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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교통섬' 설치, 오히려 보행자 사고 불러

입력 2016-08-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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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놨는데 오히려 거꾸로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대형 교차로 앞에서 보행자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교통섬도 그렇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우회전하는 차량과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대형 교차로에 만든 섬 모양의 구조물을 바로 '교통섬'이라고 합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인데요, 안전을 위해 만든 교통섬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을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거리입니다.

보행자가 신호 없는 짧은 횡단보도를 지나 교통섬으로 건너갑니다.

그런데 차량은 주행을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차를 피하는 건 보행자입니다.

또 다른 보행자는 달려오는 차량에 놀라 보도블록 위로 뒷걸음칩니다.

[이경은/서울 정동 : 차에 맞을까 봐.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가 저에게 온 거잖아요.]

교통섬과 인도 사잇길을 보행자는 인도로, 운전자는 차도로 인식하면서 생기는 현장입니다.

잘못 설계되거나 설치돼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시야를 가리는 교통섬도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의 한 교통섬입니다.

이번엔 특수 카메라를 머리에 달고 보행자의 시각으로 건너봤습니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나온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1시 방향에 있는 교통신호로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교차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하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 구조물에 가려 보행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교통섬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구조인 겁니다.

최근엔 분수대와 화단을 조성해 쉼터 역할을 하는 교통섬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통섬도 안전면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교통섬에서 횡단보도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보시는 것처럼 제 허리 높이의 안전펜스를 설치했습니다.

과연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교통섬을 이용하는 게 안전할지 직접 차를 몰아보겠습니다.

우회전 하기 위해 직진하는 차량 흐름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교통섬에 화단과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어서 교통섬을 오가는 시민도 큰길에서 달려오는 차량들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김병선/서울 성수동 : 많이 불편하죠. 여기서 나가는 차하고 저쪽에서 오는 차하고 부딪칠 염려가 많죠.]

이러다 보니 실제로 교통섬에서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에도 서울 강서구 개화사거리에서 57살 김모 씨가 트레일러에 치여 숨졌습니다.

우회전을 하던 트레일러가 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씨를 미처 못 본 겁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이곳 교통섬 부근에서 차량들이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박춘섭/서울 방화동 : 직진 신호에서는 천천히 다니는데 신호가 끊어진 상태에서는 바로 빠지니까 차량이 빨리 달리죠.]

교통섬은 보행자가 적고 우회전 차량이 많은 곳에 설치가 적합한데, 일부 교통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한 교통섬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합니다.

[김원호 박사/서울연구원 : (외국은) 보행자가 많은 데에 교통섬이 없어요. 대부분 도시고속도로 진출입구나 외곽지역에 교통섬이 설치돼 있습니다.]

교통 흐름과 무관하게 교통섬을 설치하고 있어 문제라는 겁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설치된 교통섬과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지키지 않은 운전자로 인해 보행자의 안전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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