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 JT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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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입력 2018-05-27 12:37 수정 2018-05-27 13:17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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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 시작 : 머릿수보다 많은 베개, 히드라 호텔인가

지난번 우리는 호텔 침대에 있던 '톱 시트(Top Sheets)'를 소탐했다. 매트리스에 끼워져 있는 걸 빼는 건지 아니면 그냥 두는 건지 총 6단계의 과정을 거쳐 확인했다. (결과가 궁금하다면 ▶ http://bit.ly/2rFWfo1 )

많은 독자들이 내용에 공감했다. 여행 갈 때마다 궁금했었는데, 너무 사소해서 그냥 넘어갔었다는 거다. 보람됐다. 어떤 독자들은 이참에 지금까지 호텔에서 들었던 의문들을 풀어달라며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이거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호텔 침대에 베개가 왜 많은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나도 궁금했다. 기껏해야 1~2명이 자는 침대에 베개를 여러 개 두는 이유는 뭘까? 머리 여럿 달린 히드라도 아닌데, 혹시 여기에 특별한 의미나 우리가 몰랐던 사용법이 있었던 걸까? 궁금하다. 소탐해보자.


■ 1단계 : 휴가 중인 디자이너가 현지에서 확인하다

때마침 소탐대실 디자이너가 괌으로 여행을 가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연락했다. 휴가 중엔 전화기를 꺼놓겠다고 했는데 신호가 갔다. 전화를 받은 그에게 묵고 있는 호텔에 베개가 몇 개 있냐고 물었다. 그는 아래 사진을 보내왔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더블 침대에 총 5개의 베개가 놓여 있었다. 겉보기에 3개는 수면용 베개, 나머지 2개는 쿠션처럼 보인다. 혼자서 이걸 다 쓰는 건가? 왜 5개를 둔 걸까? 그래서 그에게 다시 전화했다. 이번엔 호텔에 이유를 물어보라고 했다. 휴가 중에도 열일 하는 소탐대실 디자이너다. 호텔은 '사용자의 편안함을 위해' 그랬다고 답했다 한다. 의외로 간단한 답변이었다.

그날 저녁, 소탐대실 디자이너도 호텔에서 말한 '편안함'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베개들을 껴안아도 보고, 다리 사이에 껴보기도 하고, 머리에 2개씩 베기도 했단다. 하지만 평소 베개를 하나만 쓰던 습관 때문인지, 그리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다고 한다. 결국 한 개만 베고 잠들었다던 디자이너. 이건 그저 개인차 때문일까?


■ 2단계 : 호텔에서 베개를 얼마나 쓸까? 소탐설문 해봤다

다른 사람들은 호텔에서 잘 때 베개를 몇 개씩 사용할까? 소탐설문을 해봤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1개의 베개만 사용하는 사람이 2개 이상 쓰는 사람보다 많았다. 1개만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60.2%, 2개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39.8%였다.


■ 3단계 : 한국인은 그동안 베개를 몇 개 써 왔을까?

설문에서는 한 사람당 1개의 베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베개를 몇 개씩 썼을까.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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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풍속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림 속 베개는 1개다. 돌이켜보면 사극에서도 어렵지 않게 '1인 1베개'의 장면들을 봐왔었다.

양반집 안방이나 사랑채 보료 위에 장침, 사방침 등이 2~3개 놓이기는 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팔걸이가 주용도로 호텔처럼 이부자리에 쓰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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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식 생활로 침대를 사용했던 고려 시대에도 베개를 여러 개 썼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1인 多베개'의 스타일은 어디서 온 걸까?


■ 4단계 : 유럽에서는 베개를 몇 개 썼을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1인 多베개'의 역사적 흔적은 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갈대나 깃털 등을 넣어 부드러운 베개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베개와 유사한 형태다.

