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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유명관광지 된 펭귄마을…주민들은 '희비'

입력 2017-09-07 21:45 수정 2017-09-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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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주광역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몇년전부터 펭귄마을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폐품을 이용해서 주민들이 직접 만든 독특한 마을 풍경이 한 해 2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원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광주 양림동의 오래 된 주택촌은 몇 년 전부터 광주의 핵심 관광지가 됐습니다. 노인들이 주로 사는데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걸음걸이를 빗대 펭귄마을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펭귄 이정표가 있는 마을의 골목에 들어와 보면요. 70~80년대 느낌이 나는 집과 소품들로 골목이 이렇게 장식돼 있고, 이런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관광객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낡은 주택을 버리고 떠나면서 일부 생활 집기들도 놓고 갔고, 이를 남은 주민들이 활용해 골목을 꾸민 것입니다.

[김동균/펭귄마을 촌장 : 처음에는 혼자 시작하다가 우리 마을 주민 몇 분하고 시작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 사람들도 있는 시계들도 갖다 주면서 붙이라고…]

70~80년대 가전제품을 비롯한 오래된 소품들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할아버지네 집에서나 봤을 법한 뻐꾸기시계를 비롯해 이렇게 한 벽면이 고장 난 시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은 멈춰있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하고요. 또 이쪽으로 와보시면 이렇게 주민들이 평소에 생각했던 글귀를 재밌게 적어 놓은 표어들이 있는 벽면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마을의 독특한 분위기는 입소문을 탔고 지난해엔 관광객 20만명이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펭귄마을 45가구 중 25가구의 주민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렇게 액자들과 풍금 같은 것들로 잔뜩 장식돼 있는 골목을 따라서 이렇게 집 안으로 들어가 보면요. 이렇게 폐허처럼 집이 비워져 있고, 얼마 전까지 우편물을 받은 흔적도 남아있습니다.

펭귄마을이 주목을 받으며 전국에 알려지자 2011년부터 마을을 주택환경개선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해당구청의 문화공원 조성 계획이 탄력을 받게 된 것입니다.

구청은 헌 집들을 리모델링해 외부 공예작가들을 입주시키고 주차장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광주광역시 남구청 관계자 : (인근) 주민분들은 현재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생활 여건이 개선되기를 다들 학수고대하고 계십니다.]

주민들은 이주를 위한 보상금을 받았지만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마을을 떠난다는게
여간 아쉬운게 아닙니다.

[김윤호/펭귄마을 이주민 : 동네 살 기분이 나지.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그런데 그래서 뭐해. (나는) 이사 가서 터를 잃었는데…]

[이주대상 주민 : 비워주기는 비워 주겠는데…우리 아저씨 경비 다니고 해서 살다 (돌아가셨는데) 너무 억울해요. 이 집은 안 팔려 했는데…]

구청은 인근 지역주민들이 도시재생을 원하고 있고 이주 단계에서 강제적 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남은 주민들은 대체로 문화공원을 환영합니다.

[펭귄마을 주민 : 이쪽이 문화공원으로 지정됐어요. 양림동이 그렇게 문화 쪽으로 가야죠.]

[펭귄마을 주민 : 옛날에 비하면 이제 개발이 되지. (이사를 하는 사람은?) 그것은 너무 세세하게 묻지 마. 그 속을 알겠어요?]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정성으로 가꿔진 펭귄마을이 이주를 둘러싼 주민들의 엇갈리는 희비 속에 유명 관광지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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