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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격 사의 "헌법 정신 파괴…상식과 정의 무너져"

입력 2021-03-04 18:46 수정 2021-03-05 21:38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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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를 142일 남기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정부여당 추진중인 '검수완박'을 강하게 비판해온 윤 총장은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주장을 함께 내놓은 거죠. 문 대통령은 1시간만에 윤 총장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정치권 반응까지,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올 것이 왔습니다. 오늘(4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후 2시 입장 표명을 예고했습니다. 앞서 윤 총장은 정부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논의를 두고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 맹비난했죠. 잇따른 공개 발언에 조만간 사퇴가 임박한 것 아니냔 관측이 나왔는데 그 '조만간'이 오늘일 줄이야,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사회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이제까지입니다."

총장직을 사퇴한다, 검찰에서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해석을 더할 것 없이 군더더기 없는 사의 표명이었습니다. 윤 총장의 원래 임기는 올 7월까지죠. "헌법과 법치가 파괴되고,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걸 더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총장 징계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검찰 수사권 박탈을 추진하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또 제게 날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위치에 있든 국민을 위해 힘을 쏟겠다, 이 대목에서 향후 정계 진출 가능성이 엿보이는데요. 한 정치권 인사는 "말 만 없었지, 사실상의 출정식"이란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 (어제까지 거취 언급은 없으셨는데 오늘 입장 표명한 이유 있으십니까?) 지나갑시다. (사퇴 이후에 정치 입문할 계획 있으십니까?) 다 말씀드렸습니다.]

어젯밤 윤 총장은 대구를 찾아 직원들과의 현장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후배 검사들을 향해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사람도 원칙대로 처벌하는 것이 책무"라 강조했습니다. 검찰 직원에게 인사권자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에게는 대통령을 의미하죠. 윤 총장은 만찬까지 모두 마친 뒤인 밤 9시쯤 다소 상기된 얼굴로 검찰청을 나섰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어제) : (인사권자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고 하셨는데 인사권자에서 어느 분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건 뭐 당연한 얘기니까. 우리가 늘 선배들한테 들었던 얘기고. 자, 우리 대구 검찰 파이팅! 자, 가겠습니다.]

예견된 사퇴, 하지만 왜 하필 지금 이 '타이밍'인지가 궁금합니다. 대선과 연관짓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죠.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1월 12일) :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와요. (별의 순간이요?) 그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서 자기가 인생의 국가를 위해서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고 그래요. (윤석열 총장에게 별의 순간은 지금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내가 보기에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거예요, 아마.]

차기 대선은 내년 3월 9일입니다. 정치권에선 통상 대선 출마를 위해 조직을 꾸리고 캠프를 세우고 하는 시간이 최소 1년은 필요하다고 합니다. 대선에 도전하려면, 지금이 최적의 시기인거죠.

[최강욱/열린민주당 대표 (지난해 12월 11일) : 오늘 두 법안을 발의합니다. 핵심 내용은 현직 검사와 법관이 공직 선거 후보자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1년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지난해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사실상의 '윤석열 출마 방지법'을 발의한 것도 변수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언제고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받아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이죠. 다만, 대법원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른 공직자와의 차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2021년 신년 기자회견 (1월 18일) :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지만,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있지 않겠다는 선언. 윤 총장은 회견 직후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사직서도 제출했습니다. 박 장관은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히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통령에게 사직 의사를 보고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 15분 청와대가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정만호/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이상입니다.]

딱 한 문장. 군더더기 없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한 문장입니다. 사표를 낸지 1시간 15분만에 전격 수리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라"는 만류도 후임 인선을 고려한 보류도 없었죠. 추미애 전 장관의 경우 보름만에 수리, 신현수 민정수석의 경우 근 한달만인 오늘 수리됐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LTE를 넘어 5G급 초고속 수립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사표 수리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될 것이며 후임 임명도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밟아 진행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윤 총장에 대한 불쾌감, 괘씸함 등 다양한 감정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윤 총장의 행보를 가장 앞장서 비판했던 인사는 정세균 국무총리죠. "검찰총장은 행정가다. 정치인처럼 굴지 말라" 일갈했습니다. 문 대통령에게 사퇴를 건의할 생각도 있다고 했는데요.

[정세균/국무총리 (JTBC '뉴스룸' / 어제) : 윤석열 총장이 지금 처신하는 걸 보면 행정 책임자다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정치하는 사람의 모습이에요.]

[서복현/앵커 (JTBC '뉴스룸' / 어제) : 그런데 행정가의 범주라고 말씀을 하신다면, 예를 들면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각 부처의 장관들 또 경제부총리도 그렇고 언론 인터뷰 혹은 소셜미디어에 개인이 입장을 밝힌 적들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정세균/국무총리 (JTBC '뉴스룸' / 어제) : 입장도 입장 나름이죠. 그리고 그것도 금도가 있는 법인데.]

정 총리는 윤 총장 사의 발표 후에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윤 총장이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헌법 체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검찰개혁이 잘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세균/국무총리 : 최근에 윤석열 총장의 행태를 보면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보다 하는 느낌은 있었습니다마는, 자연인이 어떤 생각을 하든 그것을 탓할 일은 없고, 개인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야권에선 "웬 적반하장이냐. 대선에 총리직을 이용하고 있는 게 누구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자기의 소신을 말하려면 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며 "주어진 일보다 다른 생각이 있는 분은 오히려 정 총리 아니냐"고 질타했는데요.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코로나19 와중에 부산, 포항, 울산, 대구를 연달아 방문하고 '어서 오세요 총리식당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먹방 토크쇼를 진행하고 정세균 팬클럽마저 띄우고 있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K방역 자랑만 늘어놓다가 정작 백신 접종은 세계에서 102번째에 처지도록 만든 분이 누구입니까.]

윤 총장에게 맹공을 퍼붓는 여당, 편을 들면서도 마냥 반갑다고 할수없는 야당. 이 모든 건 결국 차기 대선 판도가 들썩이고 있단 방증이기도 합니다. 대선은 차치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4월 재보궐 선거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요. 민주당에선 당정청이 공들인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묻힐 수 있단 위기감이, 또 간판 주자가 없는 야권에선 설자리가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옵니다.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윤석열 "헌법·법치 시스템 파괴" 전격 사의…문 대통령, 1시간 만에 속전속결 수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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