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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찾다가 골든타임 놓칠 판…무용지물 제세동기

입력 2015-04-28 21:33 수정 2015-05-0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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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AED 들어보셨나요? 자동제세동기 역시 들어보셨는지요? 둘다 어려운 말입니다. 사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출발하기도 하는데, 흔히 말하는 심장충격기입니다. 골든타임에 사용하면 생존할 확률이 2.7배 이상 높아집니다. 그래서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AED가 전국에 2만대 가까이 설치돼 있습니다. 245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무용지물입니다. 사용법을 일단 모르고, 있다고 했는데 가보니 없는 곳도 많습니다.

안지현 기자가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기자]

여기는 인천시에 위치한 국제청라도시역입니다.

지난 16일 바로 이곳에서 한 역무원이 승객을 구했는데요. 그때 결정적이었던 게 바로 AED, 심장제세동기입니다.

역무원이 급히 승객이 탄 전동차로 뛰어들어갑니다. 이후 몸이 축 늘어진 채 심정지한 승객이 들것에 실려 나오고, 역무원들이 재빨리 AED를 작동시킵니다.

[조규현/역무원 : (현장으로 뛰어가면서) 머릿속에서 순서를 계속 생각했고, 최대한 침착하게 하려고 했는데요.]

이처럼 위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인 4분 내에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면 생존률은 2.7배 올라갑니다.

정부는 국비와 지방비 245억원을 들여 전국 곳곳에 AED를 설치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제약이 적지 않습니다. 용어부터 어렵습니다.

[최대웅/인천 청라동 : AED? 잘 모르겠는데요.]

[장주명/서울 풍납동 : AED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더 적습니다.

[이은지/인천 중산동 : (사용법을 아세요?) 아니요. 몰라요. 기회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전원 버튼 누르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홍은희/인천 중산동 : (이걸 뜯은 다음에) 잘 모르겠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위급상황이라면 사용은 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건수/경기도 수원 : 쉽게 혼자 사용은 못 할 것 같은데요. 사용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쓰러져 있으면 도와야하지만 정확히 모르는 지식을 돕기는 (힘들 것 같아요.)]

정부는 이 때문에 올해 관련 교육 예산을 35억원으로 늘렸습니다.

강남구에 위치한 지하철 역사 안입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이곳은 AED 의무 설치 장소입니다.

실제로 잘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여기 한 대를 발견했습니다. 역무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요. AED가 잘 설치돼 있지만, 가까이 와서 보실까요? 잘 열리지가 않습니다.

아예 열쇠로 걸어놓은 곳도 있습니다.

[김재철/서울 보광동 : 열쇠가 여기 있는데… 이렇게 어려워서 열 수 있겠어요?]

플라스틱 덮개가 씌워져 있기도 했습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외부 지원이 불가능한데 심장에 전류가 흐르게 하는 패드의 유통기한이 아예 지났습니다.

[이승준/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이렇게 돼 있을 경우에는 부착해 사용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치를 아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제세동기를 알 수 있는데요.

이 어플리케이션이 안내한 게이트 앞 30번 기둥 앞입니다. 바로 이 기둥인데요. 하지만 어디를 살펴봐도 제세동기는 없습니다.

[역무원 : 새로 도입돼서 역무실로 옮겨놨어요. 그건 없어요.]

아예 없어진 상점 앞으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쇼핑몰 관계자 : (거기는) 일단 아니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고요.]

관련 법에는 공항이나 철도, 그리고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등에 제세동기를 의무 설치토록 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대부분은 제세동기가 관리실 한 대만 설치돼 있거나 아예 없었습니다.

[아파트 관리인 : 그런 것 처음 듣는데요. (제세동기 처음 들으세요?) 몰라요. 그런 것 없어요.]

[이승준/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자동제세동기는 누구나 즉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나와 보니깐 그렇지 못한 곳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제세동기를 사용하려면 패드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심폐소생술을 병행해야 합니다.

정부는 문제는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리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보건복지부가 사실 그 기계 한 대 한 대를 관리할 수는 없는 거고요. 현실적으로 안 되는 기관이 일부 있는 걸로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심정지 발생률은 하루 평균 68명입니다. 이들 가운데 4.7%만이 생존하는데요.

하지만 이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면, 생존률은 80%까지 올라갑니다.

단 한 번만 사용하더라도 온전히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와 교육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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