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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청구 뒤 시작된 '미행·몰카'…뒤밟는 남성들 정체는?

입력 2019-12-03 20:56 수정 2019-12-0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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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군가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촬영했다면 어떨까요. 지금부터 보실 영상은 두 명의 남성이 한 여성을 출근길부터 따라다니면서 몰래 찍고 있는 영상입니다. 대체 이들은 누구이고, 영상을 왜 찍는 걸까요. 먼저 그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카페에 남성 2명이 앉아 있습니다.

슬리퍼와 운동복 차림의 한 남성이 휴대전화로 한 여성을 촬영합니다.

한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2인 1조 남성

후드티를 입은 또 다른 남성은 망을 보듯 가게 문 쪽을 바라봅니다.

이들이 여성을 따라다니며 찍은 영상입니다.

이들이 찍은 영상에 담긴 여성의 일상

카페는 물론 식당에서 지인들과 밥을 먹는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해당 여성이 찍은 단체 사진에도 이들이 영상을 찍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2인 1조 남성이 이 여성을 몰래 촬영한 건 2년 전부터입니다.

2년 전부터 '밀착 감시'…이들은 누구?

건널목을 건너는 이 여성을 앞뒤에서 찍었습니다.

여성이 일하는 사무실까지 따라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모습까지 촬영했습니다.

영상 제목은 '밀착감시'입니다.

[앵커]

이렇게 미행을 하면서 몰래 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대형 보험사 관계자들이었습니다. 보험사들은 보험 사기로 의심돼서 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들은 지금도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해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문제의 영상이 촬영된 충북 충주입니다.

취재진은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 박모 씨를 직접 찾았습니다.

박씨가 자신이 몰래 촬영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건 지난해 중순입니다.

[박모 씨/피해자 : 민사 소송 중에 법원에 제출한 동영상 자료 보고, '아 저기서부터 찍었구나' 알게 됐고요.]

박씨가 팔 골절로 신경 일부가 손상된 건 지난 2016년. 

팔 기능 60%가 영구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험금 청구하자 출근길 미행하고

이후 박씨는 8년 전 가입한 DB손해보험에 보험금 3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자 보험사 측은 박씨를 출근길부터 몰래 따라다녔습니다.

[박모 씨/피해자 : 다시 사무실로 가는데 따라붙은 거죠. (아침부터) 계속 여기 있었단 얘기죠. (여기서 하루종일 대기하고?) 네네.]

2인 1조 남성은 박씨 회사까지 따라왔습니다.

[박모 씨/피해자 : 제가 이 회사를 다니는 걸 알기 때문에 이쪽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서 문 여는 것부터 찍었더라고요. 이렇게 눌렀거든요. 손바닥이 하늘로 향해서. 이렇게 눌렀던 건데 이게 펴졌다. (정상이다?) 정상이다.]

보험사는 해당 영상을 근거로 박씨를 보험사기 미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동영상만으로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의사 의견과 관련 진단서를 토대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검찰 '무혐의 처분'에도…
또 다시 찍은 몰카


보험사는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박씨를 몰래 찍었습니다.

[DB손해보험 관계자 : (영상 보니) 잘 걷고 잘 서고 이렇게 하더라고요.]

지난 2013년 머리를 다친 박윤선 씨는 대형병원 두 곳에서 뇌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험금을 일부 지급한 후 한화손해보험 측이 미행을 시작했습니다.

[박윤선/한화손해보험 고객 : 제가 세브란스 가려고 하는데 그땐 아주 대놓고 찍더라고요.]

미행 뒤 "극히 정상"이라며 고소…

당시 보험사는 박씨를 고소하며 주민센터에 가는 걸 따라가보니 정상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해당 보험사는 보험금을 청구한 또 다른 가입자에 대해서는 직장 손님으로 위장해 영상을 몰래 찍기도 했습니다.

[이송희/한화손해보험 고객 : 허름한 차림의 아저씨 두 분이 왔어요. 동영상을 촬영해서 간 거야. (경찰에선) 병원하고 짜고 했냐]

애초 미행이나 몰카가 없었다던 보험사는 취재가 계속되자 해당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박윤선/한화손해보험 고객 : 자꾸 버스에서도 두리번거려요. 누가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나 안 찍나. 젊은 남자만 보이면.]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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