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대통령 제거를 위한 군사 작전을 벌일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4일 화학무기 공격으로 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리아 이들리브 주의 참사를 아사드 대통령의 소행으로 지목하고 그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을 물어 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할 방침을 분명히 했으며,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를 위한 군사 작전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의심할 여지없이 아사드 정권은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십 명의 희생자를 낸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 참혹한 화학무기 공격은 아사드 대통령이 그 나라의 통치를 계속할 아무런 역할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심각한 대응(serious response)'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아사드의 축출은 정치적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심각한 대응을 필요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NYT는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F. 던포드 합참의장 등 군 고위 관계자들이 아사드 제거 군사 작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아사드 제거를 위한 이번 군사 작전이 미국의 시리아 군사 개입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시리아의 이번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시리아가 선을 넘었다"라고 말한 점을 들어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군사 행동을 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도 높은 발언을 한 이후에도 아무런 후속 조처가 없을 경우 유약하고 우유부단 대통령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시리아 공군이 여러 가지 정황과 증거로 판단할 때 이번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터키 보건부는 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서 사용된 독가스는 사용이 금지된 사린가스였다고 밝혔다. 터키 보건부의 성명서는 "예비 검사 결과 환자들은 화학물질 사린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사드 제거 군사작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자신의 소유인 플로리다 주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체류하고 있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몇 가지 군사작전 옵션을 제안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가지 방안은 미 군함에서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안이다. 크루즈 미사일로 시리아의 레이더 시설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직접적인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군사행동을 취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수일 간에 걸친 공습을 통해 아사드 정부의 대공 방어망을 파괴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틸러슨 장관은 자신이 말한 어떤 대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화학무기 참극에 대해 어떤 대응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이슈 혹은 옵션에 대한 의향을 드러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도 향하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리아에서 발생한 일은 '인류의 수치( disgrace to humanity)'다 . 아사드 대통령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그가 일을 벌이고 있다. 나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정말이지 지독한 범죄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리아에 관해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라면서 아사드를 응징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NYT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미국의 군사 작전은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군 때문에 아주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화학무기 참극이 발생한 직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경고를 하고 나섰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아사드 정권을 계속 지원할 것인지를 주의깊에 숙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8월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으로 1400여명의 민간인을 살상하는 참극이 발생했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에 함상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시리아의 화학무기들을 전량 폐기하는 조건으로 군사 작전을 철회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