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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712. 역사의 주인공

입력 2018-07-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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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290년께 진수에 의해 저술된 '삼국지'다. 후한이 멸망된 뒤 위··오 세 나라가 전쟁을 벌이는 기록이다.

또 하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다. 수 세기 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은 '삼국지연의'는 오늘날까지 드라마·영화·게임 등으로 제작돼 인기를 끌고 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는 수많은 영웅이 등장하지만 가장 사랑받는 인물은 관우와 제갈공명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의 주인공은 조조였으며, 조조의 2인자로 삼국을 통일한 장군은 사마중달이었다. 제갈공명과 싸워 삼국을 통일하는 위업을 이루었지만 대중에게 미움받는 사마중달은 '삼국지연의'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마중달은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비슷한 인물로, 인내심 하나는 최고였다. 그의 적은 사실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조조와 조비에게 숙청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제갈공명과 싸워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여러 차례 일부러 놓쳤다. 제갈공명이 사라지면 병권을 쥐고 있는 자신을 살려 두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사는 소설이 아니다. 소설 속에서 세기의 천재, 뛰어난 지략가로 등장한 제갈공명은 사마중달을 이기지 못했으며, 훌륭한 성군이자 지혜로운 군주였던 유비는 조조를 이기지 못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역사는 그들 편이 아니었다.

우리도 역사를 냉철하게 보아야 한다. 경술국치 직전, 고종은 미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며 정성을 쏟았다. 가난한 살림에도 미국 워싱턴에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세운 것이다. 미국에 많은 기대를 가졌던 고종의 마음과 달리 미국은 일본과 밀약인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체결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행동을 결정했다. 영원한 우방인 것 같아도 결코 그렇지 않았다. 현재 미국이 한국을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목소리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는 하늘에서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뜻이라 여겼다. 그리고 지금 귀를 치료받고 있는 것은 온갖 세상 이야기를 다 들으려 하지 말고 가려서 들으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늘은 참으로 공평하다. 천도에 따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부자도 권력자도 학자도 나 같은 영능력자도 죽음에는 예외가 없다. 지난 백일기도 동안 주역의 64괘를 후암 회원들과 함께 공부했다. 주역을 통달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서양철학과 중국 고전, 노자사상, 공맹사상, 석가사상까지 알아야 한다. 그런 주역을 후암 회원들과 너무 쉽게, 웃으면서 코미디처럼 풀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술년은 60년 전, 부친께서 돌아가신 해다. 왠지 불길한 예감에 2018년을 시작했건만, 이상한 사건이 참 많이 발생했다. 한 가극에서 부친을 모델로 한 역을 맡았던 배우가 올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생을 마감했다. 비슷한 이유로 연출가·조연 배우 또 부친의 공덕비를 쓴 시인까지 대중에게 지탄받으며 자숙하고 근신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미 이를 예감했던 나는 M시인이 쓴 부친의 추모시로 공덕비를 새로 제작했다. 혹여 건강이 안 좋아질 때를 대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건강은 예전 같지 않지만 영적으로는 더 없이 맑아지고 있다. 많은 분이 나의 건강을 걱정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다. 하늘이 내게 부여한 시간 동안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글도 계속 쓸 수 있으면 좋겠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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