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홧김범죄'에 희생된 청년…"수의사가 꿈이었는데"

입력 2014-08-04 15:5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홧김범죄'에 희생된 청년…"수의사가 꿈이었는데"


"수의사의 꿈을 키우던 성실한 젊은이였는데…."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율량동 효성병원 장례식장.

'화난' 40대의 홧김범죄에 희생된 A(20)씨의 시신이 안치된 빈소엔 어두운 침묵이 흘렀다.

유족은 드문드문 찾아오는 문상객을 황망한 표정으로 맞았다. 시간이 흐르고 조문객이 뜸해지자 유족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기 시작했다.

A씨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터졌고 분통을 터뜨리며 울먹이는 유족도 있었다.

A씨의 사촌형(42)은 "애견센터에 불을 낸 사람이 사고를 저지르기 전 두 번씩이나 흉기를 들고 찾아가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지만, (경찰이)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이 그때 훈방 조치만 안했어도 이런 참극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외아들을 잃은 A씨의 아버지(51)는 "애견센터 주인이나 경찰이 당시 적절한 조치만 취했어도 내 아들이 이토록 허망하게 죽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11월에 입대하기 전까지 '공부나 하라'면서 일을 그만 두라고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가족의 입을 통해 A(20)씨가 생전에 품었던 꿈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놀랍고도 공교롭게도 그의 꿈은 '수의사'였다.

올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A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을 고려해 우선 군대에 다녀온 뒤 수의대학에 진학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군 입대 시기가 11월로 미뤄지자 애견센터에서 시급제 아르바이트로 일하자고 마음먹었다. 일 그만두고 공부나 하라는 아버지의 만류도 있었지만, 뿌리쳤다.

좋아하는 동물을 보살피며 집안에 적지만 경제적 도움까지 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두 달 정도 동물과 친숙해지는 과정을 겪을 무렵 A씨는 다른 애견센터로 옮기게 됐다.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 보던 청주의 한 애견센터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서다.

이때부터 A씨는 청주시 수곡동의 한 애견센터로 옮겨 수의사의 꿈을 계속 키워나갔다. 그때만 해도 이곳에서 참사를 당하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도 못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공부도 끝내고 나서 수의사로서 가족 앞에 당당하게 서리라 마음 먹었던 스무살 청년은 그만, 어처구니 없는 '홧김 범죄'로 목숨과 꿈을 동시에 잃고 말았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이날 애견센터에 불을 내 A씨를 숨지게 한 B(45)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B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35분께 애견센터로 갤로퍼 승합차를 몰고 돌진하고는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뿌린 뒤 센터에 불을 내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를 관리하다 분양한 애견센터가 새 주인의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자 홧김에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흉기를 들고 애견센터에 들어와 직원들을 위협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입건된 전력이 있다.

이때 경찰이 B씨가 추가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손을 썼다면, '미친 범죄'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경찰이 놓치지 않았더라면, 꽃다운 청춘이 황망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유족의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