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2016 이승우가 말한다 ①] '실력'으로 '텃세' 잠재웠다

입력 2016-01-01 05:02 수정 2016-01-01 08:4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기사 이미지

2016년 새해 한국 축구는 만 18세 소년을 주목한다.

바로 이승우(바르셀로나)다.

그는 오는 3일 스페인으로 출국한다. 생일(1월 6일)만 지나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출전 정지 징계에서 풀린다. 유스 프로그램의 최상위 단계인 후베닐A와 프로팀인 바르셀로나B를 오가며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일간스포츠는 12월 28일 서울 강남의 피트니스 센터 '잇짐(it gym)'에서 이승우와 신년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날 입단 초기의 눈물 겨운 스페인 적응기를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기사 이미지

이승우 아버지 이영재씨는 2013년 가을의 일을 잊지 못한다.

이승우는 2011년 2월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뒤 줄곧 한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2년 반이 지난 2013년 9월에야 가족들이 모두 스페인으로 이사를 갔다.

구단에서 마련해 준 집을 둘러보던 이승우의 형 이승준(21·그라마넷)은 "생각보다 집이 넓지 않네"라고 했다. 별 뜻 없이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진지하게 한 마디를 했다.

"형. 내가 이 집을 얻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리고 이어진 그의 고생담에 온 가족이 펑펑 울었다.

이승우가 홀로 버티던 스페인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일단 기존 선수들의 텃세가 대단했다. 동료들은 패스할 때 이승우를 외면했다. 한국에서 '축구신동'이라 불리던 그도 그곳에서는 외톨이였다. 자신감도 점점 잃어갔다.

"그쪽 아이들은 아시아하면 중국과 일본 밖에 모르더라고요. 빨리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생각처럼 안 되고, 언어 소통도 힘들고…. 정말 힘들었죠."

'치노'(동양이민자를 비하하는 말)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반전의 계기는 입단 첫해 9월에 마드리드에서 열린 카니야스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였다. 이승우가 맹활약을 펼치며 최우수선수(MVP)를 받자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졌다.

기사 이미지

"골도 넣고 잘 하니까 조금씩 인정해주고 다가와 주더라고요. 그 때부터는 적응하기 한결 쉬웠죠."


입단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승우는 큰 싸움에도 한 번 휘말렸다.

유독 이승우의 기분을 건드리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덩치가 커서 스페인 선수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하루는 그 친구가 훈련장에서 "치노"라며 또 속을 긁었다. 이승우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코치와 선수들이 다 지켜보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곧장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이승우의 KO 승. 그 뒤로 동료들은 이승우 뒤를 졸졸 따랐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바르셀로나 유망주들 사이에서 이승우가 대장 노릇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이승우는 조그만 체격답지 않게 매서운 주먹을 지녔다.

대동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부 동료가 상급생에게 얻어맞고 오자 이승우는 그를(상급생) 쓰레게 소각장으로 불러냈다. 일종의 맞장이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이승우는 한 대도 안 맞고 흠씬 두들겨 패줬다고 한다.

기사 이미지

그는 "그 때는 정말 화가 났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큰 싸움을 한 건 이렇게 딱 두 번이다. 이런 강한 생존 본능과 승부근성 덕에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승우가 제 실력을 보여주자 텃세는 사라졌다.

그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자부심이 엄청 강하다"면서도 "그래도 쿨하다. 실력으로 보여주면 다 인정한다. 저도 싸움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은 거다"고 강조했다.

이승우는 스페인에서 겪었던 힘든 일들을 당시 한국에 있던 가족들에게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이영재씨는 "통화를 할 때면 늘 '잘 있다' '걱정마라'고 해서 정말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스페인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고 털어놨다.

왜 가족에게 SOS를 보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승우는 "가족들에게 내색해서 풀릴 일도 아니고 바뀌는 것도 없다. 그러려면 맨날 투정만 부려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다. 마음고생할 시간에 언어공부라도 한 번 더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씨는 "빨리 인정을 받아야 구단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가족들도 다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승우가 악착같이 축구에만 매달렸다고 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2016 이승우가 말한다 ①] '실력'으로 '텃세' 잠재웠다
[2016 이승우가 말한다 ②] 메시와 뛰는 꿈 조금씩 가까워져
[2016 이승우가 말한다 ③] 왜소하다? 작아서 이승우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