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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숨 죽였던 성화 점화의 뒷얘기…김연아가 돌아온다

입력 2018-05-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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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숨 죽였던 성화 점화의 뒷얘기…김연아가 돌아온다


김연아는 대체 어디 숨어 있었을까.
3개월 전 얘기지만 제가 그랬듯,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2018년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는 김연아가 만들었습니다.  성화대 앞에 홀연히 나타나 멋들어진 공연에 이어 점화까지.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팬들의 탄성이 쏟아져 나온 순간이었습니다. 올림픽 취재를 하며 많은 성화 점화 장면을 봤지만, 손꼽히는 아름다운 점화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김연아는 대체 어디서 '짠~' 하고 나타난 걸까요. '깜짝 성화 쇼'를 위해 김연아는 며칠 전부터 조심 또 조심, 첩보 작전처럼 이동했습니다.

리허설부터 그랬습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리허설은 철통 보안 속에 치러졌습니다. 특히 로이터 통신이 올림픽을 앞두고 성화대 점화 리허설 사진을 몰래 찍어 송고한 뒤엔 보안이 더 철저해졌습니다. 그래서 리허설 시간은 새벽으로 옮겨졌습니다. 때문에 김연아는 최종 성화 점화 리허설을 개회식 사흘 전인 2월 6일 오전 3시에 치러야 했습니다. 당시 평창의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 '황태 덕장'으로 활용될 만큼 매섭고 세찬 바람이 부는 곳이었는데, 김연아는 비밀리에 리허설을 치러냈습니다.

평창이나 강릉에서 김연아가 눈에 띈다면, 누구라도 마지막 성화 주자를 예상할 수 있었겠죠.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 주자 후보는 김연아 뿐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으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김연아는 리허설 이후 개회식까지 사흘간 속초에서 숨어 지냈다고 합니다.

개회식 당일에도 작전은 계속됐습니다. 다른 출연자들과 대기실에 있던 김연아는 개회식 공연이 시작된 뒤, 차량을 타고 성화대 슬로프 밑 '비밀의 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성인 4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좁은 방은, 성화 마지막 주자를 위해 마련된 곳입니다. 이 곳에서 약 20분을 대기하던 김연아는 개회식 세 번째 성화 주자 안정환이 불을 이어 받은 순간, 슬로프 안쪽 비밀 계단을 이용해 성화대까지 이동했습니다. 성화대 아래 쪽 아이스링크는 외부로 노출된 곳이라 여기서는 더 이상 노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인근에 앉았던 관객들은 최종 점화자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게 됐죠.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와 정수현이 슬로프 계단을 오르던 순간, 링크 근처에선 "김연아가 마지막 성화 주자구나"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사실 은퇴한 김연아가 2014년 마지막 아이스쇼 이후 4년 동안 대중 앞 공연을 꺼렸던 이유는 참 역설적입니다. 대중이 그토록 바라던 선수 복귀에 대한 기대감, 그 게 그토록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게다가 김연아 만큼 눈에 띄는 피겨 선수가 없었던 터라 선수 복귀를 바라는 팬들도 많았고, 그런 희망을 담은 전망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혹시라도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하지 않기 위해 김연아는 링크 위 공연에선 스케이트 조차 신지 않았던 거죠. 그러나 김연아는 평창 올림픽에서 선수 복귀보다 더 멋진 공연으로 '깜짝 쇼'를 펼쳤습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이 끝난 뒤 석 달이 지났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김연아는 한층 홀가분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했고, 4년 만에 아이스쇼로 돌아온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어쩌면 이제야 진정한 자유를 얻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맘껏 링크 위에서 연기를 뽐낼 수 있으니…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되는 이번 쇼에서 김연아는 영화 '팬텀 스레드'의 OST 가운데 하나인 '하우스 오브 우드코크'에 맞춰 새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물론 은퇴했다가 다시 선수로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김연아라는 이름은 여전히 설렘을 불러냅니다. 새로 선보일 연기 역시 기대를 불러 모읍니다. 선수 시절 함께 했던 데이비드 윌슨의 안무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선율과 선율과 섞여 우아한 연기로 어우러지겠죠.  스물 여덟의 김연아가 만들어 낼 또 다른 페이지가 궁금합니다.

이번 공연에는 '포스트 김연아'로 불린 최다빈, 그리고 평창올림픽 아이스댄스 금메달리스트인 테사버츄-스캇 모이어 조, 2018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케이틀린 오스몬드, 캐나다 간판이자 최근 은퇴를 선언한 패트릭 챈 등도 출연합니다.

2017년 JTBC <팬텀싱어> 초대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도 함께 한다고 하니 꽉 찬 무대가 팬들 눈과 귀를 즐겁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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