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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의혹…현지 언론, 신상 공개

입력 2020-07-29 18:56

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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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최근 뉴질랜드 현지 언론이 한국 외교관의 과거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한국 정부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해당 외교관의 얼굴과 실명까지 공개했습니다. 이 문제가 어제(28일) 한국과 뉴질랜드 정상 간의 통화에서까지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죠. 외교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는데, 조 반장 발제에서 자세히 얘기해보겠습니다.

[기자]

< 뉴질랜드 총리, 외교관 성추행 언급 '나라 망신' >

문재인 대통령과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어제 오후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이번 통화는 아던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오후 4시 반부터 시작된 통화가 약 30분 동안 이뤄졌다고 합니다.

'K-방역'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죠. 두 정상은 코로나19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K-통상'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에 도전 중입니다.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의 지지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아던 총리는 "매우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고 들어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화답을 했습니다. 이렇게 국가 간 주요 의제가 논의된 가운데 뜻밖의 주제도 다뤄졌습니다.

'K-성추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뉴질랜드 언론에 대서특필된 우리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 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다만, 아던 총리가 수사 협조를 요청했을 거란 해석이 나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뉴질랜드 총리가 직접 전화까지 걸었을까요? 문제가 된 A외교관. 뉴질랜드 언론은 A씨가 지난 2017년 말,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을 세 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뉴질랜드 언론 보도 (지난 25일) : 첫 번째 사건은 김씨의 사무실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는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그의 컴퓨터를 고쳐달라고 말하고, 갑자기 허락 없이 피해자의 왼쪽 엉덩이를 손으로 움켜잡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사관 엘리베이터 밖에서 발생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민감한 부위와 벨트 주변을 손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세 번째 사건이 몇 주 후에 발생했습니다. 김씨는 피해자의 가슴을 움켜잡았습니다.]

사건 당시 A씨는 대사관 자체조사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성희롱할 의도가 없었다는 겁니다. A씨는 사건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다른 공관으로 발령을 받아 해외에 나간 상태입니다. 문제가 다시 불거진 건 뉴질랜드 법원이 올해 초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부터입니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고 있지 않다며, A씨의 얼굴과 실명까지 공개했습니다.

[뉴질랜드 언론 보도 (지난 25일) : 저희는 이곳에 사는 한국 대사를 인터뷰하기 위해 수차례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대사는 성명만을 내놨습니다. 김씨는 유죄로 증명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 받을 권리가 있으며 한국은 뉴질랜드의 법을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대사는 김씨가 언제 (뉴질랜드로) 돌아올지, 혹은 돌아오기는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외교부도 놀란 눈치입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김인철/외교부 대변인 (어제) : 보도에 되어 있듯이 (외교관) 특권 면제 이런 사항을 거론하면서,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거나 그렇지는 전혀 않습니다. 뉴질랜드 정부 측에서도 '한국 정부와 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 이런 취지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뉴질랜드 측하고 소통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교부가 처음부터 대응을 잘했더라면 정상 간 통화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까지 입에 담지는 않았겠죠? 우리 외교관들의 추태,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해년마다 연례행사처럼 성 비위가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이었죠. 칠레 언론의 헤드라인을 우리 외교관이 장식했습니다.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현지 방송에 그대로 공개가 됐습니다.

[JTBC '뉴스룸' : 너와 입맞춤을 하고 싶어]

한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장학생 선발권을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정부초청 칠레 유학생 (JTBC '뉴스룸' / 2016년 12월) : 저희에게 한 명씩 문자가 왔더라고요. 아저씨가 저희 (한국에 유학하는) 여학생들한테 오빠(A씨)를 안 보고 싶으냐고…]

