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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회] '천적이 없다' 괴물 쥐 뉴트리아의 습격

입력 2014-02-09 23:52 수정 2014-02-0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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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이 안에 든 동물 보이십니까? 바로 창녕 우포늪 같은 습지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떠오른 뉴트리아입니다. 며칠 전, 부산 낙동강 갈대밭에서 잡은 건데요, 웬만한 고양이보다도 큽니다. 주황색의 날카로운 대문니는 마치 쥐처럼 생겼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쥐를 닮은 모습에 기다란 꼬리까지 갖고 있어 '괴물쥐'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뉴트리아의 문제를 구석찬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덫 주변을 서성이다가 먹이를 발견하고는 줄줄이 들어와 꼼짝없이 갇힙니다.

부산 대저생태공원에서만 하룻밤에 15마리의 뉴트리아가 잡혔습니다.

대부분 몸길이가 1m를 넘습니다.

[전홍용/뉴트리아 사냥꾼 : 이게 낙동강의 괴물쥐 뉴트리아입니다. 이게 모든 수생식물을 다 먹어치우죠.]

안간힘을 쓰며 버둥대다 날카로운 이빨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어미와 새끼가 함께 죽은 것도 있습니다.

새끼는 헤엄치는 어미 등에 올라 타 물에 빠지지 않고 젖을 먹을 수 있습니다.

[전홍용/ 뉴트리아 사냥꾼 : 젖꼭지가 이렇게 등에 붙어 있어요. 이렇게 등쪽에.]

[이성규/낙동강유역환경청 전문위원 : 1년에 3번 정도 번식을 하면서 한 번 새끼를 낳을 때 평균 10마리 정도 낳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산 강서구 평강천에선 뉴트리아를 잡기 위해 새로 개발된 인공섬트랩을 추가로 설치합니다.

[이성규/낙동강유역환경청 전문위원 : 뉴트리아가 먹이를 먹기 위해 밀고 들어가거든요. 밀고 들어가고 나서 문이 닫히면 안에서는 밖으로
문이 알 열리는 (구조입니다.)]

한 시간쯤 지나 고구마와 당근, 배추가 든 인공섬트랩에 2마리가 갇혔습니다.

한 마리는 빠져나오려다 창살에 부딪혀 코가 깨져버렸습니다.

피를 흘리면서도 부지런히 양배추를 갉아먹습니다.

이 틈을 타 조심스레 손을 넣고 있는 힘껏 꼬리를 낚아챕니다.

[전홍용/뉴트리아 사냥꾼 : 아이고 크다. 이 정도면 약 1m 되겠다. 제 허리까지 오는데요.]

뉴트리아가 들끓는 탓에 낙동강변 미나리단지는 쑥대밭이 됐습니다.

밤낮으로 미나리 줄기를 갉아 먹는 겁니다.

농민들은 속수무책입니다.

[임영택/부산시 범방동 : 불도 켜놓고 틀도 놓고 쥐약도 놓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인근 가물치 양식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가물치를 잡아먹는 뉴트리아를 막기 위해 촘촘한 그물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입니다.

[김형건/부산시 대저동 : 키워서 팔아야 되는데 그 전에 뉴트리아가 다 잡아먹으면 팔 게 없는데 당연히 손실이 엄청나죠.]

지방자치단체들은 뉴트리아에 포상금까지 내걸었습니다.

[유진열/경남 함안군 환경보호과장 : 뉴트리아가 제방을 함몰시켜서 여름철에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는 외래생물이기 때문에 2009년 6월에 1만 5천원 하던 것을 2011년부터 3만 원으로 인상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자연습지인 경남 창녕 우포늪도 뉴트리아의 소굴이 된 지 오랩니다.

[주영학/경남 창녕 우포늪 지킴이 : 이게 뉴트리아 똥 아닙니까 똥. 뉴트리아 똥은 이렇게 생겼어.]

우포늪 지킴이 주영학 할아버지는 뉴트리아가 다니는 길목마다 덫을 설치했습니다.

[주영학/경남 창녕 우포늪 지킴이 : 곳곳에 (덫이) 약 40개 됩니다. 섬마다 놔뒀어. 물가에 놓고 안에다 놓고.]

나룻배를 타고 섬에 가보니 덫에 걸린 뉴트리아가 나타납니다.

주변에 뼈만 남은 철새 사체가 보입니다.

[주영학/경남 창녕 우포늪 지킴이 : 이게 청둥오리인데 잠수해서 물속에 들어가서 다리를 물어 물밑으로 끌고 가서 섬 이런 곳에 와서 뜯어먹습니다.]

