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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법은 귀족을 봐주지 않는다"고…

입력 2017-03-21 21:34 수정 2017-03-2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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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3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하며 중국의 사상가 한비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2016년에서 17년으로 이어졌던 길었던 탄핵정국을 마감하는, 그러나 다가올 또 다른 시대를 정의하는 한 줄 문장의 무게는 그렇게 무거웠습니다.

한비자의 법가사상은 법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법은 귀족을 봐주지 않는다…형벌이 엄중하면 귀족은 백성을 업신여기지 못한다"

고 신영복 선생의 한비자 풀이에 따르면 당시 공경대부와 같은 귀족은 '예'로 다스리고 서민들은 '형'으로 다스리는 게 법 집행의 원칙이었지만 한비자는 예와 형의 구분을 없애 귀족도 서민과 똑같은 형률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비자는 오로지 법에 의한 지배를 천하의 질서로 내세웠고 이를 토대로 한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완성했던 것이지요.

법에 의한 지배. 그러나 현실이 이론처럼 명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 법 위에 군림하며 헌정 질서마저 무시해온 그들을 봐왔습니다.

'사적인 것으로 공적인 것을 어지럽히고… 벼슬자리는 세도가를 통해 얻고… 봉록은 뇌물에 따라 받는다면… 나라가 망할 징조'

한비자의 경고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치 예언서처럼… 지금 시대에도 유효합니다.

결국 대통령은 파면됐고 오늘은 그토록 피해왔던 검찰 조사마저 받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긴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긴 여정… 그렇습니다. 한비자의 법가사상이 나온 것은 200년 전도 아닌 2000년 전이지만, 검찰의 특별대우 논란은 오늘도 불거졌으며 우리는 아직도 전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그 전임 대통령을 '마마'라고 부르며 통곡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한 가지 시대가 바뀌었다는 위안은 그 누구의 올림머리와 비교되었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헤어롤 정도.

오늘(21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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