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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빨래' 송추가마골 수사 난항…448억 쓴 모범음식점 관리 엉망

입력 2020-07-31 21:24 수정 2020-08-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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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랜차이즈 직원 간 대화 (지난 1월) : (버려야지 이건?) 몰라. 여기 맨날 헹궈서 썼어.]

[앵커]

최근 저희 JTBC는 유명 갈비 업체인 송추가마골 한 지점에서 이렇게 고기를 빨아서 손님에게 팔았다고 보도해드렸습니다. 저희 보도로 경찰도 수사에 들어갔지만, 저희가 보도한 영상 말고는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지자체는 과태료 30만 원을 부과하는 데 그쳐 더 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먹거리 범죄들 과거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저희가 쭉 분석을 해봤더니, 먹는 것 갖고 장난치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먼저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냉동 갈비를 뜨거운 물에 녹인 뒤 상태가 변하자 소주와 새 양념에 씻어 팔았다면, 형사 처벌 대상일까요?

경기 양주경찰서는 식품위생법 7조 4항을 적용해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게 가공하고 보존했다는 건데, 최대 징역 5년에 벌금 500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 판례들을 들여다 보니, 무겁게 처벌받을 가능성 낮아 보입니다.

2년 전 제주도의 한 수협에서 구더기와 비산 먼지가 섞인 멸치액젓을 판매용으로 보관해온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한데, 직원과 조합 측은 벌금 700만 원과 18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에서 삼각김밥과 샌드위치의 유통기한을 속여 학교 편의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팔아넘긴 식품업체 대표.

이렇게 번 돈만 4억9000만 원이 넘는데, 벌금 한 푼 안 냈습니다.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대전에서 오염된 지하수로 조리 기구를 씻고 생선을 해동해온 횟집 주인.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한데, 법원은 지난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018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 중에 1심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은 1%대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60% 이상이 벌금 등 재산형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이 사건들은 정식 재판에 간 경우인데요.

2018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재판에 넘겨진 건 3% 뿐입니다.

나머지 97%는 검찰이 재판 없이 간단히 구형하는 약식기소만 한 겁니다.

전체 기소 사건의 약식기소율이 74%란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있습니다.

[김태민/식품의약품전문 변호사 : 불량식품이나 위해식품을 만드는 영업자들이 형사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한 번 걸려서 얻는 부당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이 때문에 먹거리 범죄를 막기 위해선 "번 돈을 훨씬 웃도는 규모의 징벌적 벌금을 물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나랏돈 448억 쏟은 '모범음식점'의 배신…관리 어떻길래

[앵커]

송추가마골 관련 보도에 많은 분들이 분노한 이유, 또 있었습니다. 버려야 할 고기를 빨아 쓴 가게가, 10년 넘게 모범음식점이었단 점입니다. 모범음식점에 지난 5년간 쏟아부은 나랏돈이 400억 원이 훌쩍 넘는데요.

어떻게 관리되고 있길래 이런 일이 생겼는지, 최재원 기자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고깃집입니다.

손님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모범음식점 표지판이 걸려 있습니다.

[송파구 모범음식점 취소 업소 사장 : 손님들이 이거 보면 좋아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 곳은 3년 전 위생불량으로 모범음식점 지정이 취소된 곳이었습니다.

[송파구 모범음식점 취소 업소 사장 : (지정 취소됐는데?) 뭔 이야기야? 연락받은 것도 없고. 모르겠어요.]

지자체 소관 부서도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습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그대로 달고 계시면 안 되는데…]

서울 강서구의 한 민속주점입니다.

지난해 청소년에게 술을 팔다 한 달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영업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으면 모범음식점 지정은 취소되고, 관련 표지판과 지정증을 반납해야 합니다.

하지만 1년 넘도록 관할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상의 모범음식점 현황 자료를 기반으로 현장을 확인해봤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지정 취소 음식점 50곳 중 15곳이 버젓이 모범음식점 표지판이나 지정증을 내걸고 장사하고 있었습니다.

[은평구청 관계자 : 아아 그거 회수 안 해서 그렇지. 우리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 그러는데 뭐. 저희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하기 때문에…]

전국에 모범음식점은 1만 4900여 곳, 세금 혜택부터 융자 지원까지 지난 5년간 지자체 예산 448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모범음식점은 주방시설이나 건물 구조 등 외관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도 지정되면 위생 검사를 2년간 면제받을 수 있어 오히려 위생 관리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식약처 측은 "위생 수준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위생등급제로 음식점 인증제도를 일원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제공 : 남인순 의원실 (국회 보건복지위)]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김승희·최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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