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화 '엑시트'가 이제 900만 관객을 바라보며 여름 성수기 극장가 승자가 됐습니다. 청춘들의 현실을 '재난'에 빗댄 이 작품에는 언제부턴가 '청춘예찬'도 옛말이 된 우리 사회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진, 쓰나미 그런 것만 재난이 아니라
우리 지금 상황이 재난 그 자체라고!"
-영화 '엑시트'(2019)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 그저 달리거나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재난 상황.
어찌된 일인지 요즘 청춘들이 매일 겪는 삶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세상을 향한 이유 없는 반항도 하고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뭘 하지? 뭘 하든 지금보단 낫겠지."
-영화 '비트'(1997)
시대가 풍족하고 달콤한 사랑도 있으니 반드시 더 행복해 질 것이라는 믿음.
한때 청춘 영화는 그런 꿈과 희망을 부지런히 담아내고는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풍족함은커녕 평범한 삶과 사랑도 사치가 된 세상.
언제부턴가 영화 속에서조차 청춘은 더 이상 달콤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영화 '소공녀'(2017)
열심히 견디면 성공한다는 말을 더는 믿지 않는 영화 속 청춘들은 공허한 위로에 몸을 맡기는 대신, 저마다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이제는 재난 수준이 된 청춘 앞에서도 영화는 성급한 희망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다만 열심히 달려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 뿐이라도 괜찮은 것이라고 담담하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