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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서지영의 여기는 창사]사드 공포와 혐한?…한낱 기우였다

입력 2017-03-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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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서지영의 여기는 창사]사드 공포와 혐한?…한낱 기우였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혐한(嫌韓)' 우려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적어도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의 첫 공식훈련이 열린 20일 중국 후난성 성도 창사의 풍경은 그랬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한국을 향한 깊은 불신과 미움의 감정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현지 온라인 웹사이트 등에는 태극기를 갈기갈기 찢어 샌드백에 걸어놓은 사진물이나 한국계 대형 마트에서 행패를 부리는 동영상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는 23일 중국 후난성의 성도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과 6차전에 앞서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자국 내 분위기를 감안해 한국 대표팀은 물론 취재진의 신변을 보호하고 나섰다. 선수단 숙소인 캠핀스키 호텔 주변은 중국 공안으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사람들은 호텔 출입 자체가 금지된다. 한국 취재진이 머무는 주요 호텔도 사정이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훈련을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선수단이나 이를 취재하기 위해 뒤따르는 한국 기자단 버스도 철통 경호를 하고 있다. 중국 경찰차들이 두 대의 버스 앞뒤에 붙어 에스코트를 하는 식이다. 덕분에 한국 대표팀이 지나가는 도로는 순식간에 '뻥' 뚫리곤 했다.

[똑똑똑, 서지영의 여기는 창사]사드 공포와 혐한?…한낱 기우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보통 A매치 경기가 있을 때 홈팀에서 원정팀의 에스코트를 해주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공안들이 훈련장을 찾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기자가 창사에서 실제로 경험한 바는 우려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가능한 한국인 방문객이라는 사실을 티 내지 말라.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조언과 달리 창사 시내 한복판에서 한국말로 음식을 주문해 먹거나 웃고 떠들어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일행이 한국인이라는 것조차 관심이 없는 듯했다.

이날 허난시민운동장에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러 온 일반인이 더러 눈에 띄었다. 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한국 선수단을 지켜봤다. 기사를 쓸 장소가 없어서 바닥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한국 취재진을 볼 때는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 과정 속에서 경계심이나 부정적인 기운은 조금도 감지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은 "소속팀에서 창사로 올 때 중국인들의 환대를 받았다. 좋은 기분으로 잠도 잘 자서 컨디션이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다른 선수들의 표정 역시 불편함이 아닌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물론 경기 시작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특히 6차전이 열리는 허룽스타디움은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 한중전 때 2-0 승리 직후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악마 응원단 한 명이 중국 관중에 던진 물병에 맞아 부상을 당한 악몽의 장소다.
[똑똑똑, 서지영의 여기는 창사]사드 공포와 혐한?…한낱 기우였다


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국축구협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요구해 놓은 상황이다. 막상 6차전이 시작되면 억눌렸던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분출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창사에서 만난 현지 기자의 말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왕난 중국 CCTV5 기자는 양국의 미묘한 정치·사회적 문제와 축구를 결부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반한 감정 등이 있다고 하는데)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스포츠 자체에만 열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양국의 상황이 복잡하다고 하지만 먼 미래에 돌아본다면 뜻 깊은 순간에 한국과 중국이 무척 중요한 경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바라는 바로 그 말이었다.

창사(중국)=서지영 기자
사진=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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