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센터 포지션을 소화한 그는 지난해 KOVO컵부터 라이트로 출전하기도 한다. 김희진이 가진 신체조건과 재능이 워낙 뛰어나기에 가능하다. 2010~11시즌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그는 매 시즌 공격 득점이 상승했다. 2015~16시즌은 포지션 겸임으로 3라운드까지 다소 고전했으나 4라운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김희진은 20일 현재 공격 성공률 토종 1위(37.50%·전체 4위)를 비롯 득점·블로킹·오픈·속공·시간차·이동 공격 등 주요 부분 10걸 안에 있다. 덩달아 IBK 기업은행도 4라운드 전승을 기록하며 선두로 올라섰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과 박정아를 앞세워 창단 후 4시즌 동안 정규시즌 우승 2회, 챔피언전 우승 2회를 달성했다.
김희진은 그 동안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여자배구대회 등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세대교체 중인 대표팀에서 미래의 중심축으로 손꼽힌다. 김희진을 용인 IBK기업은행 체육관 인근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랜스포머 김희진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것 같다. 센터와 라이트 변경을 수시로 하는데 어디가 더 편한가. "정말 그렇다. 두 경기 연속 수훈 선수 인터뷰 때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솔직히 어렵지 않다. (조금 고민하다) 사실 부담이 많이 된다. 수비도 해야 되고. 라이트로 나서면 (세터가 아닌) 다른 선수가 올려주는 2단 공격도 해야하고.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자괴감에 빠진다. 소위 멘탈 붕괴가 온다. 내가 점수를 뽑으면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데…"
-겉으로 보기엔 강심장을 가졌을 것 같은데. (곁에 있던 구단 직원은 '보기와 다르게 여리다'고 했다) "유리 멘탈이에요(웃음). 지금은 강화 유리멘탈? 조금 나아졌다."
-3라운드까지 다소 고전하다 4라운드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무래도 3라운드까지 (포지션 겸업으로) 약간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이제는 상대 움직임 등을 파악하니 내가 어떻게 공격해야할 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두 포지션 소화에 대해 이제 만족하는가. "아직도. 나 뿐만 아니라 (박)정아도 그럴거다. 아직 성에 많이 안 찬다. KOVO컵에서 라이트 공격수로 보여드린 게 있으니까 기대감이 훨씬 올라가며 '이제 정착했구나' 하셨을텐데 아직 반에 반도 못 보여드리는 것 같다."
-KOVO컵, 대표팀 차출에 정규시즌 소화까지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 "시즌 초반으로 힘들었을 수 있는데 지금은 특별히 힘들진 않다."
-매 시즌 공격 득점이 상승 그래프다.(김희진은 연도별 득점을 궁금해했다.) "벌써 5년이나 했나? 많이 했다. 솔직히 쉽진 않다. 국내 선수 1위 기록에 대해선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프로 후 복근 파열로 한 달 가량 경기에 나서지 못한 적이 있다. 정말 힘들더라. 그래도 신생팀에 입단한 후 우승 트로피를 많이 들어올려서 기쁜 기억이 훨씬 더 많다."
-데뷔 당시부터 팀 에이스로 활약하느라 부담감은 없나. "약간 강박관념은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김희진과 박정아가 투톱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첫 시즌부터 보여드린게 있다보니 다음해는 '더 잘해야지' '또 잘해야지' 하는 욕심이 있었다. 정아나 나나 스스로를 더 옥죄는 것 같다."
-박정아와 라이벌 의식은 없나. "학창 시절부터 주변에서 우리에게 라이벌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줬다. 그런데 포지션이 서로 달랐기에 같은 학교(중앙여고)의 채선아에 대해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 선아는 키는 작지만 공격을 정말 잘해 별명이 탱크였다. 주변에선 정아와 '사이 안 좋겠다'고 많이 생각하시더라. 또 '너네 둘이 떨어져야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공교롭게 한 경기에서 같이 잘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가끔씩 서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정아야, 우리 둘이 오랜만에 잘했다'고 기뻐하곤 한다. 수훈 인터뷰 때는 '네가 말해'라며 서로 미루고. 우리 사이 좋다."
-지난 12월 국내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는다. "진짜 생각 없었다. (종전에도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올 시즌은 아예 욕심을 접었다. 한번에 서브 에이스 3개를 기록하면서 기록 달성이 가능했다. (황)연주, (김)연경 언니에 이어 달성했는데 뿌듯하다. 어떻게 보면 부담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기회다. 올림픽이란 큰 무대가 있지 않나. 지금 성장해야 올림픽 때 연경 언니 다음으로 공격 득점원이 되거나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후위 포지션에서 극적으로 달성했다. "(김)사니 언니가 공을 올려주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고맙다. 사실 랠리 상황에서나 공이 올줄 알았다. (남)지연 언니가 사니 언니한테 '희진이, 트리플 크라운까지 백어택 기록이 하나 남았다'고 얘기했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