뉴트리아가 희귀 동식물의 보고인 우포늪 생태계를 위협하는 포식자인 셈입니다.

[주영학/경남 창녕 우포늪 지킴이 : 물고기, 작은 새, 나무뿌리 다 먹어요. 그래서 생태파괴범이지 한마디로 말해서 습지에서는 천적이 없어요.]

주 씨가 우포늪에서 혼자 잡은 뉴트리아만 600마리가 넘습니다.

최근 3년 동안 부산과 창녕, 밀양, 함안 등 낙동강 하류 9개 시.군에서만 5,000마리가 잡혔습니다.

하지만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습니다.

[이성규/낙동강유역환경청 전문위원 :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밀도조사를 한 결과 (낙동강에) 약 8천~1만 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뉴트리아는 남한강 수계인 충주 조정지호에도 삽니다.

[인근 주민 : 너구리보다 가늘고 꼬리 길고 고기 잘 먹는 거 (고기도 먹어요?) 그건 고기 할아버지야.]

[인근 주민 : (낚시터 좌대) 스티로폼 다 갉아먹으인근 니까 그것 때문에 피해 있었죠.]

바다 건너 제주에서도 포획되는 등 현재 전국 21개 시·군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오홍식/제주대 과학교육과 교수 : 살기 위한 적응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초식성이 아니라 다른 어류, 개구리, 미꾸라지 등도 충분히 먹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적응 전략을 이제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현장을 취재한 구석찬 기자 나와 있는데요. 구 기자, 아무리봐도 커다란 쥐 같은데 도대체 이런 동물을 왜 우리나라에 들여온 건가요?

[기자]

뉴트리아가 원래 남미에 살던 녀석들인데 모피와 식용으로 쓰기 위해 유럽과 미국으로 들여갔고 우리나라도 유럽에서 수입한 겁니다.

하지만 혐오감 때문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방치됐고 무서운 번식력으로 퍼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놈들 때문에 농민들이 피해가 많다면서요?

[기자]

예, 미나리 단지를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로 식성이 엄청납니다.

지금 제가 부산에서 가져오면서 양배추를 넣어줬는데 금세 한 통을 먹어치웠습니다.

엄청난 번식력과 먹성 때문에 지금 다른 나라에서도 골칫거리가 됐는데, 이 내용 잠시 보시죠.

뉴트리아가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건 1985년 7월, 모피와 식용으로 프랑스에서 100마리를 들여온 겁니다.

하지만 사육에 실패해 모두 죽자 1987년 6월 불가리아에서 다시 60마리를 수입했습니다.

당시 충남 서산농장에서 사육을 시작해 10년 만에 2,400마리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윤석화/충남 서산시 고북면 용암2리 이장 : 이빨이 워낙 강해서 나무토막 같은 걸 넣어주고 해서 키우는 걸 봤어.]

서산농장에서 일했던 한 주민을 만나 그 때 상황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사육농장 근로자 : 분양을 많이 했지. (다른 지역으로 분양을 많이했어요?) 아이 그렇죠. 전국 거의 다 갔지. 특히 전라도, 경상도. 모피 쓰고 이빨도 액세서리로 쓰고 버릴 게 없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2001년 10월 농림부는 뉴트리아를 가축으로 인정했습니다.

뉴트리아 고기를 파는 건강원도 생겨났습니다.

[김연화/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 당시에는 인기가 많이 좋았죠. 그래서 저도 시작을 하게 됐는데 고기맛도 좋았고 엑기스로도 많은 분들이 찾아서.]

하지만 쥐를 닮은 생김새 때문에 식용으로 정착하지 못하면서 버림 받기 시작했습니다.

[김연화/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 결정적으로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모 언론사 박사 이름은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그 분께서 쥐과다. 뉴트리아는 쥐과다 이러면서 상당히 소비자들이 꺼리기 시작했죠.]

버림 받은 뉴트리아는 그 때부터 통제불능이 됐습니다.

따뜻한 남미가 원산지여서 추운 한국의 겨울을 못 버틸 거라는 기대도 빗나갔습니다.

[민희규/동물생태학 박사 : 그 당시만 해도 나간 것들이 겨울에는 적응을 못할 것이라고 봤죠. 다 얼어죽는다. 걱정할 것도 없다 이리 됐었죠.]

못보던 동물이 나타나자 귀한 손님으로 오인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주영학/경남 창녕 우포늪 지킴이 : 우리는 처음에 (천연기념물인) 수달인 줄 알았어. 나중에 보니까 그게 뉴트리아야.]

