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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선거 조작설' 미국 매체들이 보도? 확인해보니

입력 2020-05-1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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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우리나라 선거 조작설을 미국 주요 언론이 다루기 시작했다" 이런 글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이 음모론으로 이미 판단한 사안을 미국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다는 건지, 또 정말 언론사 보도는 맞는지 팩트체크했습니다.

[앵커]

이가혁 기자, 한국 총선 조작설을 다뤘다는 미국 언론사의 보도를 직접 확인해봤죠?

[기자]

네, '월드트리뷴'이라는 미국 온라인 매체 기사입니다.

지난 8일 자, 한국 총선 조작 의혹이 나왔다면서 QR코드 같은 기술이 부정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 기사의 신빙성이겠죠.

먼저 이 기사를 쓴 사람, 알 수 없습니다.

홈페이지 어딜 봐도 기자 실명 없이 그냥 '월드트리뷴 스태프'라고만 돼 있습니다.

보통 언론사라면 당연히 기자의 이름, 이메일 주소 같은 것이 공개됩니다.

기사 출처를 살펴봤더니 '타라 오'라는 인물의 주장입니다.

국내 보수 성향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재미 인사입니다.

이렇게 국내에 도는 선거조작설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런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앵커]

일단 기사 형식만 봐도 '월드트리뷴'이라는 데가 주요 매체라고 보기는 좀 어렵죠?

[기자]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주요 언론사와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주류 언론이 놓치거나 묻어버린 기사를 제공하겠다"는 게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또 미국 한 팩트체크 기관은 이 매체에 대해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총평하기도 했습니다.

"극우 편향적, 선동적, 출처 빈약, 비과학적이고 불투명한 운영" 등이 이유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매체가 전에도 한국 사안을 다룬 적이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과거 한국 기사에도 잘 찾아보면 '타라 오'라는 사람의 주장이 등장합니다.

최근 나온 "문재인 대통령이 간첩이다"라는 주장, 더 이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다룬 기사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타라 오'씨의 주장, 그리고 이를 소개한 월드트리뷴 기사가 일본 극우 성향 매체에 실리고 다시 이게 우리나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리고 '월드트리뷴' 말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에 실렸다는 내용도 같이 퍼졌잖아요. USA 투데이라면서요?

[기자]

USA 투데이는 많이 들어보셨죠.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링크를 접속하면 바로 이겁니다.

USA 투데이 로고도 보이고요.

한국 총선 결과는 동전 1000개가 모두 앞면 나올 확률, 즉 조작됐다는 주장을 담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건 기사가 아니라 기업 보도자료나 개인 광고를 노출해주는 USA 투데이의 별도 공간입니다.

글 아래로 내려보면, '24-7 프레스 릴리즈'라는 어떤 회사가 바로 이 내용의 출처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바로 어떤 회사냐, 보도자료를 배포해주는 미국 업체입니다.

[앵커]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니고 보도자료다. 누가 낸 보도자료입니까 그럼?

[기자]

네, 원래 보도자료를 조금 더 찾아보면 나옵니다.

온라인에서 선거 조작 주장을 펼치고 있는 공병호 전 미래한국당 공관위원장 측이 쓴 것이라고 나옵니다.

이런 보도자료는 특별한 검증 없이도 돈을 내면 여러 언론사에 광고처럼 실을 수 있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이 중간 업체에 돈을 내면 이 업체와 또 미리 계약된 주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려주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공병호 씨 측 자료가 올라온 USA 투데이 광고페이지를 보면 '코로나19 사태는 예수의 경고대로 이뤄진 것이다' 같은 주장도 실립니다.

이 광고, 이 보도자료를 뿌린 사람은 누구냐, 미국의 한 종교 블로거인데요.

역시 똑같은 중간 업체를 거쳐서 USA 투데이 광고 페이지로 노출시킨 겁니다.

현재, 이 외에는 한국의 선거조작 의혹을 합리적인 것처럼 보도한 외신기사는 찾을 수 없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펙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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