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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개막]①1983년 라디오로 4강 듣던 중학생, 34년 뒤 감독으로 4강 보다

입력 2017-05-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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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개막]①1983년 라디오로 4강 듣던 중학생, 34년 뒤 감독으로 4강 보다


1983년 6월. 중학교 2학년 한 학생은 학교에서 몰래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그가 귀를 기울인 라디오 방송은 축구 중계. 멕시코에서 열리고 있는 U-20 월드컵이었다. 한국은 승승장구하며 4강 신화를 작성했다. 세계 축구가 놀랐다. 박종환 감독과 김종부 등 4강 주역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 선수를 시작한, 축구에 미쳐있는 학생이었다. U-20 월드컵 신화에 열광하고 환호했다.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기만 했지만 그때의 감동과 뜨거운 심장은 지금까지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 자신도 축구인으로서 그런 무대를 설 수 있다는 상상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선수로 성장했다. 고등학생 당시 꽤 유명한 선수가 됐다. 프로에 입문하자 훨훨 날아올랐다.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이름으로 K리그 최고의 스타가 됐다.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입었다.

현연 은퇴 뒤 지도자로서도 승승장구 했다. K리그 최고 명가 감독이 됐고 국가대표팀 코치의 자리에도 올랐다. '난 놈'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올림픽대표팀의 수장으로 영광도 누렸다. 그리고 지금 그는 U-20 대표팀을 이끌고 U-20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U-20 월드컵 개막]①1983년 라디오로 4강 듣던 중학생, 34년 뒤 감독으로 4강 보다

한국 U-20 대표팀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1차전 기니전을 치른다.

그에게는 뜻 깊은 무대,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다. 34년 전 4강 신화를 귀로 들으며 U-20 월드컵 무대 출전을 상상했던 꿈이 현실이 돼 눈앞으로 찾아왔다. 그는 한국의 두 번째 4강 신화, 아니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중학교 때 라디오를 들으면서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 무대에 가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 당시 대표팀을 지도했던 박종환 감독님과는 나중에 사제지간이 됐다. 박 감독님은 '충분히 성적을 낼 수 있다. 경기장에 찾아와서 힘을 실어주겠다'고 응원해 줬다. 선수들을 믿는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멕시코 4강 신화를 뛰어넘고 싶다."

34년 만에 이루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다. U-20 대표팀이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 색깔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한국이 언제 저런 경기 내용을 세계대회에서 보여줬을까'라는 놀라움을 전하고 싶다. 세계적 팀과 붙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공격축구를 보여줄 것이다. 홈에서 한다. 더 좋은 경기력 보일 수 있다. 세계 축구사에 어필하겠다."

한국 축구와 축구팬들은 믿는다. 한국 축구의 저력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가 신태용이기 때문이다.

전주=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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