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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김미화 씨, 그건 모두 실화였습니다'

입력 2017-09-1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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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만수무강하옵소서"

고등학교 시절 사회과목 선생님은 늘 수업을 시작하기 전 창밖을 향해 허리를 한껏 굽히시고는 그렇게 외쳤습니다.

그가 허리를 굽힌 쪽은 바로 그 시대의 최고 권력자가 있던 곳. 청와대였습니다.

그 직전에 10월 유신이 있었고 그 최고 권력자는 바야흐로 종신 대통령을 꿈꾸고 있었을 때였지요. 그러니 만수무강하시라는 얘기는 소원대로 평생 동안 권력을 누리시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반어법을 쓴 비아냥이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차마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었던 선생님은 매일 빠짐없이 만수무강을 외치며 허리를 굽혔고 우리는 박장대소로 그 선생님을 응원하는 것을 마치 의식처럼 치러냈습니다.

선생님과 우리만이 아는 그 의식은 눌려있던 시대의 탈출구… 바로 풍자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신의 에미상이 여기 있다"

어제(18일) 미국의 에미상 코미디 부문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알렉 볼드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억하시겠습니다만 그는 90년대를 풍미한 배우 중 한 명이었지요. 그런 그가 다시 인기를 얻은 것은 다른 것도 아닌 트럼프에 대한 풍자 덕분이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수정헌법 1조에 내세우고 있는 나라이지만 그들에게도 풍자는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내놓고 풍자하고 상도 주고받으니 우리가 겪어 온 것에 비하면 나은 것일까요.

오늘 이 땅에서는 또 한 명의 코미디언이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추측하고 있었지만 이제 와 드러난 걸 보면 김미화 씨. 그건 모두 실화였습니다.

은밀하게… 때로는 조잡하게… 사방을 옥죄고 나아가 아예 비판 자체를 말살시키고자 했던 먹빛의 세상은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광장이 없었더라면…

그 먼 옛날의 사회과목 선생님의 반어법적 풍자가 또다시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어지러움을 느끼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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