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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기술 빨리 도입해야"… 필요성 커진 'VAR'

입력 2017-04-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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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기술 빨리 도입해야"… 필요성 커진 'VAR'

#장면 1.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이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1, 2차전 합계 3-3으로 연장에 돌입한 두 팀의 승부는 109분, 레알 마드리드의 풀백 마르셀루가 패스해 준 공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받아 골을 성공시키면서 갈렸다. 문제는 이 장면에서 호날두가 공을 받은 위치가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심은 오프사이드 깃발을 올리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기술 빨리 도입해야"… 필요성 커진 'VAR'

#장면 2.
지난달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라운드 FC 서울과 광주 FC의 경기. 광주가 1-0으로 앞서던 후반 18분 주심이 광주의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며 서울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광주 선수들은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페널티킥은 동점골이 됐다. 이후 흐름을 내준 광주는 결국 1-2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중계 화면을 확인한 결과 공은 팔이 아닌 등에 맞아 오심이 맞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해당 주심에게 무기한 경기 배정을 정지하고 부심을 퇴출시켰다.

'오심은 경기의 일부다.'

이 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계에는 수많은 오심이 존재한다. 인간이 뛰고 인간이 판단하는 축구에서 오심은 마땅치 않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하나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영상 제작 기술이 발달하고 중계 화면을 통해 오심 장면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시청자들의 눈은 더 엄격해졌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오심 장면이 사방으로 확산돼 논란이 되는 세상이 오자 심판들의 부담도 크게 늘었다. 심판이 할 수 있는 실수 하나도 더 이상은 용납받지 못하는 세상이 된 셈이다.

"비디오 판독기술 빨리 도입해야"… 필요성 커진 'VAR'

물론 인간의 실수를 기술로 보충하려는 여러 노력도 함께 발달 중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시작으로 여러 국제 대회와 각국 리그에서 사용 중인 골라인 판독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골라인 판독기는 공이 골라인을 넘어섰는지 여부를 즉시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골라인 판독기는 득점 오심을 막아 경기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처음 도입 때는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골라인 판독기의 정확성이 검증되자 또다른 오심에 대처하는 각종 기술이 필요해졌다. 오심이 가장 자주 일어난다는 오프사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레알 마드리드의 오프사이드 오심에 결정적인 골을 내줘야 했던 카를로 안첼로티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s)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디오 판독기술 빨리 도입해야"… 필요성 커진 'VAR'

안첼로티 감독은 이날 경기 뒤 레알 마드리드전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심판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한 경기였다. 나는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판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심판진을 비꼬았다. 이어 "나는 그동안 VAR 기술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UCL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하루 빨리 VAR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VAR 도입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축구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의 각국 리그를 비롯해 축구 종가 잉글랜드 역시 VAR 도입에 두 팔 걷고 나섰다. 당초 잉글랜드는 VAR을 2018년 1월부터 일부 컵 대회에서 시험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앞당겼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다음 시즌 EFL컵 1라운드부터 VAR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비디오 판독기술 빨리 도입해야"… 필요성 커진 'VAR'

서울-광주전 오심으로 홍역을 앓았던 K리그 역시 VAR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맹은 최근 비디어 판독 요원 30명을 선발, 오는 6월까지 시범 운영을 한 뒤 7월 본격적으로 VAR을 시행할 계획이다. 전·현직 심판들로 구성된 판독요원들이 현재 장비 테스트 및 VAR 집중교육을 받고 있다. 19일 FA컵 32강전 경기를 시작으로 리그 경기에 도입해 문제가 될 만한 오심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판독 대상 역시 득점과 페널티킥, 레드카드에 의한 직접 퇴장, 그리고 중대한 반칙을 범한 선수를 확인할 때 등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4가지로 제한했다.

처음 도입하는 시스템인 만큼 연맹 측은 매끄러운 운영에 중점을 두고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다. 공수 전환이 빠르고 인플레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빠르게 문제 장면을 찾아내서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서투르게 운영했다간 경기 흐름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 과정은 필수적이다.

"비디오 판독기술 빨리 도입해야"… 필요성 커진 'VAR'

VAR이 무사히 리그에 안착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치명적인 오심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조영증 심판위원장은 "시즌 초부터 오심 논란이 있었는데 팬들에게 미안하다. 나를 포함해 심판들도 반성하고 자숙하고 있다"며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 더 이상 오심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심판들과도 논의를 잘해서 VAR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웅수 연맹 사무총장도 "전문인력 양성과 비디오 판독 등 색다르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K리그가 위기라는 얘기가 많은데 이런 노력을 통해 연맹과 구단이 힘을 합쳐 반등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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