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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멀티이닝 세이브'가 대세

입력 2016-10-1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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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가을야구의 시작을 알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맞상대는 볼티모어와 토론토였다.

토론토는 연장 11회말 에드윈 엔카나시온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이 경기 뒤 최대 화제 중 하나는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불펜 운용이었다. 사이영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잭 브리튼을 등판시키지 않았다. 볼티모어는 원정팀. 마지막 수비를 위해 브리튼을 아꼈지만 끝내 리드를 잡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쇼월터 감독은 선발 크리스 틸먼의 조기투입 승부수 이후 내놓았던 투수교체를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승자독식' 경기에서 100% 전력도 가동하지 못한 채 올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쇼월터 감독이 영향을 미쳤을까. 이후 진행되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특징은 감독들이 마무리투수를 평소보다 일찍 등판시킨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마무리투수 조기 투입 승부수는 먹혀 들고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놀라운 승부수를 던진 감독은 클리블랜드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 3회 솔로 홈런 3방을 앞세워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5회초 보스턴이 1점을 추격하자 프랑코나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 투수를 앤드류 밀러로 교체했다. 밀러는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다음 타자 데이빗 오티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기를 막고, 아웃카운트 6개를 잡아냈다.

프랑코나 감독의 모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회 아웃카운트가 5개 남은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코디 앨런을 투입했다. 정규시즌에서 아웃카운트 5개짜리 세이브를 딱 1개 기록한 앨런은 삼진 4개를 잡아내며 보스턴 타선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1차전 뒤 팍스스포츠의 크리스 바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프랑코나 감독의 불펜 운용에 찬사를 보냈다. 첫째, 승부처에 사용할 수 있는 불펜투수 2명 보유(밀러, 앨런). 둘째, 에이스 코리 클루버가 2차전에 등판. 셋째, 2차전 후 휴식일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1차전 귀중한 승리를 얻은 클리블랜드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리그 최강 타선 보스턴을 상대로 내리 3연승을 거두며 챔피언십시리즈에 선착했다.

마무리 1⅔이닝 세이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토론토와 LA 다저스로까지 이어졌다. 정규시즌 막판 다소 불안했던 불펜이 고민거리였던 토론토는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로베르토 오수나가 8회 1사 1·3루 위기를 막아내며 원정에서 2연승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클리블랜드와 마찬가지로 3연승을 거뒀다. LA 다저스도 켄리 잰슨을 일찍 투입하는 초강수로 원정 1차전에서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두 선수 모두 1⅔이닝 세이브는 통산 2번째였다.

메이저리그에선 불펜투수 분업화에 따른 1이닝 세이브가 일반적이다. '멀티이닝 세이브'는 마무리투수에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가 8회에 나올 때는 주자가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긴장된 상황에서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그리고도 1이닝이 더 남아 있다. 더그아웃에 들어가더라도 9회를 위해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기록된 세이브는 3832개다. 이 가운데 1⅓이닝 이상 세이브는 304개로 7.9%다. 1⅔이닝 이상은 130개로 3.4% 뿐이다. 그러나 1승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는 다르다. 2013시즌부터 올시즌까지 포스트시즌에선 63세이브가 기록됐다. 1⅓이닝 이상 세이브는 19번(30.2%)이나 나왔다. 감독들은 9회가 아니더라도 승부처가 이 때다 싶으면 여지없이 정규시즌보다 마무리투수를 더욱 자주 부른다. 아니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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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에서 멀티이닝 세이브 분야의 '달인'은 메이저리그 통산 652세이브에 빛나는 마리아노 리베라다. 리베라는 16회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48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무려 31세이브가 멀티이닝 세이브다. 비율러는 64%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라 2이닝 세이브도 14번, 2이닝 구원승도 통산 8승 가운데 6승에 달했다. 조 토레 감독은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라 판단하면 리베라를 출격시켰다. 그리고 리베라는 그 믿음에 보답했다. 양키스는 리베라가 있을 때만 5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불펜투수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정규시즌 선발투수의 소화 이닝은 전체의 63%, 불펜투수는은 37%였다. 그러나 10일까지 포스트시즌에선 선발투수는 전체 이닝의 59%만 소화하고 있으며, 불펜투수의 평균자책점은 1.54로 정규시즌에 비해 무려 2점이상이나 낮다.

디펜딩챔피언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지난 2년간 아메리칸리그를 제패한 데에는 '불펜 3대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103승 팀 시카고 컵스는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 유망주 4명을 출혈하며 매 경기 1이닝을 사수하기 위해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했다.

이번 포스트시즌도 각 팀들의 불펜 싸움은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감독들의 마무리 투수 투입시점을 지켜보는 것도 포스트시즌을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승리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제 2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

반승주(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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