책점 1위에도 올랐다.) 지금 승환이가 최고지.

오 : 아니에요. 창용이 형이 1세이브 할 때와 제가 1세이브 하는 건 차원이 달라요. 창용이 형은 7회부터 던진 적도 많고 연투도 자주 했잖아요. 절대 창용이 형 기록과 비교할 수 없어요.


-임창용이 갖고 있던 세이브 기록 등을 오승환이 깨고 있는데.

임 : 앞으로 모든 세이브 기록은 승환이가 다 세울 거야.

오 : 올해 통산 200세이브를 하기도 했지만 (한·일 통산 296세이브를 올린) 창용이 형이랑 비교가 되나요? 게다가 형은 선발로도 오래, 그리고 잘 던졌고. 모든 면에서 제가 미치지 못하죠.


-한·일 세이브 상황이 많이 차이 나는가.

임 : 일본이 편하기는 편해. 내가 한국에서 던질 때는 7회 이후에는 언제든 나갈 준비를 했거든. 일본에서는 7회 던지는 투수, 8회 던지는 투수가 따로 있으니까 난 9회만 준비하면 돼.

오 : 저는 요새 팀에서 관리를 잘해주시니까…. 그런 만큼 더 잘해야죠.


-임창용은 '뱀직구', 오승환은 '돌직구'다. 서로 부럽지는 않은지.

임 : 던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 않는가. 나는 사이드암으로 던지니까 회전이 강하게 걸리는 거고. 스피드가 빠르지만 승환이 직구처럼 무거운 느낌은 없다.

오 : 창용이 형 공은 스피드가 대단하잖아요. 또 다른 폼(사이드암·스리쿼터·오버스로 등 세 가지)으로 던지니까.

임 : 내가 오버스로로 던질 때 '돌직구'가 슝~ 나갔으면 좋겠어.


-'뱀직구'도 대단하지 않나. 타자들이 도저히 못 따라가는데.

임 : 공이 얼마나 휘어 들어가는지 던지는 나는 잘 모른다. 집에 와서 동영상으로 봐야 휘어 들어가는 게 보인다.


-마무리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임 : 툭 털어버리는 것이다. 매일 등판할 수도 있는 투수가 안타를 맞는 것, 점수를 주는 것을 두려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마무리를 할 수 없다. 고민하면서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어야 돼.

오 : 창용이 형이 가장 부러운 게 그거예요. 정말 빨리 잊어버려요. 마무리 투수다운 심장 말이에요. 저는 아직 그게 부족해요.


-아니, '돌부처'가 그러면 쓰나.

오 : 아닐 것 같죠? 저 블론세이브 하나 하면 정신이 없어요. 미안하고 괴롭고, 밤에 잘도 설쳐요. 그래서 세이브 갯수가 아니라 블론세이브 안 하는 게 중요해요. 올해 목표도 블론세이브 0입니다. (오승환은 2011년 47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딱 한 차례 세이브에 실패했다.)


-듣고 보면 마무리 투수, 참 힘들다. 다들 확실한 마무리가 없어 때문에 고민인데도 정작 그들의 수고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임 : 지난해 승환이가 '완벽한 마무리'였다. 정말 잘했다. 그러나 어땠나. 마무리 투수는 절대 MVP나 골든글러브를 탈 수 없다. 물론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선발 투수들이 마무리보다 세 배 정도의 이닝을 던지니까.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는 섭섭할 때가 있다. 마무리의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오 : ….(고개를 끄덕이며)


-일본은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주니치)가 최고 연봉자(4억5000만엔)가 됐다. 마무리에 대한 대접이 후하다.

임 : 마무리뿐만 아니다. 홀드왕도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다. 2011년 센트럴리그 MVP가 누구인지 아는가. 셋업맨 아사오 다쿠야다. (주니치 아사오는 45홀드로 리그 1위에 올랐고, 7승2패10세이브 평균자책점 0.41을 기록했다.) 성적을 보면 승환이와 비슷하다.

오 : 아, 저도 기사 봤어요.


-그래서인지 마무리 투수들이 선발 전환을 꿈꾼다.

임 : 선발투수는 자기 피칭을 하면 되지 않나. 초반에 얻어맞아도 다음을 기약하면 되고. 그러나 마무리 투수의 블론세이브는 선발 투수의 1패보다 훨씬 더 부담이 크다. 올해 이런 일도 있었다. 아라키 다이스케 투수코치에게 '나 선발로 던져보겠다'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 내가 가끔 마무리로 2이닝 이상을 던질 때 두 번째 이닝에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 하더다. 나, 한국에선 선발로 던진 적도 있는데.

오 : 선발로 2이닝 던지는 거랑 8·9회 2이닝 던지는 건 분명 다르잖아요.


-그렇다고 최고 마무리 둘이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이상할 것 같다.

임 : 사실 투수코치한테 1년 내내 선발로 던져보고 싶다고 졸랐다. (갑작스러운 말에 '농반진반인 것같다'고 묻자 임창용은 그렇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선발은 나 말고도 투수가 많다. 아직 힘이 있으니 마무리를 하겠지만 파워가 떨어진 뒤에도 마무리를 고집할 수 없지 않겠나. 셋업맨도 좋고, 선발로 전환해도 괜찮고.

오 : 저는 대학(단국대) 때부터 선발로 던진 적이 없어서요….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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