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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연천 땅' 농지법 위반 의혹…팔았다던 집엔 남편이 전세로

입력 2021-06-09 22:00 수정 2021-06-0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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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적과 탐사보도를 통해 뉴스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추적보도 훅'입니다. 저희는 오늘(9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경기도 연천 부동산'을 추적한 내용을 보도합니다. 국민권익위가 수사를 의뢰하고, 민주당이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기준 그대로 김 전 장관의 땅을 들여다봤습니다. 그 결과 '농지법 위반'과 '명의신탁' 의혹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이윤석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4차선 도로에서 약 7분 정도 들어가면 주택과 농지가 보입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가족의 부동산입니다.

처음엔 김 전 장관 남편이 이 땅을 사들였습니다.

2012년의 일로, 가격은 1억 8000만 원이었습니다.

3년 뒤엔 단독주택도 지었습니다.

전체 면적은 2483㎡, 약 750평입니다.

곳곳에 배나무와 소나무를 심어놨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사정이 다릅니다.

보시는 것처럼 어린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곳곳에 거미줄까지 처져 있습니다.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무 사이사이엔 잡초가 무성합니다.

현장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농사를 짓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A조경업체 관계자 : 죽어버렸잖아요. 이것도 죽어가는 상태잖아요.]

[B조경업체 관계자 : 손을 안 대신 거 같은데요. 재배를 하는 게 아니라 방치죠.]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를 사놓고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법 위반이 됩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7일 농지법 위반을 이유로 국회의원 5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여 이들에게 탈당 권유 조치를 내린 상황입니다.

김 전 장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 소나무 심고 과실나무 같은 것도 심고 뒤에 텃밭도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도 다 뜯어다가 상추도 해서 먹고 그랬는데?]

정상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대답입니다.

관리 상태가 왜 그런지 다시 물었습니다.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 우리 남편이 게을러가지고 야무지게 못 해서 그렇지. 매일 거의 매일 가다시피 합니다.]

결과적으로 잘 못했을 뿐, 거의 매일 농사를 짓긴 한다는 취지입니다.

취재진은 2주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이 땅을 살펴봤습니다.

그때마다 드나드는 사람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마을 주민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마을 주민 : (김 전 장관 남편이) 가끔 오시는 거 같던데. 와서 조용히 있다 가시는 것 같고 그래요.]

농사 상태와 무관하게 주변엔 개발이 한창입니다.

캠핑장과 교회 기도원 등이 들어서고 있는 겁니다.

[공사현장 관계자 : 여기는 카라반하고 다른 독자적인 캠핑장(이 들어섭니다.)]

걸어서 7분 거리엔 단독주택 단지도 조성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개발 호재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남근/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위원) : 영농을 한다는 걸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심어놓은 것으로 보여지고요. 농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김 전 장관에게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 우리 남편이 농사도 짓고 그렇지만 거기서 자기 공부하는 곳으로 쓰거든요.]

[앵커]

이 땅 안에 있는 '집'도 취재했습니다. 원래 김 전 장관 남편의 소유였다가 3년여 전 정부의 '고위공직자 1가구 1주택' 방침에 따라 팔았습니다. 다름 아닌 산 사람은 김 전 장관 '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남편이 여전히 전세로 이 집을 쓰고 있었습니다. '명의신탁'이 아닌지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어서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2017년 8월) :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고…]

이랬던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도 다주택자인 걸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된 게 바로 연천군 단독주택입니다.

비판이 일자 김 전 장관은 이 집을 2018년 남동생에게 팔았습니다.

JTBC 취재 결과 이 집은 최근에 또 한 차례 팔렸는데, 그걸 산 것도 김 전 장관의 여동생이었습니다.

가족끼리 집을 연달아 사고 판 겁니다.

민주당이 어제(8일) 탈당 권유를 한 의원들 중 4명은 부동산 명의신탁 때문에 국민권익위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았습니다.

이중 문진석·윤미향 의원 등은 '친족간 특이 거래'가 문제된 경우입니다.

소유자는 이렇게 바뀌었지만 여전히 집을 쓰고 있는 건 김 전 장관 남편입니다.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 다른 사람한테 집을 팔면 그 집을 우리가 쓸 수가 없다니까. 우리 남편이 그 집을 서재로 쓰기 위해서.]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명의신탁이 아닌지 따져볼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유재벌/변호사 겸 공인중개사 : 보통 가족이 아니라 제3자에게 매매하잖아요. 가족 간 거래는 웬만하면 법원에서도 이례적이라고 보거든요.]

이런 지적을 김 전 장관에게 전했지만, 정상적 계약이란 해명이 돌아옵니다.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 (명의신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인데요.) 우리는 그 집을 세를 얻었죠. 전세를 해서 우리가 계속 쓰는 거고.]

앞서 김 전 장관은 이 집이 팔리지 않아 가족에게 팔았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해당 지역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 그 매물 자체를 제가 말했듯이 동네 부동산하고 거래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그거를 살 때도 연천에 있는 부동산을 통해서 그 땅을 산 게 아니거든요.]

이런 가운데 이 지역의 부동산 거래는 갈수록 활발해지는 분위기입니다.

[마을 주민 : 부동산이 일주일에 한 10팀 이상 와요. 땅 보러.]

김 전 장관은 남편이 알아서 한 일이고, 자신은 여전히 이 부동산의 완전한 처분이 목표라고 해명했습니다.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 나도 오죽하면 그걸 얼마나 팔아버리고 없애버리고 싶었겠어요. 그 집을 없애버리는 게 제 꿈입니다.]

(VJ : 최준호 / 영상디자인 : 송민지 / 인턴기자 : 정아임·김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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