2009년에야 뉴트리아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지만, 이미 퍼질대로 퍼진 뒤였습니다.

[방상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 1985년도부터 뉴트리아가 우리나라로 수입이 될 때에는 병원균에 대한 검역은 했지만 국내생태계, 자연생태계로 퍼져나갔을 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해성 평가는 그 때 당시 하지 않고 들어왔어요.]

[앵커]

구석찬 기자, 아무리 봐도 이 걸 식용으로 쓰겠다는 발상이 이해가 잘 안되는데, 실제로 먹을 만한가요?

[기자]

이 녀석이 생긴 것은 이렇지만 맛은 상당히 좋습니다.

잠시 뒤에 보여드리겠지만 저도 직접 백숙으로 먹어봤는데요, 아주 부드러운 닭다리 맛이 났습니다.

[앵커]

아, 그래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식용으로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예,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늦은 감은 있지만, 대대적인 박멸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보시죠.

유럽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뉴트리아 모피입니다.

우리나라에까지 수출되는 품목입니다.

모피 반대운동이 거세지자 오히려 뉴트리아 상품은 '공정 모피’라는 명분을 내세워 틈새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뉴트리아 모피업체 관계자 : 그 정도로 이 모피는 물이나 눈에 강하고 털도 부드럽고 해서 외국에서 환영받는 모피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모피가 그리 사랑받지 못했습니다.

[박재석/부산 한미모피 대표 : 국내 소비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종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유행되기가 희박하다고 봅니다.]

뉴트리아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와 소시지, 그리고 샌드위치도 있습니다.

남미에서 세계로 수출된 뉴트리아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식용입니다.

각종 요리법이 소개되고 광우병 파동 땐 쇠고기 대체식품으로 권장되기도 했습니다.

맛은 어떨까?

낙동강에서 잡은 뉴트리아로 직접 요리를 해봤습니다.

뉴트리아 고기를 솥에 넣어 한 시간 동안 푹 삶습니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직접 한입 먹어봤습니다.

닭백숙을 함께 만들어 비교해 봤습니다.

[백상길/경남 김해시 화목동 : 방금 닭을 먹어보고 이걸 먹어보는데 닭보다는 구수한 맛이 더 있어요. 닭 뒷다리 맛이죠.]

뉴트리아에 민물 물개라는 이름을 붙여 음식점을 운영했던 사람도 예찬론을 폅니다.

[김연화/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 보시다시피 민물물개(뉴트리아)가 개고기, 흑염소, 소고기보다 칼슘이 상당히 높죠. 인도 상대적으로 높고 철분도 그렇고 보편적으로보면 불포화 지방산이 64.4%로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하지만 민물 물개라는 애칭에도 불구하고 쥐를 닮은 모습 때문인지 거부감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김연화/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 참 영양덩어리 동물이었는데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됐죠.]

결국 잡아서 없애는 것 외엔 별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오홍식/제주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 천적이 없이 살아온 종들이기 때문에 외래종이 들어왔을 때 취약해서 다른 종을 전멸하게 할 수 있어서
외래종은 반드시 박멸시켜야 됩니다.]

[방상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 1년 사이에 또 확산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눈에 보이는 것들은
퇴치를 해야 돼요.]

정부는 퇴치 계획을 세웠습니다.

[길지현/환경부 생물다양성과 환경연구관 : 올해부터는 퇴치사업을 본사업으로 시행하고 궁극적으로 10년 간 박멸한다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독수리에게 먹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성규/낙동강유역환경청 전문위원 : 독수리는 살아있는 동물을 먹는 게 아니고 사체를 먹으니까 다른 데서도 뉴트리아를 던져줬을 때 먹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10년 작전으로 100만 마리를 없앤 영국 사례를 이어갈지, 20마리를 방치했다가 2천만 마리가 돼버린 미국 루이지애나의 전철을 밟을지, 뉴트리아의 운명이 기로에 섰습니다.

[앵커]

이미 퍼질대로 퍼진 뉴트리아가 잘 소탕될지 지켜봐야겠네요. 그나저가 구 기자, 이 녀석은 방송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유해 동물이기 때문에 잘 가져가서 뉴트리아 포획 담당자에게 넘겨서 살처분해야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마음이 좋진 않네요. 구 기자, 수고했습니다.

시작 할때 말씀드린대로 저희 탐사플러스의 모토는 '뉴스를 넘어' 입니다. 세상에 던져지는 뉴스를 넘으면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지,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실 수 있도록 저희들은 열심히 뛰겠습니다.

전진배의 탐사 플러스, 다음주 일요일밤 10시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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