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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감사원장 사퇴, '김기춘 체제' 청와대와 관련 있나?

입력 2013-08-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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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양건 감사원장의 '돌연 사퇴 미스테리', 정치부 남궁욱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남궁욱 기자, 양 원장 임기가 1년 넘게 남았던 거죠?

[기자]

예, 전체 4년 임기 중에 남은 임기는 1년 7개월이었습니다.

[앵커]

양 원장은 출입기자들한테 "대통령의 유임 전화를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구설에 오르지 않았나요? 임기도 절반 가까이 남았는데 왜 갑자기 그만두겠단 걸까요?

[기자]

양 원장이 입을 다물고 있는 현재로서는 일단 앞서 보신 거처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데 대한 부담감이 사퇴의 배경이 됐다는 관측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앵커]

지난 달에 발표된 감사 결과 말이죠?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이 진행했다는. 그런데 감사원이 전임 정부를 비판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거죠?

[기자]

사실 감사원의 역할은 현 정부든 전 정부든, 아무튼 잘못을 찾아내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감사원장을 임명하는 게 또 대통령이란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권이 바뀌면 새 대통령은 아무래도 자기 사람을 감사원에 앉히고 싶어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당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정권 초에 전윤철 당시 감사원장을 교체해버렸죠. 그런데 양 원장은 묘하게도 2011년 3월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양 원장은 '이명박의 사람'인 건데, 정권이 바뀌고도 살아남아서 자신의 임명권자를 비판한 게 그동안의 정치 상식에 안 맞아서 논란이 된 거죠.

[앵커]

그래서 여당 내에 친이명박계가 발끈하고 나선 거군요.

[기자]

예, 특히 친이계에서는 양 원장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기존 입장까지 바꿨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여기 보시면 이게 2010년도 감사결과 자료인데요, 이렇게 4대강 사업을 하면 홍수나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사업을 긍정평가한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발표된 감사원의 2차 감사 결과는 이것과는 다소 상반됩니다. 여기에 보시면 청와대의 요청으로 4대강 사업은 사실상 대운하 사업처럼 진행됐다고 지적해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언급한 게 왜 새 정부에 줄을 대는 걸로 해석되는 거죠?

[기자]

쉽게 말씀드리자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꺾었는데요. 당시에 이 전 대통령의 대표공약이 한반도 대운하였고, 그걸 바로 박근혜 캠프에서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거든요. 당연히 감사원 감사 결과가 현 청와대의 관심사일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양 원장이 새 정부에 줄을 선 것이라면, 그야말로 임기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예, 일단 논리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감사 결과를 비판한 게 여당 내 친이계뿐만이 아니었거든요.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황우여 대표까지 나서서 감사원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9월달에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괜한 발표를 했다"는 여당의 질타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진실을 더 공개하라"는 야당의 압박이 동시에 쏟아질 게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이게 사퇴를 결심한 배경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한편으로는 청와대가 사퇴 압력을 행사했을 거란 의혹도 제기되는 거 같아요.

[기자]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박근혜 정부라고 해서 왜 감사원장에 자기 사람을 앉히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 공공기관마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하고 간 사람들이 자리를 빼지 않아서 새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을 바꿔버리는 게 버티고 있는 공공기관장들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압력이 있었을 거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마침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체제가 출범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라 더 그런 해석이 따르는 것 같아요.

[기자]

예,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도 겸합니다. 그런데 그 위원장이 지난 6일에 김기춘 실장으로 전격 교체되고, 그 직후에 임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던 양 원장이 백기투항을 하니까 이게 김기춘 체제의 공공기관 물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냔 해석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양 원장의 사의가 수용된다면 후임은 누가 거론되나요?

[기자]

아직 후임자까지 본격 거론되진 않고 있는데요. 다만 최초의 여성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나 박 대통령이 평소 높게 평가하고 있는 목영준 전 대법관 같은 이름들이 막연하게나마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네, 이 사퇴 미스테리가 풀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군요. 남궁욱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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