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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과하면 해가 되는…'영조 임금의 오미자차'

입력 2017-12-07 21:49 수정 2017-12-0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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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소주는 고려시대에 몽골로부터 전해졌습니다.

물처럼 투명하고 향기로운 술.

고려인들을 단번에 매혹시킨 소주는 조선으로 바뀐 다음 더 깊게 뿌리를 내려 임금의 극진한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내가 목이 마를 때 오미자차를 마시는 것뿐이다"

영조는 술 좀 그만 드시라 권하는 신하에게 다소 체신 떨어지는 변명까지 늘어놓았다고 하지요.

그러나 지나친 술은 화를 부르는 법. 실록에는 술로 인해 벌어진 사건들이 가득합니다.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이방우는 매일 소주를 마시다가 술병이 나 사망했고 술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무시무시한 아내의 이야기도 있으니…

술은 향기로우나, 과하면 해가 된다는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주취감경'

즉,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재판 관행이 논란이 됐습니다.

어린 소녀에게 몹쓸 상처를 남긴 문제의 가해자가 이 주취감경을 적용받아 3년 뒤에 출감하기 때문입니다.

청원은 60만 명을 넘어서 청와대의 답변까지 이끌어냈지만 재심은 불가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지요. 하긴 청와대인들 방법이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럼에도 그 많은 이들이 청원하고 또 청원하는 것은 왜인가…

우리는 그로 인해 또 한 번 참혹한 심정을 겪어야 하는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5대 강력범죄 네 건 중 한 건 이상이 술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고 하니, 그 가운데 이른바 주취감경으로 헐거워진 형량이 얼마나 많을까…

"술에는 인생을 건 장인이 있었고 세월이 쌓아놓은 제조 비법이 있었고 곰삭은 문화가 있었고 휘청거리는 역사도 있었다"

술 평론가 허시명 씨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술은 결코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테지요.

하지만 그는 한편으로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진정한 주당이라면 술이 떡이 되지 말고 술이 덕이 되게 할 일이다"

그러나… 한낱 술 취한 자에 의해 삶이 바뀌어야 했던 소녀를 다시 떠올리면 진정한 주당이니, 덕이니 하는 것들은 또한 얼마나 사치스럽고 덧없는 것들인가…

오늘(7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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