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수인번호 503…'더럽고 차가운 감방'

입력 2017-10-18 21:4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여기는 사우나 한증막"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을 살았던 소설가 김하기는 숨 막히는 더위를 견디기 위해 기막힌 비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콩국수를 만들어 먹었다면서 동료 작가 구효서에게 자랑을 늘어놓았지요.

- 컵라면에 뜨거운 식수를 부은 다음 면발을 헹궈낸다.
- 구치소 매점에서 구한 두유를 라면 용기에 쪼르륵 붓는다.
- 조미김을 아껴두었다가 김 표면에 오돌토돌 붙어있는 소금을 하나하나 털어낸다.

그러니까 이른바 김하기 식의 감방 콩국수 레시피였던 셈이지요.

그는 감방에서 오징어회무침이며 생크림 케이크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감옥 안은 부족할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지요.

그러나 구효서는 갇혀있는 친구의 마음을 다르게 읽어냈습니다. "왜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콩국수 해 먹는 이야기를 썼는지… 나는 다 알 것 같다…. 바깥에서야 굳이 혼자 웃고 울고 할 필요가 없지만 넌 혼자 뛰고 혼자 웃고 혼자 절망하고….. 그러겠지"

세상과 단절되어 사각의 벽 안에 갇힌다는 것. 수인을 뜻하는 한자, 그 작은 네모 안을 가득 채운 사람의 형상은 감옥에 갇힌 자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지내고 있다."

수인번호 503번. 갇혀있는 전직 대통령 측은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시민들은 이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 갇혀있는 독방의 구조까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바닥 난방시설과 TV. 사물함과 수세식 화장실. 평균 1인당 수용면적의 네 배. 하루 한 번 꼴로 진행된 변호인 접견과 열흘에 한 번 꼴인 구치소장 단독 면담. 이른바 범털에게도 잘 제공되지 않는다는 매트리스와 병원에서 진행된 건강검진.

대통령의 딸이었고, 그 자신이 대통령이었던 사람.

다른 수인들에게는 호사의 극에 가까운 이런 환경과 조건도 그에게는 단지 더럽고 차가운 공간이었을까.

그래서 그가 감내하고 있다는 고통의 시간, 그 참담함의 깊이를 평범한 우리들은 감히 가늠하기 어려운 것일까.

소설가 김하기의 감방 콩국수 레시피와 전직 대통령이 말하는 '더럽고 차가운 감방'

우리는 누구에게 연민을 느껴야 하는가.

오늘(1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더럽고 차가운 독방" 박근혜, 해외언론에 인권침해 주장 가장 큰 독방에 매트리스…인권침해? 오히려 특혜 논란 박근혜의 국제 법무팀?…'여론전 위한 조직' 분석도 [인터뷰] 노회찬 "박근혜 인권침해 주장, 치밀한 조기석방 프로젝트" "박 전 대통령 자진탈당 안 할 것"…한국당, 출당에 무게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