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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송정 "남편 이승엽 400홈런, 길몽을 꿨지요"

입력 2015-06-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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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송정 "남편 이승엽 400홈런, 길몽을 꿨지요"


"애들 아빠가 알아서 잘 하는데요."

이송정(33)씨는 미스코리아 출신이다. 그런데 이름 앞에는 '이승엽의 아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지난 2002년 결혼식을 올린 뒤 곁에서 묵묵히 내조에 전념한 이 씨가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이송정 씨는 때마침 두 아들 은혁(10) 은엽(5) 군과 함께 삼성-롯데전이 열린 3일 포항구장을 찾았다. 이승엽은 이날 롯데 구승민으로부터 프로야구 역대 첫 개인 통산 400홈런을 기록했다. 관중석에서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던 이 씨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찾아왔다.

이승엽은 "가족이 야구장을 방문했을 때 홈런을 쳐서 다행이다. 가족의 힘이라고 해야겠죠"라며 "아내가 대구로 이사 와서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아이들도 대구 와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큰 결정을 해줘서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국민타자'의 곁에는 예쁜 '내조의 여왕'과 듬직한 '사내 아이 두 명'이 있다. 이송정씨로부터 '대한민국 최고타자'의 아내로 사는 삶을 들어봤다.


- 개인 통산 400홈런을 직접 본 소감은 어떠세요?

"정말 기쁘고, 가슴 뭉클해요. 남편이 워낙 포항구장을 좋아하고, 또 성적도 좋았기에 포항구장에서 쳤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었어요.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을 봤을 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당시 21세) 마냥 기쁘고 즐겁기만 했는데, 이제는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 400호 홈런을 예상하셨어요.

"은혁이가 경기 전에 남편이랑 통화하면서 '오늘 홈런 칠 것 같아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은혁이가 '오늘 왠지 칠 것 같다'면서 '가서 꼭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남편도 여기에 큰 의미를 두더라고요. 사실 제가 좋은 꿈을 꿨어요. 제가 평소 갖고 싶던 금반지가 있었어요. 꿈속에서 갑자기 상자가 있어 열어봤는데 금반지가 3개 있더라고요. 저도 신기했어요."


[인터뷰] 이송정 "남편 이승엽 400홈런, 길몽을 꿨지요"


- 야구장은 가끔 방문하시는데.

"애들 때문에 바빠서 자주는 못 가요. 은혁이가 '친구들과 야구장 가고 싶다'고 하면 데리고 가요. 은혁이가 다 정해요."


- 최근에 서울에서 대구로 이사하셨는데.

"두 달 정도 됐나? 늦게 와서 남편한데 미안하죠. 혼자서 그 동안 고생 많이 했을거에요. 대구로 옮긴 뒤 제 마음도 더 편하고 잘한 것 같아요. 또 대구도 금방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고. 애들도 이틀 만에 대구 사투리를 다 하더라고요.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 이승엽 선수는 남편으로서 10점 밖에 안 된다고 했어요.

"제가 애들 혼내고 나쁜 역할 다하고 있어요. 제가 원래 성격이 착했거든요(웃음). 그런데 남자 애들 둘 키우면서 목소리도 커지고. (은퇴 후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했어요.) 진짜요? 애들 아빠가 워낙 가정적이고 자상해요."


- 그럼 반대로 야구 선수 이승엽, 남편 이승엽은 몇점?

"야구 선수는 제가 감히 점수로 매길 수 없죠. 남편은 90점? 자주 얼굴을 못 보니까. 은퇴하면 100점 남편 되지 않을까요?"


- 남편 이승엽은 어떤 모습이에요.

"무뚝뚝하죠. 집에서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닌데, 그래도 워낙 가정적이니까. 애들하고 잘 놀아줄 때 가장 뿌듯하고 기분 좋아요."


[인터뷰] 이송정 "남편 이승엽 400홈런, 길몽을 꿨지요"


- 은혁 군도 리틀야구를 한다고 들었는데.

"이제 막 야구를 배우고 있어요. 키도 크고 힘도 좋고. 야구 선수가 꿈이에요."


- 은혁 군과 은엽 군도 아버지가 야구 선수인지 알고 있겠는지요.

"은혁이는 굉장히 자랑스러워해요. 은엽이는 사람들에게 '우리 아빠가 이승엽이에요'라고 얘기하고 다녀요. 주변 사람들 반응을 보고 좋아하더라고요."


- 이승엽 선수도 두 아들을 굉장히 예뻐한다고 들었는데.

"첫째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잘 몰랐고 돌보는데 급급했죠. 은혁이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좋아해요. 다만 사춘기가 올듯말듯 하는데 이제 '엄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해요. 대구를 내려올 때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걱정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잘 적응한 모습이에요. 둘째는 예쁜 모습도 보이고 귀여워요. 남편도 둘째를 상당히 귀여워해요. 은혁이는 좀 의젓하고, 은엽이는 정말 장난꾸러기에요."


-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도중 은혁이를 혼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 뒤 지인들의 연락을 받고 알았어요. 그때 은혁이가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가서 여러 아이들을 다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또 남편이 다소 부진해서 긴장도 됐고. 애기 아빠가 타석에 들어섰는데 은혁이가 갑자기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저도 모르게(웃음)."


[인터뷰] 이송정 "남편 이승엽 400홈런, 길몽을 꿨지요"


-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일단 어제(3일) 홈런 장면을 잊을 수 없고. 너무 많죠. 2008 베이징 올림픽도 빼놓을 수 없고, 2003년 56호 홈런도 마찬가지고."


-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는 '야구 선수 이승엽'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새벽에 잠을 못 자는 날도 많아요. 남편이 좀 예민하고 민감한 성격이어서 (부진하면) 털어버리려고 해도 마음에 좀 담아두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럴 때 더 안쓰럽고. 집에 와서 (힘든) 내색을 잘 안 하기 때문에 따로 잔소리를 안해요. 또 그럴 필요도 없고. 야구장도 워낙 일찍 나가고 또 늦게 오는 편이에요. 아직도 노력 많이 하거든요. 그냥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하는 편이에요."


- 그 동안 야구 선수 남편을 내조 하느라 힘들었을텐데.

"힘든 일은 너무 많았죠. 일일이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시 일본에 가서 그렇게 하라고 하면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날도 많았지만 힘든 날도 많았습니다. 저도 남편도 잘 이겨냈던 것 같아요. 특별한 내조는 없어요. 남편이 알아서 다 하니까. 집안에 신경쓰지 않도록 조용히 애들 키우는게 내조라고 할 수 있죠. 또 원정 경기나 전지훈련 등으로 집에 있는 날이 많지 않으니까 집 잘 지키고(웃음)."


- 이승엽 선수는 가슴 속에 은퇴 시기를 계획하고 있던데.

"그건 아마 알아서 잘할 거에요. 개인 통산 2000안타 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꼭 해낼 거라고 믿어요."


- '남편 이승엽'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보면 정말 대단해요. 진짜 성실하고. 잔소리가 필요없어요. 딴짓 하지 않고. 앞으로 편하게 야구했으면 좋겠어요. 존경한다고 전해주세요."

대구=이형석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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