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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도 맞았다" 줄잇는 쇼트트랙 '폭력 미투'…주민진 선수

입력 2018-12-20 20:39 수정 2018-12-21 02:17

"조재범, 당시 같이 아파했는데…'폭력 되풀이' 충격이고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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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당시 같이 아파했는데…'폭력 되풀이' 충격이고 안타까워"

[앵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흘 전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법정에서 쏟아낸 증언에 모두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에 쇼트트랙에서는 "나도 심석희처럼 맞았다"면서 용기 있는 고백이 이어졌죠. "머리를 잡고 세게 집어던졌다" 바로 저희 JTBC 뉴스룸을 통해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낸 변천사 선수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이것이 14년 전인 2004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보다 더 앞선 2002년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기 위해서 바로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주민진 선수가 나와줬습니다. 그만큼 폭력의 역사가 오래됐다는 얘기입니다. 은퇴한 뒤에 대표팀 코치까지 지내다가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됐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가장 많은 금메달을 선사한 한국 동계올림픽의 꽃 쇼트트랙. 그러나 그 환호 뒤에 감춰진 폭력의 실상은 아프고 또 슬프기까지 합니다. 더 큰 문제는 폭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초등학생 꿈나무들이 헬멧이 깨지도록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먼저 주민진 선수를 전화로 연결해서 감춰졌던 빙상계의 폭력 좀 더 들어보고 쇼트트랙의 잘못된 문화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주민진 선수가 지금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계시죠?
 

■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20:00~21:20) / 진행 : 손석희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안녕하세요.]

[앵커]

반갑습니다.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안녕하세요.]

[앵커]

앞서 변천사 선수하고 인터뷰할 때 2004년. 그러니까 14년 전에 비슷한 폭력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들은 얘기로는 그 강도가 너무 심해서 들으면서도 좀 당혹스러웠는데 주민진 선수가 활동했던 시기는 그보다 조금 더 앞서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얘기로 해석해도 되는 거죠?
 
  • '쇼트트랙 폭력' 뿌리 깊은데…문제는 언제부터?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제가 대표팀 선수 시절 전부터 그래왔으니까요. 굉장히 오래됐죠.]

[앵커]

어떤 폭력이었을까요? 변천사 선수는 머리를 잡아서 던졌다고 해서 듣는 저도 사실 좀 놀랐는데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 "머리를 잡아서 던졌다"…폭력 수위 어느 정도?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저는 심석희 선수랑 변천사 선수의 말을 듣고 되게 놀랐던 게요. 제가 당했던 폭행하고 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저는 좀 놀랐거든요.]

[앵커]

그런가요?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머리채를 잡아서 흔들다가 던진다거나 발로 찬다든가 손으로 머리를 계속해서 때린다든가. 독방에 들어가서 혼나고 폭행을 당한다든가 이러한 것들이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앵커]

독방에 들어가서 폭력을 행사합니까?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주로 시합을 간다든가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이렇게 트여진 공간에서는 그런 것이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주로 국제시합이나 외국 전지훈련 중에는 방으로 부르게 되죠. 그렇게 부른 후에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게 되는 거죠.]

[앵커]

이게 사실 좀 상식적으로는 좀 이해가 안 가는 그런 상황이어서 그런데 당시에도 역시 외부로 말할 수 없었던 것은 이게 폭행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협박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까?
 
  • 그간 감춰졌던 폭력 실태…2차 가해나 협박은?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그 당시에는 저희가 굉장히 이제 중학생,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렸고요. 아무것도 몰랐을 때이기 때문에 코치, 감독님 말이라면 거의 법으로 알고 살았을 때잖아요. 그래서 외부에 선수촌 안의 일은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무조건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항상. 그 이유도 모른 채. 저희는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밖에다 그런 안에 있는 일들을 말을 하면 정말 큰일이 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밖에 그런 일들이 알려질 수가 없었죠.]

[앵커]

제가 변천사 선수에 이어서 주민진 씨를 인터뷰하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뭐냐 하면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쇼트트랙은 그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을까요?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는지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그 당시에 그렇게 폭행을 당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들도 있고요. 꼭 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성적을 내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당했기 때문에 선수 생명이 끝난 선수들도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폭행을 당하는 것과 성적과는 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르는 걸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어려울 수 있지만 답변을 안 하셔도 되고요. 그러면 그들은 왜 그렇게 폭력을 행사했을까요?
 
  • 그들은 왜 때렸다고 생각하나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그건 항상 제가 생각하는 것을 지금 질문을 주셨는데요. 모든 사람의 죄는 무지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만큼 세대가 변하면서 코치, 감독님은 당연히 공부를 많이 하셔야 되고 운동이라는 것은 공부를 많이 해야 되고 부모님 또한 선수를 잘 이끌어주기 위해서, 뒤에서 뒷받침해 주기 위해서 공부를 하셔야 되는데 그러한 여러 종류의 공부를 하지 않고 무조건 많은 훈련 양과 그냥 한번 때리면 따라오는 그런 폭력을 행사하는 그런 예전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까 그 외에 더 좋은 방법의 훈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것을 그대로 계속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앵커]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또 의문이 생기는 것이 있습니다. 심석희 선수를 때려서 구속된 조재범 코치. 비슷한 시기에 주민진 씨께서도 같이 선수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민진 씨가 맞을 때마다 제일 같이 함께 아파했었던 사람이라면서요.
 
  • 심석희 폭력 가해자…선수활동 같이했을 텐데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네. 뭉클해지는데요. 제가 정말 저는 좀 많이 맞은 편이었는데요. 조재범… 제가 선배라고 부르겠습니다. 선배가 항상 저한테 많이 이렇게 좀 같이 힘들어해주고 다독여주던 선배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치가 돼서 그런 폭력이라는 것을 훈련의 수단으로 선택을 했다는 게 저는 조금 많이 마음이 안타깝고요. 많이 슬프다고 할 수 있겠죠.]

[앵커]

그렇습니다. 지금 저하고 어려운 인터뷰를 계속하고 계신데.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네.]

[앵커]

한 가지만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대표팀 코치로도 여러 해를 보내셨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 대표팀 코치로도 활동했는데…어떤 생각 드나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네. 우선 제가 대표팀 코치로 한 2~3년을 있었는데요. 그 폭력이라는 게 참 가정폭력도 그렇고 어떠한 폭력은 다 대물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선수들을 가르칠 때 항상 이렇게 저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제가 맞았던 그런 것들이 불쑥불쑥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제가 훈련을 들어가기 전에 항상 기도를 하고 들어갔고요. 똑같이 되지 않으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 제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요. 저희 아이들한테도 말로도 제가 폭력을 가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을 하는 편이고요. 이 폭력이라는 건 정말 대물림이 되는 거고 끊어버리기가 쉽지 않은 거라서 굉장히 많이 노력을 해야 되는 거라고 저는 지금 생각을 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당시의 기억들이 당연히 지금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 그 질문은 따로 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아서요. 사실 주민진 씨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긴 시간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마는 듣다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픈 부분이 많아서 좀 더 들었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주민진/전 국가대표 선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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