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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112조 실수'…방치한 시스템, 이용한 직원들

입력 2018-04-07 21:17 수정 2018-04-0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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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팻 핑거(fat-finger error)'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꺼운 손가락으로 키보드 자판을 잘못 누르는 것처럼, 금융권에서 실수로 주문을 잘못해 투자손해가 나는 것을 말합니다. 두 달 전 한 증권사 직원은 실수로 시장가격보다 너무 싸게 주식을 내놓는 바람에 62억 원의 손실을 낸 적이 있고, 또 옵션 만기일을 잘못 입력해 500억 원 가까이 날리면서 회사 자체가 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제(6일) 직원들에게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해 주가 폭락 사태를 가져온 삼성증권 사고도 '팻 핑거'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수를 너무 쉽게 방치한 시스템, 또 실수인 줄 알면서도 팔아서 돈을 챙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팻 핑거 이상의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습니다.   

먼저 이주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해 업계에서는 단순실수를 넘어 허술한 시스템과 낮은 직업윤리가 부른 참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삼성증권의 전체 발행 주식은 8930만주, 시가총액으론 3조 4000억원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실수로 배당된 주식은 28억여 주, 시가총액은 112조원이 넘습니다.

실제보다 30배 넘는 '유령주식'이 발행됐지만 증권사 시스템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이 실체없는 주식은 거래도 됐습니다.

주식이 새로 발행되려면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 한국예탁결제원에 등록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런 절차 없이 마치 주식이 발행된 것처럼 인식했습니다.

남의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를 넘어 아예 유령주식이 시장에 나오는 유례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메워야 할 증권사 직원들은 도덕적 해이로 오히려 파장을 더 키웠습니다. 

직원 20여 명이 주식을 곧바로 팔아, 한 사람당 평균 1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습니다.

실체도 없이 팔린 주식 500여만 주는 거래가 체결된 이틀 후에는 매수자에게 넘겨줘야 합니다.

삼성증권은 직원들에게 주식을 다시 사게 하고 기관투자자에게도 주식을 빌려 겨우 이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만약 전체 발행주식보다 더 많은 규모가 팔렸다면 수습도 할 수 없는 큰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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