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박병호 다운' 방식으로 신고식을 마쳤다.
넥센으로 돌아온 박병호(32)가 복귀 첫 시범경기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13일 한화와 2018 KBO 시범경기 개막전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두 번째 타석에서 큼직한 아치를 그렸다.
박병호는 1-0으로 앞선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선발 김민우와 맞섰다. 볼카운트 1볼에서 김민우의 2구째 직구(시속 136
㎞)가 몸쪽으로 높게 들어오자 부드럽게 잡아 당겼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 125m를 날아갔다. 대전구장을 찾은 한화 팬들마저 박수를 보낼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박병호는 지난 2년간 미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다. 2015시즌을 마친 뒤 미네소타와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2016년엔 메이저리그에서 제법 장타력도 뽐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그 사이 넥센의 팀 성적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4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다르다.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 줄 확실한 4번 타자 박병호가 돌아왔다. 박병호는 2013년부터 4년간 홈런왕과 타점왕을 연속으로 석권했다. 2015년과 2016년엔 2년 연속 50홈런도 돌파했다.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고척스카이돔에서 홈런 퍼레이드를 펼쳐 줄 주인공이 돌아왔다.
그런 기대가 큰 만큼 박병호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자칫 너무 많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우였다. 박병호는 모처럼 다시 밟은 한국의 야구장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장기인 홈런을 폭발시켰다.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휘두른 스윙이 홈런으로 연결됐다.
박병호는 첫 번째 타석에서는 김민우의 제구 난조를 틈타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갔고, 세 번째 타석에선 김민우의 초구를 공략했다가 야수 정면으로 향해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섰다. 2타수 1안타 1볼넷. 2년 만에 다시 KBO 리그 무대에 선 박병호의 첫 공식 경기는 넥센의 5-4 재역전승으로 끝났다.
박병호는 경기를 앞두고 올해 시범경기가 정규시즌 일정상 팀당 8경기로 축소된 데 대해 걱정을 표현했다. "더 많이 (시범경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한국 투수들의 공을 보고 시즌을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후에도 "이번 시범경기는 경기 수가 적어서 매 타석 집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했다"며 "홈런보다 그 부분이 더 중요하다. 매 경기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모처럼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타이밍이 조금 늦어서 홈런이 될 줄 몰랐다"며 "워낙 오랜만이라 생각보다 더 오래 뛴 것 같다"며 웃었다.
박병호의 진짜 여정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몸은 거의 100% 만들어졌다.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앞으로 잘 적응해야 나가야 한다"며 "어떤 것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시범경기 동안 정규시즌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전=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