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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볼일 볼 시간도…" 공영주차장 노동자들의 하루

입력 2020-08-10 21:16 수정 2020-08-1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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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루 10시간을 일하는데 마음 편히 갈 화장실이 없다면 어떨까요.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노상 공영주차장 노동자들 얘기입니다. 차들이 드나드는 시간을 확인해야 해서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옆 건물 화장실은 갈 때마다 눈총을 받습니다. 오늘(10일) 밀착카메라는 이들의 하루를 담아왔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화장실 없는 일터, 당신이 일하는 곳이라면?"

[장준언 : 용변이나 그런 건 기본적인 거니까 그 정도는 있어야…]

[배성민 : 당연히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화장실. 전혀 몰랐어요.]

[장수경  : 컨테이너박스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내가 있는 공간에서 화장실도 못 간다는 건 좀…]

이 일터, 바로 여기 있는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곳 이야기입니다.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해서 밤 여덟 시 퇴근까지, 식사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꼬박 10시간을 근무하는 이들의 일터는 어떤 환경일까요.

오늘 그 하루를 밀착해봤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주차된 차량 사진을 찍습니다.

노상이다 보니 차단기가 없어 사람이 일일이 차량이 드나드는 시간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A씨/공영주차장 관리원 : 한눈팔면 언제 들어왔나 언제 나갔나 모를 수가 있어요. 항상 살펴봐야 해요.]

그렇다 보니 한 평짜리 사무실에 앉아 있을 틈이 없습니다.

행여 차량을 놓치면, 요금도 받기 어렵습니다.

[A씨/공영주차장 관리원 : 지금 2만 얼마 나왔는데. 1만6000원만 받으라고. 500원 깎아달라고. 엄청 많아요.]

사람들이 차를 뺄 때 수금이 조금 늦기라도 하면 애먼 화풀이 대상이 되곤 합니다.

[공영주차장 이용객 : 아니 왜 없으시고선 요금 처리를 그렇게 하는 거야. 얼마 되지도 않는데 기분 나쁘게. 그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 안 그래요? 요즘에 뭐 몇천 원이 돈이에요? (죄송합니다.) 안 계시고서는 왜 난리야.]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차량에 제대로 된 한 끼는 사치나 마찬가지입니다.

평일은 그나마 공익 요원이 자리를 봐주지만, 주말엔 1명이 일을 도맡다 보니 식당 갈 여유도 없습니다.

[A씨/공영주차장 관리원 : (컵라면이) 잘 안 풀어졌어요. 아까 물 덜, 조금 끓여가지고 덜 부었다가. 손님들 보시면. 밥 먹다 말고 냄새나니까. 차 댔네요. 토요일은 그런 거 다반사예요.]

[B씨/공영주차장 관리원 : 누룽지 집에서 갖고 여기다 물을 부어 갖고 오면 다 불어 있어요, 누룽지가. 그럼 다시 물을 조금 넣어서 먹으면 편안해요.]

끼니야 틈틈이 해결한다고 해도 문제는 화장실입니다.

노상이다 보니 화장실은 따로 없어 인근 건물로 가야 하는데, 자리비우기가 부담입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안내문은 오늘 한 번도 쓰이지 못했습니다.

관리 부스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은 이쪽 끝에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공용 화장실인데요.

양옆으로 150m에 달하는 주차 면을 관리하다 보니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A씨 : 아들이나 남편이 와서 한 번씩 잠깐 와서 들여다볼 때 그때 화장실 갈 수도 있고.]

한두 번 가고 말 게 아니기 때문에 건물 관리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합니다.

[C씨/공영주차장 관리원 : 음료수를 한 박스씩 꼭 사다 드리면서 사장님 제가 여기 3개월 동안 있을 거니까 여기 화장실 좀 쓸게요. 신세를 지면서 그 인사는 해야 되는 거잖아요.]

허락을 구하고 안면을 텄다고 해서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C씨/공영주차장 관리원 : 1층에 갔는데 비번을 잠가 버리는 거예요.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이잖아요. 조끼를 입고 왔다 갔다 하니까. (또) 아침부터 개시도 안 했는데 화장실을 오느냐고. 장사하시는 입장에서도 이해가 되는데. 얼마나 서러운지 아세요.]

[건물 관리인 : 수도세가 한 달에 400만원씩 나와 가지고. 여기 가정용이 아니고 영업용이거든요.]

뜨거운 날, 목이 말라도 참습니다.

[C씨/공영주차장 관리원 : 주차장에 계시는 분들은 화장실 가는 것 때문에 무서워서 물도 잘 안 먹으려고 그래요.]

공단 측은 최근에야 화장실과 관련한 노동자들의 업무상 어려움을 조사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원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 : 실태점검을 했어요. 이용이 좀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 곳도 있었는데 이런 곳 같은 경우엔 건물 관리자분들이랑 잘 얘기를 해가지고.]

하루 평균 백 명 넘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이곳 노동자, 이들이 바라는 건 한 번이라도 편히 화장실을 다녀오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어찌 보면 당연한 권리일 겁니다.

(VJ : 박선권·서진형 / 영상디자인 : 김충현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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