2017년엔 에티오피아 대사가 하급자 3명을 상대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경력을 쌓기 위해 해외로 나온 젊은 여성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에티오피아 현지 교민 (CBS '김현정의 뉴스쇼' / 2017년 7월) : 그러니까 원치 않는 자리인 거죠, 그 술자리 자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거부할 수 없이 그 자리에 나가야지만 되는 상황 자체가 그들에게는 좀 힘들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한 달 뒤 러시아 문화원장이 현지 대학생을 성추행한 사건까지 불거지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강경화/외교부 장관 (2017년 9월) : 국민이 신뢰하는 외교부로 거듭나기 위해 각종 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나갈 것이며, 2018년 상반기 중 감찰 담당관실을 설치하여 전 세계 180여 개의 재외공관, 분관, 출장소에 대한 상시적인 감사와 비위 사전 예방을 위한 각종 조치를 추진하겠습니다.]

강 장관의 경고에도 성 비위는 계속됐습니다.

[JTBC '아침&' (2018년 10월) : 주파키스탄 대사관에 근무하는 고위 외교관 A씨는 지난 7월 대사관 여직원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술을 권한 뒤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JTBC '뉴스룸' (지난해 1월 11일) : 몽골 우리 대사관 고위 외교관이 현지 여직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 몽골의 한 언론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영상을 올렸는데요.]

[JTBC '뉴스룸' (지난해 7월 29일) : 일본 주재 총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귀국해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혐의를 일부 인정했습니다.]

추문이 잇따르자 지난해에는 강경화 장관 책임론까지 불거졌습니다. 강 장관의 해명은 이랬습니다.

[강경화/외교부 장관 (지난해 7월 30일) : 과거의 경우들을 보면은 분명히 지난 2년 동안 이런 사건들이 많이 접수가 되고 많이 조사, 징계가 된 것으로, 숫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공관장의 비위에 대해서는 과거에 비해서 아주 의미 있는 그런 증가가 있었습니다만, 우리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또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이런 진정 건이…과거에는 피해자들이 쉽게 이런 사건을 접수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강 장관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꿈보다 해몽이란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다시 불거진 외교관 성 비위, 강 장관이 강조했던 무관용 원칙이 어떻게 작동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 무릎 꿇은 아베?…"조형물은 잘생겼다" >

위안부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한 남성. '영원한 속죄'라는 이름의 조형물입니다. 강원도의 한 식물원에 건립된 건데, 작품명은 소설가 조정래 씨가 지었다고 합니다. 이 동상을 놓고 일본 언론과 정부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무릎을 꿇고 있는 남성이 아베 신조 총리를 상징하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어제) : 사실 확인은 안 했지만 그런 일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원 측은 아베 총리가 모델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김창렬/한국자생식물원장 (어제) : 아베였으면 좋겠죠, 지금도 생각은 같아요. 아베가 사죄를 해줬으면 참 좋겠다. 그러나 아베를 지칭해서 만든 작품은 아니고, 누군가가 사죄를 할 사람이 이렇게 좀 사죄를 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만든 거죠.]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조형물의 남성은 멋지게 생겼다"고 말입니다. 일본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자, 우리 외교부도 관련 입장을 냈습니다.

[김인철/외교부 대변인 (어제) : (일본 정부가) 어느 나라건 간에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서 그러한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민간 차원이라는 고려해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식물원 측은 다음 달로 예정됐던 개막식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조형물 전시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창렬/한국자생식물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혹시 이 조각상도 치우실 생각이세요?) 아니, 그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거 우리 집 마당에 만들어놓은 걸 이웃집에서 뭐라 그런다고 창고에 갖다 놓을 수도 없는 거고, 그냥 오는 사람들은 와서 이거구나 볼 수도 있고 뭐 이렇게 더불어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거고. 그냥 놓을 거예요.]

국제의례를 강조한 일본 정부. 지도자급 인사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했던 일본 방송, '문재인이라는 재액'이라는 책을 낸 전 주한 일본대사, 이건 국제의례에 맞는 걸까요? 이 역시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긴 합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뉴질랜드 총리, 외교관 성추행 언급 '나라 망신' >

(화면출처 : 뉴질랜드 방송 'newshub'·후지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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