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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밤섬 위협하는 '백색 가루'…무슨 일이?

입력 2015-03-2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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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포에서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들어가다 보면 이 섬을 지나게 되어 있습니다. 밤섬입니다. 영화 '김씨표류기'의 배경이 되기도 했었죠. 생태 보호가치가 높아 몇 해 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때아닌 백화현상 즉, 나무들이 하얗게 변하는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마치 설경을 보는 듯한데요. 그런데 그 이유가 좀 황당합니다.

밀착카메라 김관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저는 지금 서울 한강 서강대교 위에 서 있습니다.

제 뒤에는 한강 위의 작은 섬, 밤섬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철이 아닌 봄철이라 눈이 내릴 일도 없는데 이 밤섬의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들 중 일부가 하얗게 변해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이른바 백화현상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지금 이 밤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확인해보겠습니다.

보트에 올라 섬으로 출발합니다.

27만여㎡, 축구장 30개 크기입니다.

지난 1968년까지만 해도 주민 600명이 살던 곳입니다.

이제 불과 2, 30m만 더 가면 밤섬에 도착합니다.

여의도 개발 이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인데 점점 다가갈수록 하얗게 변해버린 모습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섬으로 들어서니 한겨울 설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풍경이 펼쳐집니다.

말라버린 나뭇가지들과 떨어진 낙엽들 위에는 누군가 일부러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하얀 가루가 이렇게 흩어져 나옵니다.

자 이쪽으로 와 보시죠. 이 나무 같은 경우는 나무가 통째로 하얗게 변해있는 모습인데요. 제가 이렇게 손을 갖다대자, 장갑의 빨간색 부위가 이렇게 하얗게 변합니다.

바닥도 줄기도 온통 하얀색입니다.

그런데 이곳 바닥을 제가 샅샅이 좀 살펴보니, 눈에 띄는 게 몇 개 있습니다.

이렇게 역시 하얗게 물들어버린 새의 깃털들입니다. 제 코에 가까이 가져다 대보니, 배설물 냄새가 납니다.

이번엔 또 다른 나무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간중간 가지를 봤더니, 하얀색 물이 떨어져 흐른 자국이 보입니다.

바로 새의 배설물들입니다.

지속적으로 이런 배설물이 나무에 떨어져 앉으면서 아예 숲 전체가 하얗게 돼버린 겁니다.

알고 보니 밤섬을 하얗게 물들인 주범은 바로 이 녀석들, 민물가마우지였습니다.

민물가마우지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입니다.

그리고 밤섬은 민물가마우지의 단골 도래지였던 겁니다.

[오현민/서울시 한강사업본부 : 민물가마우지가 대량으로 번식, 서식하고 있고, 텃새화 됐기 때문에 배설물을 많이 배설해서 이렇게 하얗게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밤섬을 찾는 민물가마우지는 5년 전엔 420마리였지만 올해는 1500마리로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들의 배설물은 경관도 해치지만 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백화현상이 지속될수록 밤섬의 버드나무들이 새싹을 틔우기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이 나무의 겉면을 보면 금방 본래의 색깔을 되찾은 모습입니다.

바로 제 뒤에 보이는 것처럼 물청소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이렇게 백화현상이 유독 심해지자, 서울시가 3년 만에 나무에 대한 대청소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대형 청소선이 물대포를 쏘는 사이 밑에선 한강물을 끌어와 호스로 뿌립니다.

저도 지금 한번 물청소를 직접 해보고 있는데요, 이런 물 호스를 대고 2~30분 정도는 청소해야 나무 한그루를 온전하게 깨끗하게 되돌릴 수 있다고 합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물청소에 물 900톤이 쓰였습니다.

이렇게 해야 다른 새들에게도 안락한 보금자리를 줄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도심 속 철새 도래지 밤섬은 지난 2012년 람사르습지에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조류 77종과 식물 46종이 사는 등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곳은 제가 이렇게 걸을 때마다 아직까지도 하얀 가루가 흩날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발자국 옮겨서 청소가 다 이루어진 쪽은 다시 깨끗해진 모습입니다.

어쩌면 이번 물청소 정화 작업은 이런 자연에 대한 인간들의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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