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아무도 없는 새벽, 석탄재 투기 현장 포착

입력 2014-11-03 21:51 수정 2014-11-03 23:3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석탄재'를 농경지에 불법으로 파묻는 모습이 저희 JTBC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석탄재의 양이 하도 많아 거대한 탄광을 연상케 할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석탄재가 끊임없는 유해성 논란에 시달려왔다는 건데요. 환경부에선 일부 석탄재에서 납과 비소가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 은밀한 석탄재 투기 현장을 손용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녹차밭 때문에 청정 지역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의 시골 마을입니다.

가을 수확을 기다리는 들녘 한 켠에서 토목 공사가 한창입니다.

대형 굴삭기가 땅을 파고, 트럭들이 줄이어 공사장을 드나듭니다.

도대체 무슨 공사를 하는 걸까.

[인근 주민 : 그 사람들은 골재 채취해서 팔아먹는 모래 장사잖아요. 모래 장사.]

그런데 단순히 골재만 채취한다고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경계가 삼엄하고 외부인의 접근도 차단됐습니다.

취재진은 다음날 새벽, 공사장 인근 야산에서 직접 지켜봤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6시 30분, 덤프트럭 2대가 들어옵니다.

이윽고 검은 물체들을 쏟아 붓습니다.

잠시 뒤, 안개가 걷히자 드러난 건 다름 아닌 석탄재였습니다.

폐기물 처리 업체의 트럭이 석탄재를 쏟아 부은 시커먼 웅덩이는 거대한 탄광을 방불케 합니다.

축구장 10개가 넘는 넓이에 깊이는 30m에 달합니다.

이 날 하루만 트럭 80여 대가 2000여 톤의 석탄재를 부었습니다.

[인근 주민 : 들어간 입구도 2m 이상 파보면 그 바닥에서 20~30m는 전부 다 석탄재입니다.]

이 석탄재들은 어디서 나온 걸까.

취재진은 트럭을 쫓아가봤습니다.

2시간가량 이동해 도착한 곳은 경남 사천의 화력발전소였습니다.

[폐기물 업계 관계자 : 석탄을 태우면 재가 나옵니다. 전부 처리를 못하기 때문에, 화력발전소는 실제적으로 누가 가져 쓴다고 하면 주고 싶어해요.]

문제는 도처에서 불법이 자행된다는 사실입니다.

폐기물로 지정된 석탄재는 토양을 중금속으로 오염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로에 땅을 다지거나 토지를 매입할 때 흙을 절반 이상 섞어야 합니다.

대기 환경 오염 우려 때문에 야적도 금지돼 있습니다.

또 해당 업체는 애초 군청에 신고할 때는 지하 7m까지만 땅을 파서 석탄재를 묻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20~30m까지 판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한승 교수/건국대 환경공학과 : 우선 땅 속에 묻으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비에 의해서 다양한 오염 성분을 노출시키기 때문에 그 오염수, 즉 침출수가 지하수 주변으로 퍼지게 되어 있고요. 그 흐름 자체가 굉장히 늦기 때문에 오염을 인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도 이를 인정합니다.

[보성군청 관계자 : 원래대로 하면 밑에 자갈 넣고 위에다 성토만 적당히 넣으면 되는데, (흙과 석탄재를) 50 대 50 넣으면 괜찮죠.]

취재진이 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찾아가자 업체는 잘못을 인정합니다.

지자체도 뒤늦게 단속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보성군청 관계자 : 우리도 인지를 하고 행정처분 검토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벌칙은 솜방망이입니다.

[폐기물업체 관계자 : 금요일에 들어가서 시인서 작성하고 과태료 물 거예요. 과태료 500만 원 나온대요.]

++

석탄재로 몸살을 앓는 곳은 보성 만이 아닙니다.

충남 서산에선 도로 공사를 한다며 논 한가운데 석탄재를 쌓아 놨다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인근 농민 : 지금은 흙으로 덮어서 모르지만 수질 오염이 되고, 환경 오염이 되고 그 물로 농사 짓고, 그 쌀을 우리 시민이 먹어서 훗날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아냐고. (그런 일) 하는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전국 곳곳에서 석탄재 무단 매립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환경부가 2012년 규제를 완화한 것도 이유의 하나로 꼽힙니다.

[환경부 관계자 : 일부 처리 공정이 단순하고 유해성이 낮은 폐기물에 있어서는 재활용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해 준 거는 있어요.]

전문가들은 석탄재를 재활용할 때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우남칠 교수/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 석탄재를 재활용하는데 원탄 자체가 가진 성분, 환경적인 변화에 대한 문제가 있어요. 재활용하려면 분석을 해서 있다, 없다를 알아야 하죠.]

관련기사

[취재수첩] 일본 폐기물 세슘 수치도 몰랐던 환경부 [단독] 설마했는데 역시나…일본 폐기물서 '세슘' 발견 '방사능 아파트' 현실화?…가전제품에 스며들 우려도 봉화제련소 인근 기준치 6배 중금속…"우리 탓 아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