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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면벽 대기발령' 법적 문제 없나? 확인해보니

입력 2016-03-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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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오늘(24일) 팩트체크로 바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초대손님이 한 분 계시기 때문에 팩트체크를 조금 앞 당겨서 진행을 하죠. 명예퇴직 거부한 직원을 대기발령시키며 이렇게 책상을 사물함 앞에 따로 놓고 앉게 했던 이 사진. 여론은 상당히 뜨거웠고 비난도 많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직원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낸 결과 '회사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온 건지, 이른바 '면벽 대기발령'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나와있는데요. 상식적으로는 부당한 행위라고 생각들 하실 것 같은데, 법적으로 정말 문제가 없는 겁니까?

[기자]

일단 대기발령이라는 조치는 사실 법에 명시된 개념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에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할 수 없는 것으로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등을 꼽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기발령은 여기 포함 안 되고 그냥 사측이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인사권 중 하나로 봅니다.

오히려 명예퇴직 안 하고 버틴다고 직원의 월급을 깎거나 전혀 상관없는 부서로 옮기면 그걸 부당행위로 본 법원 판례가 많은데, 일반적인 대기발령은 그렇지 않은 거죠.

[앵커]

그런데 이번에 보면 '면백 수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도 못 읽고, 컴퓨터도 못쓰게 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네. 지금 보실 게 해당 두산 계열사에서 대기발령자 준수사항이라고 해서 줬던 문서인데요.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휴식시간이 아니면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지 말고, 흡연이나 개인 전화 금지, 졸아도 안 되고 개인 서적 읽거나 어학 공부하는 것 모두 금지했습니다.

대기발령은 사칙이나 내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여기 벗어나지 않으면 이런 조치도 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비슷한 건을 다뤘던 변호사들도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모욕이나 강요가 있지 않는 한 이런 지시사항을 두고 다투기가 쉽지 않다고 또 그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앵커]

예를 들어서 이렇게 게임, 카톡, 인터넷은 안 한다 하더라도 업무와 관련된 책을 본다든가, 이것도 안 되게 했나요?

[기자]

업무 지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된 책을 봐도 안 됩니다.

[앵커]

그런가요. 말그대로 '꼼짝마' 이거네요. 그런데 대기발령을 무한정 할 수는 없겠죠?

[기자]

대법원에서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 장기간의 대기발령 조치는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는데, 사실 회사 입장에서도 월급을 계속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무한정 하기는 부담입니다.

그런데 이번 건의 경우 회사에서 미리 내규를 바꿔서 대기발령 기간 동안엔 월급의 70%만 받게 했습니다.

나중에 퇴사를 할 경우 퇴직금은 그만두기 직전 3개월 치 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지니 대기발령자 입장에선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차원에선 이런 방식으로 부담을 비껴갈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개인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까?

[기자]

대기발령을 당한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건으로 노동자 손 들어준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대기발령이 사실상 회사의 징계 차원이었단 점을 입증하는 건데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윤성봉/변호사 : 대기발령이 사실상 징계성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회사에서 대기발령을 한 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가서. 이건 일시적으로 보직을 안 준 것일 뿐이고, 곧 다시 복직시킬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징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하기 쉽지 않은 거죠. 만만치는 않은 거죠. 하지만 포기할 사항은 절대 아닌 거죠.]

[앵커]

결국 소송까지 가야한다는 건데, 그게 사실 견디기가 쉬운 과정은 아니죠. 그래서 이렇게 대기발령해서 면벽 수행을 하게되면 결국 오래 버티지 못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관련 건을 다룬 변호사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상황이면 아무리 마음 독하게 먹어도 한 달은 말 할 것도 없고,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다고 합니다.

젊은 직원의 경우 한두달 치 월급 더 받고 그냥 도장 찍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취재 중 들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애매한 상황을 해소하고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면서 올초 정부가 내놓은 게 '일반 해고지침' 아닙니까? 하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이 때문에 생길 변수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들어보시죠.

[김두현/변호사 : 사무직들은 명퇴를 종용하면 나가는 분위기가 많이 있었잖아요? 해고 지침이 자리를 잡게 되면, 그런 것도 없이 그냥 고과를 낮게 주고, 명퇴 절차도 없이 바로 내보낼 수 있게 되니까. 애초에 이런 (대기발령) 문제 소지도 없이 쉽게 내보낼 수 있게 되겠죠.]

[앵커]

오히려 앞으로 이런 대기발령 없이 해고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거군요. 그런데 '일반 해고지침'은 그냥 행정지침이라 그냥 참고하라는 거지, 일반 기업에까지는 강제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잖아요?

[기자]

하지만 최근 이 장관이 기업 CEO들 만나는 자리에서 올해 임금 단체협상할 때 이 일반 해고지침을 반영하라고 주문을 하고 있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히 "자리 뺀다""책상 뺀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는데, 이번에 불거진 이 대기발령 문제, 우리 노동시장의 심각한 문제를 반영하는,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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