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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박 요릿집은 맛집이 아니다'

입력 2017-10-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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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이완용. 그의 이름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이 있을까.

그가 사망했던 1926년 2월, 동아일보는 '무슨 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나'라는 제목의 논설을 실었습니다.

"천사만사 누릴 줄 알았지만… 굳어가는 혀를 깨물 그때가 왔다. 누가 팔지 못할 것을 팔아서 능히 누리지 못할 것을 누린 자냐… 책벌을 이제부터 영원히 받아야지"

일제의 검열 탓에 기사는 삭제되었지만 친일파의 죽음은 심한 조롱거리였던 것입니다.

또한 당시 경성에서는 공동화장실을 일컬어 '이·박 요릿집'이라 했는데 '이'와 '박'은 매국노 이완용과 박제순을 가리키는 말로 그들이 똥을 먹는 개라는 의미의 비아냥이었습니다.

물론 이완용이라는 인물 하나로 집약되는 매국에 대한 분노는 당시의 집권 세력들의 무능을 가린다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어찌됐든 '이완용' 이란 이름은 단지 한 인물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름 이완용. 주소 조선총독부. 전화번호는 경술국치일.

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명단에 이완용이라는 이름은 다시 등장했습니다.

한 사람이 수백 장을 제출하는가 하면, 그것을 '차떼기'라는 매우 익숙한 방식으로 옮겼다던 허술한 여론조작…

이완용뿐 아니라 박정희 박근혜…. 익숙한 인물들의 이름들도 등장했다는데…

찬성자 명단에 이완용이라는 이름을 적어 넣었을 그 누군가는 그 옛날 이·박 요릿집이란 말을 만들어 냈던 그 누군가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그리고 그런 찬성용지를 사용해서라도 역사를 입맛대로 만들어보려 했던 정권의 비루함은 또 무엇인가….

이완용. 팔지 말아야 할 것을 팔아 역사 앞에 돌이킬 수 없는 이름을 기록한 자.

그 이름 석 자는 100년이 지나서도 흰 종이 위에 여전히 남아 역사의 물길마저 바꾸려 했던 어리석은 권력자들을 되레 비웃고 있었을까…

오늘(12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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