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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거리로 내몰린 흡연자들…보행자는 '고난의 행군'

입력 2020-09-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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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곳저곳에서 금연 단속이 강화됐지만, 길거리 지날 때 여전히 담배 연기와 마주하곤 하죠. 회사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선 더합니다. 금연이라며 한쪽을 막았더니 다른 쪽으로 몰리는 일종의 '풍선 효과'는 흡연자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밀집해 있어서 불안하기도 하고 또, 지나다니기도 불편하다는 시민들이 많은데요. 밀착카메라가 대안은 없는 건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상암동의 상업밀집지구입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인들 중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통행로를 막고 있어 보행자 입장에선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누며 피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뿌연 연기는 흡연자들 입에서 나와 도로나 통행로 한가운데로 퍼지고, 침을 뱉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보행자 입장에서 흡연자 사이로 통과를 해보니, 사람과 담배 연기를 피하는 일이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정민형/서울 상암동 : 일부러 다른 길로 가죠. 이쪽으로 가면 금방인데. 다들 마스크를 벗고 흡연을 하니까 시국이 시국인지라 불안하죠, 아무래도.]

[노은재/중학생 : 저희보다 더 어린애들도 다니고 그러는데, 솔직히 담배 냄새 맡는 것도 불쾌하고 건강도 걱정되고 그래서 불쾌해요.]

내던져진 꽁초는 도로나 길 한가운데, 화단 등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2시간 전쯤 미화원이 이 주변을 한 차례 청소하는 걸 저희가 봤는데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자 아무렇게나 내버린 꽁초들로 주변이 다시 지저분해졌습니다.

저쪽에 쓰레기통이 세개나 마련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피우고 나서 그대로 바닥에 버리는 행태가 습관화된 탓인 것 같습니다.

보행로와 공원을 구분 짓는 연석과 현수막에 금연 경고문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흡연자들에게도 이유가 있습니다.

달리 피울 곳이 없다는 겁니다.

[A씨/흡연자 : 다 금연구역이어서 주로 모든 분이 여기서 피웁니다. 거의 다 이쪽으로 오는 것 같아요. 저쪽 뒤쪽이랑…]

[B씨/흡연자 : 저기도 오고 저기에서도 오고 다 여기서 모여요. 그래서 이 골목하고 저 골목이 다 담배 피우는 골목이에요.]

그래서 나온 게 흡연부스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을지로 입구 백화점 앞은 전부 금연거리로 지정된 데다가 지하철역까지 끼고 있어 사실상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은 저 흡연부스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흡연자들은 원치 않아도 다닥다닥 붙어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천장이 막혀 있어 담배 연기가 맴돕니다.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피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C씨/흡연자 :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연기가 너무 많이 차서 들어가기 꺼려지는 것 같아요. 괜히 나도 들어갔다가 옷에 냄새도 많이 나고…]

명동 거리의 흡연부스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구역 외 과태료 경고문은 소용이 없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흡연부스 이용도 자제하라는 분위기입니다.

왕십리역은 최근 폐쇄했던 흡연구역에 칸막이를 설치해 다시 개방했습니다.

하지만 칸막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이 나옵니다.

[한다진/대학생 : 담배 피우는 분들 수에 비하면 흡연부스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무작정 칸막이를 채우면 오히려 공간이 부족해서 더 밖에 나와서 피우는…]

[D씨/흡연자 : 흡연자가 피해를 주는 거니까 사회적 분위기가 그런 식으로 가는 건 옳다고 생각하는데 대신 흡연자들 위해서 흡연시설을 조금만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금연구역은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추세, 기업들도 금연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흡연자들을 거리로 내몹니다.

올해부터 여의도 증권가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위반하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흡연구역은 큰 도로의 옆 한쪽 면밖에 없어 사람들이 몰리면 서 있을 곳도 모자랍니다.

결국 흡연구역을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구역 전체는 물론 건물들까지 모두 금연인 곳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풍선효과처럼 흡연자들이 길거리로 나서고 비좁은 흡연구역을 이탈하기 일쑤입니다.

길을 걷는 시민들의 불편함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생을 위해선 건물 구역 안에 흡연공간을 마련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VJ : 최진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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