그러나 중세시대만 해도 직물값이 비쌌다. 자연히 베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영국의 헨리 8세는 임산부를 제외한 모두에게 베개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헨리 8세가 세상을 떠날 때를 담은 그림이다. 자세히 보면 그의 머리맡에 여러 개의 베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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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대에 사용됐던 침대들을 봐도 상류층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베개가 사용된 경우를 찾을 수 있었다. 1590년대 영국에서 제작된 침대 < The Great Bed of Ware >를 살펴보자. 런던 인근에 있는 숙박업소에서 쓰던 것으로 3.38m × 3.26m의 거대한 크기, 그리고 화려한 침구로 유명세를 탔다. 몇 년 후 셰익스피어가 발표한 희극 '십이야(Twelfth Night)'에서 언급되기도 했으며, 300여 년이 지난 후에도 각종 서적에 등장했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본격적인 베개의 전성기는 산업혁명을 맞았던 18세기 이후부터 시작됐다. 직물의 대량생산으로 베개도 함께 보편화 되었고, 이때부터 장식용 베개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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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영국 작가 제인 팬턴이 출간한 『From Kitchen to Garret』를 보면, 이들이 베개를 비롯한 침구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다. 베개와 베개 커버를 여러 개 사용해 분위기를 전환하고, 건강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 것을 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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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단계 : 유럽, 미국은 호텔 베개 사용법을 알고 있을까?

2013년 미국 국립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이 6개국을 대상으로 잠잘 때 베개 사용량을 조사했다. 1인당 쓰는 평균 베개 수는 미국(2.2개), 영국(2.1개), 캐나다(2.0개) 순으로 많았다. 세 나라 모두 10명 중 2명이 3개 이상의 베개를 썼다. 멕시코는 평균 1.7개, 독일은 1.6개를 썼으며,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1.1개로 사용량이 제일 적었다. (멕시코와 일본은 10에 1명이 베개를 아예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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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용이든 장식용이든, 서구권에서는 침대 위에 여러 개의 베개를 놓는 것이 익숙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호텔 베개가 많은 이유를 알고 있을까? 해외 호텔 리뷰들을 찾아봐야겠다. 베개가 왜 많은지 모르겠다는 의견과 함께 올라온 인증샷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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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아도 혼자 쓰기엔 많아 보인다. 무려 13개나 있는 곳도 있었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출처 : Youtube (Rick Steves' Europe)


머리에 베고, 껴안고, 다리에 껴도 여러 개가 남을 것 같다. 이럴 땐 다들 어떻게 할까?


■ 6단계 : 많은 베개 어떻게 쓸까? 소탐설문 해봤다

머리에 베고 자는 것을 뺀 남은 베개들, 다들 어떻게 쓰고 있을까? 앞서 소탐설문에서 베개를 2개 이상 사용한다고 응답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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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쓴다는 사람 중에선 '껴안고 잔다'와 '다리 사이에 끼운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바디필로우가 왜 인기가 많은지 알 거 같다. 기타 답변으로는 '머리에 여러 개 베고 잔다', '굴러다니면서 베고 잔다', '자는 동안 머리가 움직이지 않도록 목 앞쪽을 받친다' 등이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사용법이 나왔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 7단계 : 5성급 호텔 13곳에 물었다

결국 당사자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확실하다. 호텔에 물어봤다. 지난번 톱 시트(Top Sheets) 소탐에서는 5성급 호텔 5곳에 문의를 했었다. 이번엔 13군데에 확인했다.
우선 호텔별 베개 수를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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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는 조금씩 달랐지만, 13곳 다 일반 객실을 기준으로 4개 이상의 베개를 제공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사용자 편의를 위해서라는 동일한 답변들이 돌아왔다. 호텔은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거쳐 가는 곳이다. 베개 취향도 그만큼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여러 개의 베개를 두고 편한 것으로 골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호텔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베개 구성은 호텔마다 차이가 있었다. 보편적인 경우는 충전재나 크기 등을 구분해 한 세트씩 침대에 두는 거다. 예를 들어 깃털 2개와 솜 2개, 또는 큰 것 2개와 작은 것 2개 등으로 구성한다. 여기에 등받이 쿠션이나 바디 필로우 등이 장식용과 겸해 추가되기도 한다. 아니면 전부 동일한 유형의 베개로 구성해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이들 모두 사용법이 따로 정해진 건 없었다. 원하는 만큼 골라 원하는 방식대로 쓰면 된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결국 사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호텔 침대에 여러 개의 베개가 올라갔던 거다. 덤으로 침대가 더 아늑해 보이는 시각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 결론 : 편안함은 당신의 선택에서 온다

