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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만 믿는다는 '선풍기 돌연사'…사실일까?

입력 2015-07-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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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필규 기자와 함께하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오늘(16일) 팩트체크는 한 초등학생의 제보를 받아서 준비했다고 하는데 먼저 어떤 내용인지 화면으로 만나보시겠습니다.

[김의진/서울 방일초 3학년 : 책에서 봤을 때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어도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 거예요? 팩트체크에서 좀 알려주세요.]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면 팩트체크는 초등학생들한테도 상당히 관심사군요.

[기자]

사실 저희 스태프 중 한 명의 자녀이기는 한데요.

[앵커]

시켜서 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기자]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고요.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영상을 마련을 해서 꼭 알고 싶다고 해서 보내왔습니다.

[앵커]

지나치게 부정하는군요. 알겠습니다.

[기자]

그러기도 했고요. 또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지금 상당히 진행형이어서 꼭 한 번 다뤄보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시청자분들도 궁금한 부분 있어서 보내주시면 언제라도 다뤄보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앵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잘못하면 죽는다. 이건 상당히 오래된 속설이고 언론에서도 많이 좀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얼마 전에도 그런 뉴스를 본 것 같기도 한데요. 몇 년 전에도.

[기자]

맞습니다. 가장 오래된 기사를 찾아봤더니 1969년에 동아일보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자면 열손실로 호흡곤란 오며 생명도 앗아간다'라는, 굉장히 큰 비중을 들여서 분석기사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이렇게 20대 부부가 선풍기 켜고 자다가 절명했다, 선풍기 때문에 주한미군까지 죽었다 이런 기사가 꾸준히 나왔고, 또 방송에도 사건사고 단골뉴스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누군가 이 영상을 '선풍기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라는 영어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렸는데, 밑의 외국인들이 단 댓글을 보면 하하하 웃기도 하고 '어제 선풍기 켜놓고 잤는데 난 기적적으로 살았구나' '그래서 선풍기를 살인죄로 체포했느냐' 이런 반응도 있었습니다.

[앵커]

반응들 보면 외국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전혀 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죠?

[기자]

그동안 외국에서 나온 글들을 보면 신기한 해외토픽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선풍기를 살인범으로 지명수배한다거나, 선풍기가 자는 사람 목을 조르는 등의 패러디도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선 선풍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이런 애니메이션도 제작됐고, 위키피디아에 보면 'Fan Death'라는 용어를 설명하면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미신'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한국에 존재하는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 건지 또 외국인들에게 직접 한번 물어봤습니다.

[카탈리나/콜롬비아 : 아뇨. 들어본 적 없습니다.]
[탕하오/중국 : 그런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크리스 카베야/남아프리카공화국 : 저에겐 정말 이상하게 들리네요.]
[리아/미국 : 생물학도로서 신빙성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흥미롭네요.]

[앵커]

하여간 반응들은 일색인데 그러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뭐라고 얘기합니까?

[기자]

그래서 이번 취재를 하면서 법의학자와 가정의학과 교수 8명에게 물어봤는데요. 물어서 확인을 해 봤는데 일단 쟁점은 저체온증과 질식 가능성. 크게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선풍기 바람이 체온을 떨어뜨려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저체온증 가능성을 제기한 교수도 있었는데요.

반먼 '아니다. 사망까지 이르려면 체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그건 선풍기 바람으론 불가능하다'라는 반박이 더 많았습니다.

또 선풍기 바람을 얼굴에 직접 쐬면 진공상태와 비슷하게 돼 질식사할 가능성도 제기가 됐는데, 또 이에 대해선 '선풍기 바람이 그 정도까지 압력차를 낼 수 없고 그런 가능성을 연구한 논문 자체가 없다는 반박'이 더 많았습니다.

[앵커]

저희가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 배운 베르누이의 정리 있잖아요. 비행기가 뜨게 하는 원리. 그러니까 공기의 압력이 위와 아래가 달랐을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압력의 차이 때문에 약간의 이렇게 그러니까 바람이 이렇게 오면 코의 높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마는 이쪽으로 바람이 세게 지나가면 여기가 약간 압력 차이가 생겨서 혹시 조금 공기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래서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건데 이게 아니라는군요, 그러니까.

[기자]

선풍기의 바람은 그 정도까지 일으킬 수 없다는 설명이고요.

그래서 한 법의학자는 그렇게 따진다면 자전거를 쌩쌩 타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다 숨 막혀 죽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선풍기가 또 온도와 압력을 어느 정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까를 직접 실험해 본 카이스트 교수도 있어서요. 저희가 한번 연락을 해 봤습니다.

[앵커]

이분이군요.

[기자]

물리학자인 임춘택 카이스트 교수인데 보시는 것처럼 방안에서 문을 닫고 선풍기를 틀어 바람을 직접 맞으면서 혈압과 맥박수, 체온을 재 본 겁니다.

그랬더니 지금 보시는 그래프처럼 처음과 2시간 후의 신체변화, 혈압, 맥박, 체온 면에서도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선풍기가 열 받으면서 실내 온도만 0.6도 올라갔다고 하는데, 임 교수는 청소년인 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고, 결국 소위 '선풍기 살인'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것들, 산소부족, 공기희박, 저체온증은 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찌 됐든 선풍기를 틀고 자다가 사망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언론보도도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래서 선풍기 돌연사로 사망했다는 시신을 여러 차례 부검한 전문가에게 직접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한길로/서울법의학연구소장 : 법의학 하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선풍기 그 자체로 저체온증에 빠져서 사망하는 건 없다고 저희는 생각을 합니다. (부검을 해보면) 과음을 했을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너무 높아서 사망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대부분 많은 경우가 심장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제일 많고요. 그다음에 뇌혈관 질환이라든지, 알코올과 관련되어 있는 대사장애들, 당뇨 같은 것이 있었던 분들 같은 경우는 저혈당증이나 그런 걸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여름에 발견된 시신의 경우 우연히 그 자리에 선풍기가 있었던 거지, 선풍기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니라는 거죠.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이런 믿음이 뿌리 깊게 박힌 건 그동안 관성적으로 경찰 발표를 그냥 받아다 쓴 언론 탓도 크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래도 100% 이렇게 흔쾌하게 믿어지지 않는 것은 그동안에 언론보도에 저희가 익숙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만에 하나 그렇죠. 지금 아까 질문한 어린이도 보고 있을 텐데 만에 하나 그런 경우가 전혀 없을까요. 정말 안심하고 틀어놓고 자도 되느냐 하는. 뭔가 좀 찝찝하다는 말이죠.

[기자]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일단 이 얘기는 분명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제 너무 가까이에서 바람을 많이 쐬면 입과 코가 건조해져서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점 염두에 두고요. 선풍기 너무 가까이에서 쐬지 않는 것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걸 떠나서 아까 잠깐 얘기했을 때 보니까 왜 선풍기 틀어놓고 자면 오히려 열이 더 발생해서 더 더워진다면서요. 방의 온도가 0.6도가 올라간다고 하니까 틀어놓고 자는 건 현명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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