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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일회용 컵 속 음료…청소원들 '처치곤란'

입력 2017-07-25 22:09 수정 2017-07-2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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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같은 날씨에 시원한 음료, 많이 찾게 되지요. 마시는동안 잠깐이나마 더위를 식힐 수가 있는데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이 날려버린 더위가 고스란히 모여있는 곳이 있습니다. 먹고남은 컵들이 쌓인 쓰레기통, 밀착카메라가 그 속을 들여다봤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저는 지금 서울의 한 지하철 역에 나와있습니다. 이렇게 지하철을 청소하시는 청소원 분들의 차를 보면요. 다들 이 양철통 하나씩을 가지고 다닙니다. 이 양철통 안을 자세히 보면요. 탁한 액체와 함께 군데군데 이렇게 과일찌꺼기 같은 것도 남아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왜 다들 양철통을 가지고 다니시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일회용 컵들이 쓰레기통을 가득 메웠습니다.

빈 것도 있지만 먹다 남은 음료와 얼음이 남아있는 게 대부분입니다.

[지하철 청소원 : 다 먹었다고 생각하니까 쓰레기라고 생각하겠죠. 그러다 보니까 그냥 던지는 거예요. 무심결에. 뛰어가면서 버리고…]

컵 속에 남아있는 액체를 일일이 분리하기 위해 양철통 하나씩을 가지고 다니는 겁니다.

5L통이 금세 가득 차고 청소 카트가 턱을 지날 때마다 넘칠 듯 출렁입니다.

이럴 땐 화장실까지 들고 가 통을 비워야 합니다.

[지하철 청소원 : (한 번에) 다섯 개 정도 나와요.]

쓰레기통 안을 자세히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여기 보시면 타피오카 펄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데도 이렇게 버렸고요. 이렇게 보시면 커피가 절반 가까이 남아있는 상황인데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습니다. 안쪽을 좀 보겠습니다. 보시면 이렇게 컵이 뉘어져 있어서 물이 계속해서 새고 있고요. 이 아래를 보시면 신문지를 깔아놨는데도 흥건히 젖어있고 물이 찰랑찰랑할 정도입니다.

쓰레기들이 젖으면서 악취까지 납니다.

쓰레기통 바닥에 까는 신문지도 수시로 갈아줘야 합니다.

[지하철 청소원 : 커피를 하도 많이 흘리니까 지저분하고 냄새나고요. 신문을 깔면 냄새도 제거되고요. 물이 흐르니까 마르라고 까는 거예요.]

신문지를 깔고 나면 날파리를 막기 위해 모기약도 뿌립니다.

쓰레기통 하나를 정리해보니 비닐 포장된 컵은 더욱 처리하기 힘듭니다.

한 쓰레기통에서만 컵 25개가 나옵니다.

[지하철 청소원 : (시간이 얼마나 더 걸려요?) 한 40분. 커피 물 쏟으면 그거를 다 정리해야 하니까…쏟고 또 버리고 분리를 다 하고요.]

거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잔 속 내용물에 개미가 걸어 다니고 컵 안에 쓰레기를 버리기도 합니다.

쓰레기통도 일회용 잔으로 가득 찼습니다.

[A 씨/강서구 환경미화원 : 절반도 안 먹고 버리거나 특히 버스정류장은 더 심하죠. 장갑을 끼면 장갑이 다 젖겠죠.]

시민에게도 이유가 있습니다.

[국보민/제주 서호동 : 음료를 버리는 곳이 따로 없으니까…보통 안에 건더기가 있어도 쓰레기통에 건더기까지 같이 버리죠.]

저희가 이곳 지하철역에 쓰레기통 위에 플라스틱 통을 설치한 다음에요, 양면테이프로 이렇게 고정을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음료는 여기에 버려달라. 그리고 컵은 이 쪽에 버려달라고 안내를 해놨는데요. 시민들이 안내에 얼마나 따랐는지 1시간 뒤에 와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한 시간 후 다시 가보니 남은 음료와 빈 컵이 잘 분리되어 버려졌고 바닥에 깔아둔 신문지도 젖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청소원 : 우리도 청소하기 좋고, 일하기도 편안하고.]

최근 일부 구청에서는 액체 쓰레기를 따로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 전까진 컵을 최대한 바르게 세워 버려달라고 청소원들은 요청합니다.

무심코 버린 일회용 컵들이 쌓여 매년 여름이면 곳곳에 청소원분들의 고생이 많습니다. 시민들의 배려가 우선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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