매트리스에 껴있는 톱 시트부터 머릿수보다 많은 베개까지, 호텔 객실을 연이어 소탐하면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여행의 기본인 숙박, 특히 객실 사용법은 왜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요즘 여행 정보를 검색하면 안 나오는 게 없는데 말이다. 관광이나 교통 정보는 웬만하면 다 알 수 있고, 나라별 팁 문화나 테이블 매너도 자세히 나와있는 요즘 아닌가.

의문은 취재 중에 만난 한 호텔 직원의 이야기로 풀렸다.
"객실에 머무는 동안 그 공간은 온전히 사용자의 방이다"
우리가 자기 집에서 매너나 형식을 따지지 않듯, 호텔도 마찬가지인 거다.

그렇다고 진상 손님이 되라는 건 아니다. 적어도 객실에서는 형식에 얽매이거나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베개를 1개만 써도 되고, 전부 다 써도 된다. 잠잘 때 써도 되고, 책 읽을 때 책상처럼 써도 되고, 쓰기 싫으면 침대 밖으로 치워놔도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 공간, 그 사용법은 본인이 정하는 거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출처 : Youtube (The Montcalm Hotel)


【부록】 모르면 못 쓴다 '필로우 메뉴' (feat. 광고 아님)

사용자 편의와 선택권을 높이려면, 베개 수도 그만큼 늘리면 되는 걸까? 무작정 그러다간 앞에서 봤던 한 호텔처럼 13개의 베개가 쌓여 있는 극단적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이럴 땐 '필로우 메뉴(Pillow menu)'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침대에는 4~6개 정도의 기본 베개들만 두고, 다른 유형의 베개들은 사용자가 요청하면 별도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침대가 베개로 뒤덮이는 걸 방지함과 동시에 선택권은 대폭 늘린 거다.
소탐대실이 문의했던 호텔은 대부분 무료로 필로우 메뉴를 운영하고 있었다. 서비스 명칭이나 운영 방식은 호텔마다 차이는 있다. 잘 숙지해뒀다가 다음 여행 때 이용해 보시라. 모르면 못 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광고 아님)

방에 들어가면 비치되어 있는 필로우 메뉴를 찾아라. 보통 침대 근처다. 보고 마음에 드는 베개를 고른 뒤 호텔에 요청하면 된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국화향 베개, 옥 베개 등 10종류의 베개를 마련하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은 주로 '템퍼(Temper)'와 '로프티(Lofty)'사의 베개들로 구성된 8종의 필로우 메뉴를 제공한다.

객실에 필로우 메뉴가 없는 경우, 당황하지 마시라. 당당히 프런트에 문의하면 된다. 어떤 베개 종류가 있는지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되겠다. 인기 베개는 수량이 부족할 수 있어 객실 예약을 할 때 미리 요청해도 좋다. 콘래드 서울 호텔은 모바일 앱으로 객실을 예약하면 앱에서 바로 원하는 베개를 선택할 수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은 전통 베개나 메모리폼 베개 등 인기 제품 외에도 어린이 베개를 따로 마련해 소수 고객층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특이한 필로우 메뉴 서비스도 있다. 웨스틴 조선 호텔 서울은 나라별 전통 베개를 제공한다. 한국의 궁중 베개부터, 일본의 젠 소바 베개, 호주의 양모 베개, 영국의 토버모리 베개, 스웨덴의 아폴로 베개 등이다.

 
[소탐대실] 그 많은 호텔 베개는 누가 다 베나

포시즌스 호텔은 사용자가 주문했던 베개를 호텔 정보에 기록한다. 이후 전 세계 어느 지역의 포시즌스 호텔을 이용하더라도 해당 베개가 객실에 비치된다고 한다.


소탐대실 끝.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준이, 송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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