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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한달 넘긴 메르스 사태…'인간에 대한 예의'

입력 2015-06-2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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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지요. 오늘(22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입니다.

메르스라는 낯선 질병이 우리 사회에 들어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 방역시스템에 대한 신뢰. 소중한 생명. 모두가 동의할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것들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

메르스로 인해 가족 간의 마지막 인사마저 금지돼야 했던 사연들이 이어졌습니다. 꼭 그런 경우가 아니라 해도 무릇 생사의 이별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발표는 건조한 문구들로만 가득했습니다.

"모두 결핵 고혈압 췌장염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실제로 당국은 사망자 중 '고령이나 만성질환자가 90%가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아팠었다는 말이 됩니다.

이 말은 지병 있는 이들에게 노인에게, 또한 그 가족에게 얼마나 잔인했을 것인가. '지병이 있었다'고 한들 그 죽음의 무게에 대해 우리는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가 지켰어야 할 예의가 아닌가.

우리가 지켰어야 할 '인간에 대한 예의'는 또 있습니다.

'각자도생'

이번 사태 초기부터 나왔던 말이지요. 국가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각자도생이 시간이 지나면서 엉뚱하게 빗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격리를 벗어나 골프장을 다녀온 사람도 있었고, 급기야는 병원을 탈출한 사람도. 일종의 각자도생이었습니다.

투병 끝에 완치된 환자가 여전히 피해야 할 대상인 것도, 또 의료진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달고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이른바 각자도생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염은 불안과 공포, 혐오와 배척 등 본능적 차원의 반응을 일으킨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씨의 <감염병과 인문학=""> 중 한 구절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우리도 모르게 서로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고,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구슬픈 생존법. 즉 각자도생이었습니다.

메르스는 언젠가는 사그러들겠지만,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우리의 덕목은 그래서 또다시 '인간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되찾음의 시간은 꽤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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