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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차례상 '홍동백서'…역사적 근거 있나?

입력 2017-09-28 21:44 수정 2017-09-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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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동백서, 붉은색 음식은 동쪽에, 흰색 음식은 서쪽에 놓는다. 조율이시, 대추-밤-배-감 순서로 올린다. 이 밖에도 두동미서, 좌포우혜, 어동육서…차례상을 말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표현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용어들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그리고 역사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팩트체크팀이 사료와 연구자들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결론은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대영 기자, 저도 어릴 때 이렇게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한 출판사가 낸 초등학교 1학년 참고서입니다. 홍동백서를 제사상의 규칙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학습서에서도 차례상의 규칙으로 홍동백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린이 교육 뿐만이 아닙니다. 국가 자격증인 '조리기능장 시험'에서도 홍동백서가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앵커]

국가시험에까지 나오지만 정작 출처 불명의 용어였다는 것이죠?

[기자]

네. 우선 중국 송나라 때의 기록입니다.

주자가 쓴 '주자가례'인데, 유교 예법의 기준이 되는 책입니다. 이 책에 '홍동백서', '조율이시' 같은 규칙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에 쓰여진 '사례편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일을 제일 하단에 놓는다고 쓰여 있지만, 어떤 색의 과일을 놓는지, 순서가 어떤지는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또 '어'를 오른쪽, '육'을 왼쪽에 놓는 것으로 나타내고 있지만, 어동육서라는 용어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방동민/성균관 석전보존회 사무국장 : 어동육서, 조율이시, 홍동백서 이런 말들은 후대에 나왔고 예서에는 전혀 없어요. 지금 그게 하나의 잘못된 용어예요. 전부다.]

[앵커]

차례상이 유교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작 유교와 관련된 사료에서는 그 용어와 규칙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자가례와 사례편람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정성'을 다하되 '간소하게' 지내라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의 책에서도 같은 맥락이 나타납니다.

퇴계 이황은 '퇴계문집'(1600년)에서 "음식의 종류는 옛날과 지금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1577년)에서 "제사는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을 위주로 할 뿐이다" "가산의 규모", 그러니까 집안 형편에 따라 하라고 적었습니다.

형식보다 예와 정성을 본질로 본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홍동백서, 조율이시 같은 용어는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요?

[기자]

정확한 기원은 파악되지 않습니다. 구전됐을 것으로 추정만 됩니다.

정부의 기록으로는 1969년에 등장합니다. 문화공보부가 전라남도의 '민속종합조사보고서'를 펴냈는데, "홍동백서 등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사가 '일부지역의 사례' 혹은 '확실한 근거 없는 용어'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김시덕/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육과장 : (정부가) 조사를 할 때 '혹시 홍동백서가 있습니까, 조율이시가 있습니까' 실제로 여쭤보면 그때에는 잘 모르고 있다가도 '아 그런 것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문화적 전통인 것처럼 일반화된 과정이 있었고요. 그래서 역전파가 됐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앵커]

또 이런 것들이 언론 보도나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등장했잖아요. 그 영향도 좀 있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용어들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1969년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조금씩 보도가 늘었고, 1980년대 이후에는 이처럼 '추석 상차림 안내'라는 제목으로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됐습니다.

이 때문에 홍동백서와 조율이시가 차례상의 규칙인 것으로 잘못 인식된 측면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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