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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유흥업소 빼곡히…낯뜨거운 어린이 통학로

입력 2017-12-04 22:00 수정 2017-12-0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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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술집이 밀집해있는 유흥가는 늦은 시간까지 취객들로 몸살이지요. 어린 학생들이 매일 오가는 통학로 주변 유흥가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오전 8시 40분, 등굣길에 나선 초등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어쩐 일인지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골목길 곳곳에 모텔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모텔 20여 곳이 밀집해있는 이곳은 서울 강서구의 한 골목길입니다. 뒤쪽으로 와보면 이렇게 바닥에는 유흥업소 전단지와 함께 담배꽁초가 널려있는데요.

다름 아닌 이곳은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 지나다니는 등굣길입니다. 학교 정문과 가장 가까운 이 숙박업소는요. 불과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흥업소와 모텔에서 세워놓은 광고판들이 골목을 메우고 있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인근 주민 : 혼자 다니게 하기에는 좀 그래요. 옆에 모텔이 있어서…]

서너살 안팎의 영유아 보육시설이 도심 유흥가 한복판에 위치한 곳도 있습니다.

여관과 여인숙이 즐비한 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나오게 되면요. 알록달록 무지개 빛깔로 칠해진 2층 짜리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이 건물은 사실 구립 어린이집인데요. 차가 다니는 길쪽으로 한번 나가봤더니 어린이집 양쪽으로 술집과 노래방 등 각종 유흥업소가 즐비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주변 환경에 인근 상인들도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인근 상인 : 주택이 어딨어요. 다 술집이죠 모텔하고… 여기 생기면 안 되는 건데 생겼죠.]

이전을 위한 예산은 확보됐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해 2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어린이집 관계자 : 18억인가 예산만 확보했고요. 지금 자리가, 땅이 없어서 못 옮기고 있어요. 정말 땅값이 천정부지에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은 하교 시간 학생들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정문 바로 앞이 유흥가와 맞닿아있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교문 앞에는 학교 환경 위생 정화구역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지만, 불과 5m 떨어진 골목에는 유흥업소 전단지가 나뒹굽니다.

술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어른들의 모습도 아이들은 모두 지켜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 어떤 사람이 엄청 맞는 모습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요. 술병 깨는 것도요.]

경기도 부천의 한 여자 중고등학교 인근 통학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학교 건물과 불과 100m도 떨어져있지 않은 주변 골목길입니다. 뒤쪽으로는 분식집 간판도 있고 버스정류장도 설치돼 있어서 여느 곳과 다를 것 없는 학교 앞 풍경인데요. 하지만 해가지고 나면 이곳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

창문 하나 없이 문을 걸어 잠근 채 늘어선 15곳의 업소들은 일반음식점을 가장한 이른바 퇴폐 유흥업소들입니다.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자 열린 문틈으로 붉은색 조명이 새 나옵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은 이곳을 피해 반대쪽 길로 돌아갑니다.

[인근 학생 : 여기 밤마다 열려가지고. 막 여자들이 성매매하고 그러는 곳이라고 하던데… 술 취한 아저씨가 따라오려고 했었던 적은 있었어요.]

교육환경법에 따라 학교 경계선에서 200m까지는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으로 유해시설의 설치가 제한됩니다.

하지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다른 업종으로 운영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학교와 유치원 반경 200m 안에서 운영 중인 유해업소는 전국 150여 곳에 이릅니다. 교육환경이 침해받지 않도록 어른들의 배려와 실질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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