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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트레이드, KBO리그를 살린다

입력 2017-04-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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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트레이드, KBO리그를 살린다

트레이드의 목적은 분명하다. 전력 강화다.

선수 수급이 쉽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트레이드는 리그를 활성화하고 전력을 재배치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수단이다. 각 구단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얻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선수를 흥정한다.

올 시즌은 초반부터 트레이드가 활발하다.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8일 현재 총 4건이 성사됐다. 지난 세 시즌엔 4월까지 모두 2건씩이었다.

3월 17일 NC와 넥센이 김한별과 강윤구를 맞바꿨다. 개막 직후에는 KIA와 SK가 무려 4 대 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IA가 노수광·이홍구·이성우·윤정우를 주고, SK가 이명기·김민식·최정민·노관현을 보냈다. 17일과 18일에는 이틀 연속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17일에는 두산과 한화가 최재훈과 신성현을 교환했고, 18일에는 롯데와 kt가 경기 종료 직후 장시환·김건국과 오태곤·배재성을 바꾸는 2 대 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LG와 삼성을 제외한 8개 구단이 한 건씩 트레이드를 한 셈이다.
활발한 트레이드, KBO리그를 살린다

트레이드를 향한 선수들의 시선부터 달라졌다. 과거에는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을 때 '소속팀에서 버림 받았다'고 여기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 소속팀에서 나를 선택했다'는 의식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선수층이 너무 두꺼운 팀에 소속돼 좀처럼 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팀 내 불화에 시달리는 일부 선수들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하기도 한다. 두산에서 양의지와 박세혁에 밀려 '제3의 포수'로 벤치를 지키던 최재훈은 한화로 이적하자마자 첫 경기부터 선발포수로 출장했다. 그는 이적 직후 인터뷰에서 "차라리 트레이드돼 다른 팀에서 경기에 뛸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얘기를 선수들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재훈 같은 선수에게 트레이드는 날벼락이 아니라 새 출발이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한정하면 2013년 3건, 2014년 2건이 성사됐다. 하지만 2015년 6건, 지난해 7건으로 트레이드 시장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올해도 전체 4건 가운데 시즌 도중 트레이드가 3건이다. 아직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는 3개월도 더 남았다.

2015년에는 여러 선수들을 동시에 바꾸는 대형 트레이드가 많았다. 여섯 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 31명이 새 팀을 찾았다. 롯데와 kt는 포수 장성우와 투수 박세웅을 중심으로 한 4 대 5 트레이드로 팀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다. 올해는 KIA와 SK가 4 대 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 팀은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KIA는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SK는 개막 6연패 충격에서 벗어나 순항 중이다. 두 팀 관계자는 "트레이드 시장이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대규모 트레이드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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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양상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 사이에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들은 취약 포지션에 필요한 즉시 전력을 찾았고, 가을 잔치 탈락이 유력한 팀들은 리빌딩의 초석을 발굴하려 했다. 성적이 비슷한 팀끼리는 혹시 모를 부메랑 효과를 우려해 트레이드를 꺼렸다.

올해는 이런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사라지는 분위기다. 개막 전 첫 트레이드에 합의한 NC와 넥센은 지난해 정규시즌 2위와 3위 팀이다. 선수 두 명씩을 주고받은 kt와 롯데는 트레이드 시점 팀 순위가 공동 2위였다. 두산과 한화 역시 올 시즌 현재 비슷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동안은 서로 눈치 보고 계산기를 두들기다 트레이드가 무산됐던 게 오랜 관행이었다. 과거 한 감독은 "마음에 드는 선수를 데려 오고 싶다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구단이 너무 안전한 카드를 내밀다가 자꾸 논의가 흐지부지된다"고 답답해 했다.

요즘은 구단들도 한결 대담해졌다. 하나를 얻으려면 또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신성현은 다른 팀으로 보내기 너무 아까운 선수지만, 신성현 정도 카드가 아니었다면 최재훈 같은 포수를 데려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두산도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분류됐던 최재훈을 내주면서 "한화에 가면 경기에 많이 나설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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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넥센은 지난해 내야수 서동욱을 조건 없는 '무상 트레이드'로 KIA에 보냈다. 어차피 넥센에서 뛸 자리가 없는 서동욱이 KIA에서 출전 기회를 잡길 바랐다. 그 결과 서동욱은 지난해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재기상을 수상했다. KIA는 넝쿨째 굴러들어 온 선수의 활약에 웃었고, 넥센은 통 큰 구단이라는 '명분'을 얻었다. 이런 사례도 이른바 '윈윈'이다.

단, 트레이드 손익 계산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실패와 비난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야 구단들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손해 본 트레이드는 대박 트레이드의 밑거름이 된다. 이적 첫 시즌 결과만으로 트레이드 성패를 평가하는 차가운 시선은 겨우 활성화된 시장을 다시 위축시킨다. 넥센 신재영은 2013년 트레이드로 NC에서 이적해 4년 후 꽃을 피웠다. 한화가 트레이드로 유창식을 KIA에 보냈을 때 안타까워 하던 팬들은 지난해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트레이드에서 KIA가 거둔 수확은 유창식이 아니라 김광수였다. 이렇게 트레이드 결과도 새옹지마다.

대전=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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