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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마속이 돌아왔다'

입력 2019-12-04 21:36 수정 2019-12-0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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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희대의 전략가로 손꼽히는 제갈공명이지만 그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습니다. 

"마속을 어찌 보시오?"
공명이 대답한다.
"마속은 당대의 영재입니다"
- < 삼국지 > 황석영 평역

당대의 라이벌 위나라와 맞붙는 일생일대의 격전을 앞두고 공명은 아끼는 장수인 '마속'을 선봉에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마속은 공명심만 가득했지 독선적이었고 전략에 서툴렀습니다.  

싸움은 대패했고 패장은 자신의 목숨만 간신히 부지해서 돌아왔지요.  

공명은 책상을 치며 놀란다.
"마속이 무지하게도 우리 군사를 함정 속에 몰아넣었구나!"
- < 삼국지 > 황석영 평역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는 너무도 유명한 일화이니까 따로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읍참마속
공명은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고…

그러나 세상이 간과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이 몽매하여… 일을 분별함에 너무도 어두운 탓… 스스로 벼슬을 세 등급 내려서 허물을 책하고자 하오니…"
- < 삼국지 > 황석영 평역

공명은 아끼는 수하의 잘못을 냉정하게 벌하였으나, 결코 마속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는 않았습니다.

미숙한 자를 선봉에 내세웠던 전략가의 오판 그 책임은 마속을 임명한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였던 것입니다.

공명은 스스로 허물을 벌하며 전쟁을 이어갔습니다.

그의 이름이 역사에 빛난 이유에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읍참마속'이라는 단어를 가장 즐겨 사용하는 곳은 바로 정치권입니다.

단식을 끝내고 복귀한 야당 대표의 일성도 그러했지요.

"필요하다면 읍참마속 하겠다"
-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2019년 12월 2일)

과연 그 결기대로 마속은 여러 명 베어져 나가서 주요 당직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원하던 원내대표 역시 황망히 퇴장하였는데 마속이 베어져 나가는 사이에 '책임'이란 단어는 어디론가 휘발되어 버렸고 수차례 강조해온 '젊음'과 '혁신'이란 구호마저 사라져버렸으니…

"내가 우는 것은 마속 때문이 아니오… 나의 어리석음이 원망스러워서 이렇듯 애통해하는 것이오"
- < 삼국지 > 황석영 평역

제갈공명의 눈물은 마속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마속을 베어버리는 동시에 자신의 명예 또한 함께 베어버렸습니다.

어찌 보면 그의 결기는 바로 거기서 찾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베다'

정치권이 마치 결기를 뜻하는 유행어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긴 '책임'의 무게를 간과한 사이에 마속은 죽지 않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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